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코스메틱, 충격과 분노 이어 패닉··· 믿을 곳은 정부 뿐
중국 사드 보복 본격화··· 대한민국 화장품산업 총체적 위기 직면
임흥열 기자 yhy@beautynury.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7-03-09 17:51   수정 2017.03.10 06:58

글로벌 화장품시장의 중심으로 파고들고 있는 K-코스메틱의 행보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고 작은 보복 조치를 취해온 중국이 ‘한국 관광상품 판매 전면 금지’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든 것. 무엇보다 사태의 원인이 사드 배치라는 정치·외교·군사적인 문제인 만큼 국내 화장품업계에는 ‘어찌 할 도리가 없다’는 절망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지난 1일 각 성과 직할시의 여유국장과 비공식 모임을 갖고, 15일부터 한국 관광상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7개 항목으로 구성된 이 지침에는 정부의 조치를 무시할 경우 엄중하게 처벌하겠다는 경고 문구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여행사를 통한 한국 패키지 단체관광과 개별관광이 전면 금지됐고, 여행사를 통한 한국행 항공권 구매나 비자 발급도 불가능해졌다.

관광 금지는 1차적으로 여행·항공·숙박업계에 타격을 입힌다. 하지만 화장품을 비롯한 유통 분야 역시 직접적인 사정권 안에 포함된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명동과 가로수길, 삼청동 등 핵심상권의 로드숍, 주요 면세점에서 중국 유커의 구매 비중이 80~90%에 달했던 만큼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명동의 한 화장품 편집숍 관계자는 “한마디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다. 이미 상황은 메르스 사태 때보다 훨씬 좋지 않다”면서 “올초부터 매출이 1/3 이하로 줄었는데, 그나마 한국을 찾던 소수의 중국 관광객마저 사라져버리면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 사실상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한·중 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가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힘들기는 브랜드숍도 마찬가지다. 한 브랜드숍 관계자는 “관광상권 매장들은 평상시 대비 절반 수준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이런 흐름이 더욱 악화되면 가맹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직영점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데, 뻔히 적자가 나는 매장을 떠안는 건 본사 입장에서도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면세점 역시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 정부의 여행 제한 조치 이후 매출이 급감한 상태에서 면세점업계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는 반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롯데, 신라 등 대기업 면세점은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후면세점은 당장 폐점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후면세점은 거의 모든 고객이 여행사를 통해 계약을 맺고 유치한 단체 관광객이라 이번 결정은 사형선고와도 같다”고 말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중국 현지에서 한국 화장품 불매운동과 더불어 혐한 감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거주 중인 국내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처음에는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이 시발점이었지만 이것이 한국 화장품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중국 인민대를 다니는 한인 여학생이 한국어를 썼다는 이유로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는 괴담까지 나도는 등 혐한 정서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우리 정부의 외교 결례 때문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실제로 2016년 6월 중국을 방문한 황교안 당시 총리는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 결정된 게 없다는 반응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 대행은 귀국 후 10일도 지나지 않아 사드 배치를 전격 발표했다.

이에 대해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한국을 가혹하게 보복함으로써 주변국들이 사드 배치를 감히 생각할 수 없게 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즉 한국을 본보기, 혹은 제재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국내의 정치적 혼란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한·중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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