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재벌기업 가세로 힘 받는 H&B숍
CJ올리브영 아성에 신세계 부츠로 도전장··· 로드숍 중추로 자리매김
임흥열 기자 yhy@beautynury.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7-06-01 11:20   수정 2017.06.01 12:20

국내 화장품 유통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전 세계에 K-뷰티 열풍을 촉발시킨 브랜드숍의 위세가 눈에 띄게 꺾인 가운데 H&B숍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 특히 올리브영의 가파른 성장세와 함께 지난달 신세계 부츠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원브랜드숍에서 멀티숍·H&B숍으로의 중심 이동은 갈수록 뚜렷해질 전망이다.

멀티숍이 국내 화장품시장의 새로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2~3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흐름 속에 등장한 벨포트, 므아므아, TCM, 홈플러스의 B+H 등이 역량 부족으로 폐업하거나 유명무실해진 사이 가능성 높은 전망을 현실로 증명한 건 올리브영이었다.

H&B숍 시장에서 왓슨스와 롭스의 추격을 따돌리며 일찌감치 선두를 굳힌 올리브영은 지난해 1조439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단번에 국내 화장품업계 톱3로 떠올랐다.

올해는 올리브영의 질주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7년 올리브영의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 이상원 연구원은 “올리브영 매장은 지난해 800여개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는데, 올해의 경우 1분기에만 68개 점포가 추가로 늘어났다”며 “이런 추세라면 연내 매장 1000개 달성, 매출 2조원 돌파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신세계 이마트의 부츠는 올해 국내 화장품시장 돌풍의 핵이다. 이마트는 5월 19일 스타필드 하남에 부츠 1호점을 오픈했다. 지난해 7월 부츠를 운영하는 영국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와 부츠 한국 체인의 독점 운영 협약을 체결한지 10개월 만이다.

이마트 정준호 부사장은 “부츠의 글로벌 소싱 파워에 이마트의 상품 기획력을 더해 차별화된 한국형 H&B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며 “특히 코스메틱 분야를 주축으로 경쟁사와는 다른 프리미엄급 매장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부츠는 신세계그룹으로서는 절치부심, 와신상담의 결과물이다. 화장품·뷰티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분스, 라 페르바, 비디비치 등을 야심차게 전개했지만 어느 것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오는 7월 명동에 부츠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올 하반기부터 매장 수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부츠 플래그십 스토어는 올리브영 플래그십 스토어와 겨우 한 블록 거리에 위치해 ‘화장품 1번가’ 명동에는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국내 화장품시장을 주도해온 브랜드숍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은 큰 틀에서 소비자 취향과 쇼핑 트렌드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에 움직이지 않으며, 각 카테고리별로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제품을 구매한다.

방판 시절부터 이어져온, 한 브랜드를 고정적으로 사용하는 패턴이 완전히 깨진 것이다. 최근 화장품 사용후기 어플리케이션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 한 국내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필연적인 결과다. 한 매장이 단일 브랜드 제품으로 채워진 원브랜드숍이 화장품 유통의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유일했다”며 “소비자들의 화장품 구매 패턴이 유통에서 브랜드로, 지금은 제품으로 완전히 이동함에 따라 각 브랜드의 대표 제품을 한 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멀티숍·H&B숍은 빠르게 시장을 재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숍이 과거의 화장품 전문점처럼 완벽하게 쇠락하지는 않겠지만 지난 2~3년 사이 H&B숍과 함께 엘앤피코스메틱, 리더스코스메틱, 에스디생명공학, 카버코리아, 해브앤비, 제이준코스메틱, 코스토리 등이 국내 화장품시장의 유력주자로 부상했고 새로운 라이징스타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세는 이미 결정됐다”면서 “무엇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소비자들도 같은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어 브랜드숍은 거스르기 힘든 파도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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