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난매는 공멸입니다. 약사의 자존심을 짓밟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지난주 한 시·도 약사회 회원에게 전달된 메시지다. 이달부터 공급가격이 인상된 박카스의 판매가격을 적정하게 책정해 달라는 차원에서 전달된 것이다.
박카스 공급가격이 10% 가량 인상되면서 판매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느냐가 최근 약국가의 화두였다. 약국마다 상황에 맞춰 가격을 설정했다. 설문조사 방식을 통해 전반적인 추세를 알아보기도 했다.
◇ 판매가 설정 '왜 민감한가'
특정 제품의 공급가격 인상이 왜 이렇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일까. 판매가격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논의(!)까지 하는 것인가.
배경은 박카스가 갖고 있는 상징성 때문이다. 몇년 사이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면서 약국 이외 채널에서도 판매가 가능해졌지만 박카스는 여전히 약국을 대표하는 드링크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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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품목으로는 다른 제품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워낙 거대 제품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라 약국 대표품목으로 인식된다.
때문에 박카스의 판매가격은 약국에서 취급하는 제품의 판매가격을 가늠하는 일종의 '잣대' 역할을 한다. 박카스 판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다면 다른 제품의 가격 역시 비싸지 않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여느 제품이라면 몰라도 박카스라면 환자나 소비자를 위해 약국마다 합리적인 가격을 설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 낮추면 '난매' 맞추면 '법 위반'
문제는 적정 수준의 판매가격이 얼마냐는 것이다.
박카스는 약국에서 흔히 말하는 '난매'의 기준이 된다. 신용카드 취급수수료를 포함해 설정된 판매가격에 약국마진이 거의 없다면 '난매'로 판단하는게 일반적이다.
가격을 너무 높게 설정하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다빈도 일반의약품 가격조사 결과발표 사례를 보면 '가격차이'는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면서 박카스가 '다빈도 일반의약품 가격조사'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박카스가 판매가격을 가늠하는 기준이라는 점은 여전하다.
한 약사회원은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게 잡으면 '난매'라고 하고, 높게 잡으면 '폭리'라고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렇다고 가격설정을 함께 도모하면 '공정거래 위반'이라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판매가격을 설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특히 여럿이 모여 판매가격을 맞추게 되면 법을 위반하게 될 수 있다는 염려도 있는 상황이다.
◇ '현실화하자' 지적도
공급가 인상을 계기로 판매가격을 현실화하자는 말도 나왔다. 적정 마진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판매가격을 설정하자는 것이다.
보통의 공산품이 30% 정도의 마진을 설정한다는 점을 감안해 박카스도 이 정도에 맞추자는 것이다. 특히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는 편의점을 예로 들기도 한다.
편의점의 판매가격을 문제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싸다고 따지지도 않는다. 체인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판매가격을 설정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데 유독 약국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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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약사회원은 "보통 편의점의 마진이 30% 정도 수준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하고 "이번 기회에 약국에서 취급하는 드링크 제품의 판매가격을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약국에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품목에서 이러한 계기가 마련돼야 마진이 거의 없다고 판단되는 다른 품목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 대세는 '600원, 5,500원'
대략적인 분위기는 공급가 인상 1주일 가량이 지나면서 형성됐다. 1병 600원, 10병 1박스 5,500원~6,000원이 대세다.
약사들이 자주 방문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진행한 조사에서도 판매가격을 600원·5,500원으로 설정한 경우가 우세했다. 실제로 지난 3일 서울의 지하철역 부근에 있는 한 대형약국에서는 박카스 10병 1박스를 5,500원에 판매했다.
당장은 공급가 인상 정도가 판매가격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인상에 따른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는 양상"이라고 말하고 "어떤 형태로든 약국에서 적정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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