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생동안 다양한 바이러스에 노출된다. 최근 영화배우 김우빈 씨에게 찾아온 비인두암의 원인 바이러스인 ‘EBV(Epstein Barr Virus, 앱스타인 바 바이러스)’도 어쩌면 꽤나 많은 현대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바이러스일지 모른다. EBV는 잠복기가 길어 생체 내에 침입한 후에도 좀처럼 겉으로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EBV가 활성화하기 시작하면 경증 질병부터 중증 암까지 발병할 확률이 높아진다. 장기 및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환자들에게 찾아오는 PTLD도 그 중 하나이다.
지난 26일, 대한혈액학회는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제 58회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Optimal treatment for PTLD'라는 주제에 맞춰 PTLD의 전반적인 치료법에 다양한 고견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PTLD란?PTLD(post transplant lymphoproliferative disorder, 장기이식 후 림프증식성 질환)는 1984년에 처음 소개됐으며, 장기와 조혈모세포 이식에서 가장 심각한 합병증 중 하나다.
전체 PTLD 스펙트럼은 반응성 과형성에서 악성 림프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림프 증식 인자를 포함한다.
2008년 WHO가 발표한 PTLD 분류에 따르면 PTLD는 △초기 병변(early lesion) △다형성 PTLD(polymorphic PTLD) △단일형 PTLD(monomorphic PTLD) △Classic hodgkin lymphoma PTLD로 분류된다.
2016년 '초기 병변'의 유형이 ‘형질 세포성 증식 PTLD(Plasmacytic hyperplasia PTLD)’와 ‘감염성 단핵구증 PTLD(infectious mononucleosis PTLD)’로 대체되었으며, 새로운 유형의 ‘미숙 난포 증식성 PTLD(Florid fillicular hyperplasia PTLD)’가 추가된 바 있다.
◇EBV란?EBV는 8종류의 인간 헤르페스바이러스(human herpesvirus, HHV) 중 하나로 감염성 단핵구증, 구강모백반증, 버킷 림프종 등의 원인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EBV에 감염 시 특정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전체 PTLD 환자의 약 60~80%가 EBV 양성이며, 초기 발병한 PTLD 환자의 경우 그 비율은 더 높다. 이것이 PTLD의 치료를 위해 EBV와 관련한 PTLD의 메커니즘, 특히 EBV의 잠복기를 잘 살펴야 하는 이유다.
◇PTLD의 초기 병변 치료초기 병변은 양성 다클론성 림프 증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부분 면역 억제제의 감소로 퇴행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초기 병변에는 CD20 양성인 림프종 치료에 이용되는 항 CD20 항체인 ‘Rituximab’이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다.
Rituximab은 단일클론 항체를 이용한 표적항암제로, 정상 및 악성 B-cell에 발현된 CD20 항원을 표적으로 해 체내 면역체계가 표지된 B-cell을 공격하게 한다. 비호지킨성 림프종, 만성 림프구성 림프종, SLE 등 면역체계 이상으로 발생한 질병에 주로 사용된다.
◇다형성 PTLD의 치료
다형성 PTLD는 혈장 세포 및 중형 림프구와 같이 면역 세포의 혼합된 집단으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다형성 PTLD는 EBV 및 CD20 양성이며 장기이식 후 1년 이내에 발생한다.
이 날 발표자로 나선 윤재호 교수(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는 “발병 부위가 국소적이라면 수술적 절제 또는 방사선 요법을 시행하는 한편, 전신 다형성 PTLD는 다른 화학 요법의 적용 유무와 상관없이 rituximab으로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단일형 PTLD의 치료윤 교수는 “CD20 양성 단일형 PTLD의 경우, 증상이 크지 않거나 합병증에 이차적인 화학 요법을 견딜 수 없는 환자에서 rituximab이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일형 PTLD는 크게 B-cell형과 T-cell형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B-cell 단일형 PTLD는 초기 병변 및 다형성 PTLD로부터 발생하며, rituximab으로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T-cell 단일형 PTLD의 경우, 앞선 치료들과는 다르게 더 상세한 특이적 치료가 시행돼야 한다. 치료 후 적절한 조직학적 지침에 따라 환자를 모니터링을 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전신 다형성 및 단일형 PTLD 모두에서 질병이 지속적이거나 진행성인 경우 EBV를 표적해 치료하는 ‘표적 치료’가 시행돼야 한다.
이는 EBV 표적화 세포 독성 T-cell(EBV-specific cytotoxic T-cell, CTL)에 의해 EBV 관련 면역체계가 회복되는 기전에 기초한다.
◇기타 PTLD의 치료Classic Hodgkin Disease는 주로 KT(신장 이식) 이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드물게 발생한다. 이 유형은 대부분 EBV 양성 반응이 나타난다. 치료는 ABVD 화학 요법을 시행한다.
CNS-PTLD는 전체 PTLD 환자의 5% 미만을 차지할 정도로 드물다. CNS-PTLD는 장기이식 후 오랜 시간이 지나 발병하며 예후가 불량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병 또한 대부분 EBV 양성 반응이 나타난다. 치료는 고용량 MTX에 기반한 화학 요법을 시행한다.
◇PTLD 치료제의 개발 방향은?윤 교수는 “PTLD의 치료 전략은 이식형, 조직학적 유형, 환자 연령, 면역 억제 치료의 유형이나 기간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PTLD의 주요 원인은 EBV기 때문에 EBV에 대한 메커니즘 및 특정한 치료법을 고려해야 한다. EBV에 대한 면역 감시 장애는 EBV 관련 PTLD의 주요 병태 생리학적 기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론적으로 항바이러스제는 EBV 복제 감소에 효과가 있을 수 있고 EBV 전이를 제한할 수 있지만 EBV의 잠복기에 대해서는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계에서는 EBV 양성 종양 세포의 사멸과 바이러스성 항원에 대한 면역 체계 생성을 촉진할 수 있는 EBV의 핵심 용질 복제를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개발된 몇 가지 화학치료제는 5-flurouracil, methotrexate, doxorubicin 및 hintone deacetylase 억제제를 포함한 EBV 복제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교수는 “항생제와 용질주기 유도제의 조합은 EBV에 의한 종양 치료에 있어 매우 유망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잠재적 항생제와 함께 잠복기에서 용질로 전환 할 수 있는 TERT(Telomerase reverse transcriptase) 억제제의 사용도 매력적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EBV와 PTLD의 강한 관련성에도 불구하고 T-cell PTLD 하위 유형의 병인 기전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윤 교수는 “희귀한 PTLD 및 내성 PTLD의 하위 유형에 대해서는 여전히 더 많은 임상 시험이 필요하다”며 희귀성 PTLD 연구의 활성화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