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시민단체가 정부를 대상으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효과가 검증되지 앟은 글리아티린에 건보료를 지급했다는 이유에서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2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하며 이 같이 밝혔다.
건약은 "콜린아포세레이트(대표 제품명 글리아티린, 이하 글리아티린)는 '뇌 영양제'로 알려져 신경과, 내과는 말할 것도 없고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심지어 안과에서도 처방되고 있다"며 "2018년 건보 전체 급여약의 성분별 청구순위 TOP 2위를 차지했고 8년간 청구액은 1조를 초과한 국내제약시장의 블록버스터"라고 말했다.
글리아티린은 △첫째 뇌혈관 결손 등에 의한 2차 증상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으로 허가를 받았다.
건약은 이에 대해 "우리 주변 어르신, 나의 부모님을 한 번 생각해보면 둘째, 셋째 증세에 해당하지 않는 분을 찾아보기 어려운데도, 지난 8년간 약 3천 만 장의 처방전이 발행됐고, 건강보험 재정은 누적 1조원 넘는 돈이 소요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한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허가를 내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건강보험급여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물었으나, 근거 자료라고 보내준 임상 시험이나 논문은 무엇을 증명하기엔 질적 수준이 떨어지는 것들 뿐"이라고 질타했다.
건약에 따르면, 미국에서 글리아티린은 건강기능식품(이하 건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해당 건기식을 판매하는 회사들은 글리아티린이 '인지능력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했는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 해 2월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이러한 광고가 알츠하이머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환자들을 호도했다며 관련 회사들에게 제제 조치를 내렸다는 것.
이에 대해 건약에서는 2017년부터식약처와 건보공단 심평원에 글리아티린 질의를 넣고 면담을 추진해 의견서·요청서를 제출했으며,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도 심평원에 관련 사항을 질의했다.
심평원은 '향후 본 약제의 외국 허가 현황 및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관련 자료 등을 보다 더 면밀히 검토해 약제비가 낭비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급여기준을 설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오히려 글리아티린 시장은 점점 커져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건약은 "건강보험재정 누수를 방치하는 심평원과 건강보험에 대한 총괄적인 책임을 지는 복지부의 직무유기에 대해 감사를 청구한다"며 "비록 감사 청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근거 없는 효과를 허가한 식약처와 고가의 약가를 지출하고 있는 건보공단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감사청구로 감사원의 철저한 감사가 이뤄져 의약품을 둘러싼 식약처, 심평원, 건보공단, 복지부와 같은 기관들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