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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시행 이후 곳곳의 주택가에서 오랜 기간 주민 건강지킴이로 살아 온 연로한 약사들 중에는 정과 변화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금전적 부담 때문에 쉽사리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경영난에 빠진 이들이 많다. 젊은 신참 약사들은 또 그들대로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 버린 데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대료 등 비용 부담 때문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과감하고 소신 있는 투자로 새로운 약국 개척에 나선 한 원로 약사와 그와 같이 또 따로 처음 개국약사로서의 인생을 시작한 젊은 약사, 정태석․정동욱 부자를 만나 신구가 함께 하는 약국 만들기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하철 7호선 응암역 2번 출구를 나서면 보이는 ‘노벨온누리약국’. 역세권에 주거지역이라 유동인구는 많지만 2층에 치과 하나 달랑 있는 상황을 보면 경영이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십상이다.
정 약사는 역촌동에서 35년간 경영하던 동네약국에서 불과 2년 전에야 이곳으로 나와 노벨 약국을 개국했다. 오랜 세월 정들었던 약국을 떠나오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분업 이후 어려워진 경영에서 벗어나려면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지금의 노벨약국 자리를 분양 받아 새로운 시작에 도전하게 됐다.
당시에는 주위에 처방전을 수용할 의료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보자는 아들의 권유도 있었지만, 입지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과 열심히 하면 된다는 믿음으로 개국을 밀어 붙였다. 약국을 옮기며 가입한 온누리 체인에서 주관한 일본 약국 방문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그곳에서 보고 느낀 대로 약국 인테리어도 갖췄다.
일반의약품도 마진보다는 일단 먹으면 나을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어 고객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고,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1년간은 일요일도 없이 약국 문을 여는 열성을 보이자 조금씩 손님이 늘어 이제는 처방전도 제법 들어오고 매약도 충분치는 않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약사 스스로가 양심적으로 열심히 하고, 지역민들과 유대를 돈독히 하는데 힘쓰다 보면 자연스레 약국도 잘 되고 사소한 오해나 불신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녁시간이면 약 살 곳이 없어 불편해 하던 인근 주민들이 어느새 노벨약국의 단골이 됐다. 오래 참고 기다린 덕분인지 곧 2층에 의원도 하나 새로 들어선다.
부자가 함께 하니 힘이 두 배
정태석 약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는 그의 아들 정동욱 약사 내외의 기여도 한몫 했다.
부부 약사인 아들 내외와 함께 한 덕에 약국 운영에 보다 새로운 요소들을 도입함은 물론 주말도 없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 까지 약국을 여는데 짬짬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정동욱 약사도 제약사 근무를 접고 다른 약국에서 근무하기도 했지만 새우리약국을 개국하기 전까지 아버지와 함께 노벨약국을 만들어 가며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새로운 시도들을 해 볼 수 있었다.
약국도 다양한 도전 속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오픈마켓에서, 그리고 개별 사이트를 오픈하면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해 보기도 했다.
원칙과 소신을 중시하는 아버지의 영향 때문일까, 정동욱 약사는 젊은 세대답게 약국에만 매여 살지 않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삶을 선호하고 시대 변화를 따라가기 위한 새로운 시도에 적극적이지만 그만큼이나 정직하고 원칙을 지키는 약국경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노벨약국 개국 이후 오래지 않아 홍제역 역세권 의원 밀집 지역에 새우리약국을 개국한 정 약사는 좁은 약국에도 불구하고 근무약사를 2명 채용해 자신까지 3명의 약사가 철저하게 조제하고 복약지도 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또 소아과 처방이 많은 특성 상 복잡한 조제에서 최대한 실수를 없애기 위해 처방전 입력부터 정제, 산제 포장, 라벨 작업까지 대부분의 처리 과정을 자동화했다.
약 봉투에도 기본적인 처방약의 효능효과를 인쇄해 주고 처음 약국을 방문하는 환자에게는 환자가 처방받는 질환에 해당하는 A4 한 장 분량의 복약설명문을 별도로 만들어 준다.
의원과 약국이 밀집된 지역에서 일반화된 드링크 제공도 피하기 위해 아예 제공하지 않는 시도를 하던 끝에 고객과 실랑이를 한 적도 여러번. 요즘은 계절별로 따뜻한 차나 쥬스 기계를 준비해 약국 근무자들도 마시면서 필요한 손님에게는 한잔씩 대접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기본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기존 약국들이 취하는 무면허자 판매나 조제와 같은 행동에 염증을 느낀 환자분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노력하는 모습을 알고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특히 복약설명문을 드리면 간혹 싫어하시는 분도 있긴 하지만 90% 정도는 놀라고 매우 좋아하시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정동욱 약사는 특히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약국가에서도 이제는 각각의 약국이 명확한 타겟 고객 층을 설정해서 그들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새우리 약국의 경우에도 인근에 소아과와 내과가 있지만 유독 소아과를 방문하는 젊은 엄마들이 많이 찾는다. 정 약사 스스로가 보다 전문성 있는 서비스와 원칙을 지키는 경영으로 젊은 층의 기호에 맞는 약국 컨셉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는 더불어 약사 본인 스스로가 일하고 싶은 약국을 만들어가는 것이 꿈이라고 강조했다.
“카운터나 불법적인 행동을 한다면 저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해 약국에 가기 싫을 것 같아요. 그리고 얼마 전에 불만제로에서도 지적됐지만 우리 약사 스스로가 그 동안 암묵적으로 관행화돼 있던 불법적인 요소들을 고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약사 직능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너무 욕심 내지 않고 떳떳하고 즐겁게 그리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그 안에서 차별화된 색깔을 가진 그런 약국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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