국내 화장품시장이 새로운 변혁기에 접어든 가운데 CJ에 이어 신세계가 돌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세계는 올 들어 각기 다른 성격의 시코르, 부츠, 슈가컵 매장을 잇따라 오픈하며 전방위적으로 화장품 유통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는 상황.
신세계의 이런 움직임은 2~3년 전부터 본격화된 국내 화장품시장의 다원화 현상과 맞물려 지각변동의 추동력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1조4398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CJ의 올리브영은 올해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분기 68개 매장을 새롭게 오픈한 올리브영의 계획은 지방상권을 중심으로 연내 300개의 신규 매장을 여는 것으로, 이럴 경우 전체 매장은 1100개에 이르게 된다.
유통업계는 국내 화장품시장의 무게중심이 브랜드숍에서 멀티숍으로 완연하게 이동한 만큼 올리브영이 매장 출점은 물론 매출 면에서도 목표 금액인 2조1000억원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는 2017년을 화장품 비즈니스 재건의 원년으로 정하고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앞서 분스, 라페르바, 비디비치 등을 운영하며 만만치 않은 수업료를 지불한 만큼 이번에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겠다는 게 신세계의 입장이다. 화장품업계에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확실히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부츠다. 최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과 스타필드 하남에 부츠를 선보인 신세계 이마트는 오는 7월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다.
눈길을 끄는 점은 부츠 명동본점이 올리브영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와 한 블록 거리에 위치한 데다 매장 규모가 1256㎡(380평)로 20평 가량 더 크다는 것이다. 신세계 이마트로서는 H&B숍 1위 등극을 염두에 두고 사실상 맞불작전을 선택한 셈이다.
시코르 역시 순항 중이다. 2016년 12월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을 통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시코르(CHICOR)는 ‘시크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Chic or Nothing)’라는 뜻을 담은 이름으로 ‘한국판 세포라’를 지향한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5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 파미에 스트리트에 오픈한 두 번째 매장은 서울이라는 지리적인 이점과 맞물려 ‘코덕(코스메틱 마니아)’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백화점 브랜드와 해외 최신 트렌드 화장품, 국내 브랜드숍 및 중소·신생업체까지 180여개의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신세계는 6월 29일 부산 센텀시티점에 시코르 3번째 매장을 오픈한다.
한편 지난해 9월 스타필드 하남에서 첫 선을 보인 슈가컵은 분스와 함께 폐점 또는 부츠로의 전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과 달리 이마트 은평점·가양점·죽전점·광교점 등에 잇따라 들어서며 화장품시장의 또 다른 변수로 부상했다.
이마트는 140여개에 이르는 국내 매장 곳곳에 슈가컵을 포진시킴으로써 브랜드숍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저가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간다는 복안이다.
특히 이마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유통기업 파와츠 알호카이르와 MOU를 체결하고 슈가컵의 중동 시장 진출을 선언했는데, 이에 따라 슈가컵은 보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육성될 전망이다.
지난 10여년간 국내 화장품시장을 장악해온 원브랜드숍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화장품시장의 무게중심은 이미 H&B숍과 편집숍으로 이동한 상황. 이런 가운데 CJ와 신세계가 확실하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업계는 이들이 국내 화장품 유통의 새로운 주축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라페르바, 시코르, 부츠, 슈가컵을 통해 럭셔리, 프리미엄, 매스티지, 중저가 시장을 모두 장악하는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로 제조 기반까지 갖춘 만큼 이변이 없는 한 국내 화장품시장에서 신세계의 입지는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