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국내 화장품 유통시장의 화두는 멀티숍이다. 지난해부터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화장품 멀티숍이 본격적으로 세를 넓혀가면서 업계는 이들의 행보가 화장품시장의 지형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벨포트다. 2014년 9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닻을 올린 벨포트는 10월 부산 광복로점, 11월 청주 성안로점, 12월 대구 동성로점 등을 차례로 오픈했으며, 지난 1월 30일에는 유네스코점으로 국내 최대 화장품 상권인 명동에 입성했다. 2월부터는 리뉴얼된 코엑스몰에서도 벨포트를 만날 수 있다.
벨포트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컨셉은 파격적이지만 입점 브랜드들의 인지도가 너무 낮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벨포트 측은 지금까지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백화점에서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는 데다 홈쇼핑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어 브랜드 인지도 확보는 시간문제라는 입장. 실제로 벨포트는 탄탄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메인 모델 김남주 외에 김우빈, 에일리, 서지혜, 이승기 등을 개별 브랜드 모델로 기용하고 전방위적인 광고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어 국내 화장품시장 연착륙은 무리 없이 이뤄질 전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신세계백화점으로부터 사업권을 넘겨받은 멀티숍 라 페르바도 순항 중이다. 레드 플라워, 티즈,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 필립 마틴스 등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미국과 유럽의 프리미엄 코스메틱 브랜드를 내세운 라 페르바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이어 청담 분더샵, SSG 청담 마이분으로 매장을 확대, 로레알 그룹과 에스티 로더 그룹이 양분하고 있는 프레스티지·수입 화장품시장에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멀티숍이 원브랜드숍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유통 관련 업체들의 화장품시장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종합 쇼핑몰 엔터식스의 패션사업 법인 E&B는 지난 12월 수입 화장품 편집숍 음므아므아를 런칭했다. 역시 북미와 유럽의 천연·유기농 화장품을 메인으로 한 음므아므아는 1호점인 엔터식스 파크에비뉴 한양대점에 이어 2월에는 왕십리역에 2호점을 선보일 예정이며, 동탄메타폴리스점 등 다른 엔터식스 상가에도 매장을 순차적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의류·수산업 유통회사 지에이치홀딩스도 멀티숍 TCM으로 화장품시장에 진입했다. 지난달 홈플러스 강서점에 1호점을 오픈한 TCM은 홈플러스 입점을 중심으로 매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TCM에서는 프랑스 카다리스 외에 에스까다, 이네이처, JNC, 엘리샤코이 등 다양한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다.
한편 명동 화장품 상권에서 맹렬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올마스크스토리도 주목할 만하다. 이달 명동 5호점을 개장한 올마스크스토리는 리더스코스메틱, SNP화장품, 듀이트리 등 주요 브랜드의 마스크 시트와 함께 다양한 스킨케어 화장품을 구비, 중국 관광객에 최적화된 새로운 컨셉의 멀티숍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마스크스토리는 이대, 동대문, 제주 등 중국 관광객이 몰리는 핵심 상권에 매장을 추가로 오픈한 뒤 머잖아 중국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2002년 미샤가 등장한 이후 국내 화장품 유통은 전문점에서 원브랜드숍 중심으로 재편됐다. 하지만 10년이 지나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브랜드숍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업계와 소비자 모두 이에 대한 대안을 요구해왔다. 최근 런칭 15주년을 맞은 H&B숍 CJ올리브영이 역대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멀티숍의 약진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한 매장이 단일 브랜드 제품으로 채워진 원브랜드숍이 화장품 유통의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유일하다”며 “소비자들의 화장품 구매 패턴이 유통에서 브랜드로, 지금은 제품으로 빠르게 이동함에 따라 앞으로는 각 브랜드의 주력 제품을 한 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멀티숍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화장품 멀티숍은 수입 브랜드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점이 한계”라고 지적하고 “국내 대표 브랜드까지 아우르는 멀티숍이 전격적으로 등장할 경우 국내 화장품 유통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