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잇따라 대박을 터뜨리면서 국내 중견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화장품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앞서 제약·병원·의료·패션 관련 업체들이 속속 화장품시장에 진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도자기, 식품, 주얼리, IT, 도료 등 분야를 막론한 다양한 업체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추세다.
먼저 김영식 회장이 직접 출연한 산수유 제품 광고가 히트를 치며 급성장한 천호식품이 이달 초 화장품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천호식품은 제품군을 기능성 화장품으로 확장, 건강식품 제조사를 넘어 토털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천호식품 관계자는 “올해 제품 라인업 중에서 기능성 화장품과 이유식 분야를 집중적으로 보강할 계획”이라며 “특히 건강식품 개발 과정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한방화장품을 출시할 예정으로, 올 하반기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호식품이 새로운 주력 분야로 화장품을 낙점한 것은 역시 중국 시장 때문이다. 2012년 상하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천호식품은 건강식품과 기능성 화장품의 시너지로 2020년 내에 3,000억원의 연매출을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본차이나로 잘 알려진 행남자기는 지난해 11월 신사업설명회를 갖고 화장품사업에 대한 뜻을 내비쳤다. 행남자기의 주요 신사업은 의료기기와 중국 미디어 부문으로, 특히 의료기기 전문업체 진성메디를 자회사로 편입해 20~50대 여성을 포함한 중장년층 소비자를 타깃으로 의료 및 미용기기 비즈니스를 전개할 계획이다.
행남자기는 진성메디가 개발 중인 미세전류 마사저를 대표 제품으로 내세우는 한편, 레인보우 등 OEM·ODM 업체들과 손잡고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마스크팩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도자기시장이 쇠락하면서 매출이 2011년 536억원에서 2012년 460억원, 2013년 438억원으로 하락 중인 만큼 행남자기로서는 신사업의 성공이 절실한 상황이다.
주얼리업계에서는 로만손의 화장품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미니골드도 화장품 관련 사업을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일찌감치 화장품시장 진출을 예고했던 로만손은 연내 제이에스티나 레드 매장을 10개 이상 오픈하며 여기에 화장품을 포함시킨다는 전략이다. 제이에스티나 레드는 ‘하이테이스트 패션 주얼리(High-Taste Fashion Jewelry)’를 슬로건으로 내건 편집숍으로 시계, 액세서리, 선글라스, 의류, 스테이셔너리, 색조 화장품 등이 판매된다. 로만손은 올해부터 입점을 시작한 중국 백화점 매장에도 향수와 화장품을 넣을 계획이다.
국내에서 100여개의 로드숍을 운영 중인 주얼리 브랜드 미니골드는 지난해 기프트박스 컨셉의 새로운 브랜드 러브 마크를 통해 화장품을 끌어안은 데 이어 오는 5월 리뉴얼 오픈하는 강남점에 별도의 화장품 섹션을 선보인다.
한편 IT 관련 기업인 에임하이와 하이쎌도 화장품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에임하이는 지난달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 다각화를 위해 화장품 연구개발과 제조 및 판매를 사업 목적에 추가시켰다고 공시했다. 하이쎌도 주주총회에서 화장품 제조 및 판매업, 화장품 원부자재 도소매업, 화장품 도소매업, 화장품 소재 및 첨가물 제조업 등 4개 부문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고 “화장품 관련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대상을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일본계 기업 JTC가 최대주주인 현대페인트도 올해 안에 화장품사업을 런칭할 계획이다.
잘 되는 분야에 신규 업체들이 몰리는 건 비즈니스 세계의 당연한 이치. 하지만 화장품과 관련해서는 우려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화장품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중견기업 가운데 성공한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화장품이면 무조건 잘 팔린다는 게 정설이었지만 SNS 등으로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면서 요즘 중국 소비자들은 절대로 아무 제품이나 구매하지 않는다”면서 “확실한 제품력과 탄탄한 유통 라인, 히트상품을 만들 수 있는 차별화된 마케팅 등이 뒷받침되어야만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