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 판막 협착증’ 치료를 위해 가슴을 직접 열지 않아도 치료할 수 있는 시술법인 ‘TAVI’가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난 지금, 시술을 직접 주관하는 의료진의 의견은 어떨까?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심장내과 전문의 3명(박승정·박덕우·안정민 교수)은 지난 20일 경피적 대동맥 판막 시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이하 TAVI)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7년간의 시술 경험 및 발표된 임상 데이터들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의 TAVI 시행률 ‘국내 최고’
TAVI 시술은 개흉수술 대신 ‘카테터’라는 관을 허벅지 부위의 동맥에 넣고 혈관을 따라 심장까지 이르게 하고, 인공 판막을 부착한 스텐트를 넣는 시술 방식이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은 총 322건의 TAVI 시술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건수인 830건 중 약 1/3에 달하는 수치다.
TAVI 시술을 위해서는 여러 과의 긴밀한 협진이 필요하다.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인 심장을 자극하는 일인 만큼 언제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응급상황이면 언제든 개복수술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서울아산병원은 ‘TAVI 시술 팀’을 꾸렸다. TAVI 시술 팀은 심장내과, 흉부외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전문의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TAVI 시술만을 위한 흉부외과 전문의도 있다.
TAVI 시술 대상의 성비는 남성과 여성이 1:1로 거의 대등하다. 이 같은 성비에 대해 안정민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보통 심장 관련 질환 발병률은 남성이 더 높으나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 같은 통계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TAVI 시술 대상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78세다. 안 교수는 “전보다 TAVI 시술 건수가 많이 늘었지만 시술이 가능한 환자가 많지는 않다. 시술하러 오는 환자들이 대부분 고령이다 보니 여러 가지 제한점이 많다. 굉장히 까다로운 기준에 모두 충족돼야만 가능한 시술이다”고 말했다.
◇전신마취 불필요, 회복기간 짧은 ‘시술’의 개념
안 교수는 “TAVI 시술 초기에는 전신마취가 필수적이었으나 최근 들어 TAVI 시술법이 조금씩 발전을 거듭하면서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있다. 대신 Monitored anesthesia care(MAC) 시스템을 도입했다. MAC은 전신마취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수면을 유도해 깊은 수면상태에서 시행한다. 수면 마취를 통해 환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TAVI 시술을 위한 입원부터 퇴원까지 보통 1주일 정도면 충분하다. 환자는 시술 직후 중환자실로 옮겨져 환자 상태에 따라 1일에서 3일간 집중 치료를 받는다. 이후 환자의 상태에 큰 이상이 없으면 일반병실로 옮겨져 2~3일간 회복 기간을 가진다. 마취시간까지 다 포함해 시술시간은 60분가량 소요된다.
안 교수는 “현재 서울아산병원의 TAVI 시술 성공률은 95% 이상이다. 이는 TAVI 도입 초기 첫 번째 케이스부터 모두 포함한 수치이다. 최근 성공률로만 보면 100%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간편한 TAVI, 부작용은 없을까?
안 교수는 “TAVI의 부작용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이 ‘사망’과 ‘뇌졸중’이다. TAVI 시술을 받은 후 30일째 되었을 때의 사망률을 분석해 본 결과, 3.3%로 나타났다. 시술 후 1년째 되었을 때의 사망률은 9%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30일과 1년 사이 증가한 사망률에 대해 그 증가폭이 크다고 정의내릴 수는 없다. 시술 나이가 대부분 고령이고, 그 중 90%의 환자가 큰 무리 없이 살아간다는 사실에 비추어 봤을 때 마냥 부정적으로 단정 짓긴 어려운 수치”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TAVI를 시행하는 곳은 15곳이 있다. 반면 일본은 150곳, 미국은 500곳에서 TAVI 시술을 시행중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비교적 TAVI가 보편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최소침습’ TAVI
박덕우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지난 7년간 서울아산병원에서 TAVI를 시술하며 가장 큰 발전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최소침습 TAVI’를 시행해왔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만 최소침습 TAVI를 시행하고 있으며, 최소침습 TAVI 시술 후 30일째 사망률은 1%, 뇌졸중발생률은 1%로 집계됐다. 이는 과거 침습적 TAVI를 시행할 당시 사망률이 4.4%, 뇌졸중발생률 2.2%이었던 것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TAVI는 시술 초기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발전했다. 혈관에 넣는 카테터의 굵기도 많이 가늘어졌다. 예전에는 시술을 위해 전신마취 및 인공호흡을 위한 기관삽관을 시행했다면, 요즘은 수면 마취를 시행한다. 질환 진단 및 카테터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했던 침습적인 경식도 심초음파 대신 흉벽에 의지하는 경흉부 심초음파를 시행한다. 이 모든 것이 모여 ‘최소침습 TAVI’를 이룬다.
◇급여 확대 적용될까?
박 교수는 지난 7년간 서울아산병원에서 TAVI 시술을 했던 경험에 비추어 TAVI 도입 이후의 현황과 미래 전망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TAVI 시술과 관련해 그간 축적된 데이터도 많다. 데이터들이 쌓여 가장 주목할만한 성과를 이룬 것은 시술법이 조금씩 발전함과 더불어 시술 대상도 점차적으로 고위험군에서 저위험군으로 확대해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이미 FDA에서도 ‘중간위험’ 환자군까지는 시도해도 좋을 치료로 권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술 연령대도 초기 평균 나이 83세에서 점점 하향화 되어가는 추세다.
그러나 더 많은 환자들이 TAVI 시술의 혜택을 받기 위해선 건강보험 급여의 확대가 하루 빨리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TAVI의 시술 가격은 약 3,000만원 이상으로 상당히 고가라고 할 수 있다. TAVI는 현재 전체 시술금액의 20% 가량만 급여 혜택이 적용됐다. 이에 고가의 시술 비용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늘어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TAVI 시술 대상 환자는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TAVI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급여의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