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로 명동과 가로수길 등 국내 화장품 핵심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올봄부터 엔저 현상으로 중국 등 해외 관광객이 빠르게 일본으로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더할 나위 없는 악재가 들이닥친 셈이다.
1년 365일 관광객들로 넘쳐나던 명동은 8일 오후 올 들어 가장 한산한 모습이었다.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눈에 띄는 외국인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중국 광저우에서 여행을 왔다는 W 씨는 “이미 한 달 전부터 계획했던 여행이라 어쩔 수 없이 왔는데 매우 불안하다. 내일 중국으로 돌아가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당분간 한국으로 휴가를 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A 브랜드 매장 입구에는 50~20% 세일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손님은 전무했다. 다른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손님이 아예 없거나 1~2명에 불과해 대부분의 판매직원들은 담소를 나누거나 물품을 정리하고 있었다.
B 브랜드의 명동점 판매직원은 “지난 주말 세일을 실시했는데 올해 히트상품이 여러 개가 있는데도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면서 “그나마도 일부 관광객들이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대량 구매를 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명동은 국내 상권 중에서 땅값과 임대료가 가장 비싼 만큼 작은 이슈 하나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조기 수습은 커녕 오히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명동에서 다수의 매장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지난 주말 일부 매장은 평상시 대비 1/5 수준으로 매출이 급감했다”며 “가뜩이나 엔저로 중국 관광객들이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상태에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간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명동의 화장품 로드숍 점주는 “오늘도 메르스로 인한 추가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사태가 장기화될 게 불 보듯 뻔하다”면서 “한 달은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그 이후부터는 속수무책이다. 명동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 판매직원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역대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던 명동 화장품상권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로 인해 1차로 주요 상권의 화장품 가맹점, 2차로 화장품 브랜드, 3차로 OEM·ODM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사태가 빠르게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그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이번 사안은 K-뷰티 전체의 위기다. 정부는 방사능 누출사고로 일본 관광산업이 오랜 기간 최악의 침체기를 보냈다는 사실을 상기해 메르스 조기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