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 “CDMO 고객 질문 바뀌었다…AI로 송도·시러큐스 잇는다"
송도 12만L 공장 설계부터 데이터 통합…시러큐스 생산 경험 연결해 기술이전 효율화
'앵커·브리지·컨버지' 전략 가동…CFD 등 공정 시뮬레이션으로 스케일업 위험 사전 분석
사내 혁신 아이디어 3배 증가·80% AI 활용…생산·품질 데이터 통합하고 고객 포털 확대
권혁진 기자 │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10-26 14:08   
롯데바이오로직스 김혜미 디지털코어 담당장 겸 최고정보보호책임자가 '2026 AI-바이오 신약허브 글로벌 서밋 인천'에서 발표하고 있다.©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시러큐스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경험과 인천 송도 신규 공장의 디지털 인프라를 결합해 기술이전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전략을 추진한다. 

송도 공장은 설계 단계부터 생산설비와 품질 시스템의 데이터 연계를 고려, 인공지능(AI)과 공정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위험요인을 사전에 분석하고 고객사의 개발, 생산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김혜미 디지털코어 담당장 겸 최고정보보호책임자(Chief Information Security Officer, CISO)는 23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2026 AI-바이오 신약허브 글로벌 서밋 인천(ABDD SUMMIT 2026 In Incheon)'에서 AI 기반 CDMO 운영 전략과 적용 사례를 공개했다.

김 담당장은 “과거 고객은 우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지, 복잡한 공정을 성공적으로 이전할 수 있는지를 물었지만, 이제는 우리의 성공을 더 빠르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며 “이것이 AI 시대 위탁개발생산(CDMO) 고객이 던지는 새로운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시러큐스 제조 경험에 송도 AI 인프라 결합…설계부터 데이터 통합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디지털 전략은 미국 시러큐스와 인천 송도 두 생산거점의 특성에서 출발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말 미국 BMS의 시러큐스 생산시설 인수를 완료하며 바이오의약품 생산 경험과 품질관리, 글로벌 규제기관 대응 역량을 확보했다. 이후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결합해 암세포에 전달하는 치료제인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의 생산시설도 구축했다.

반면 송도 바이오 캠퍼스는 기존 설비의 제약 없이 새로운 생산시설을 설계하는 그린필드(Greenfield) 방식으로 조성했다. 지난 6월 주요 건설공사를 완료하고 사용승인을 받은 제1공장은 연간 12만L 생산능력을 갖췄다. 현재 설비 적격성 평가와 제조·품질 시스템 검증을 거쳐 2027년 상업생산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김 담당장은 “많은 제조기업이 AI를 도입하려 할 때 수십 년 전에 구축된 시스템과 데이터의 한계 속에서 고민한다”며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처음부터 AI와 디지털 기반의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CDMO를 설계했다”고 밝혔다.

두 생산거점의 연결은 수주사업 확대와도 맞닿아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6일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기업 알보텍(Alvotech)과 장기 생산계약을 체결했다. 시러큐스에서 복수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계약으로, 기술이전과 제조 적격성 평가, 규제기관 승인 등을 거쳐 상업 공급에 나선다. 향후 협력 확대에 맞춰 송도까지 연계하는 이원화 생산 지원체계도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시러큐스의 제조 경험과 송도의 디지털 인프라를 결합하는 전략을 '경험 증폭(Experience Amplification)'으로 정의했다. 생산·품질 지식을 개별 직원이나 생산시설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두 거점에서 반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자산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공정 데이터 연결하고 시뮬레이션으로 사전 검증…기술이전 위험 줄인다

이를 위한 실행 방안은 앵커(Anchor), 브리지(Bridge), 컨버지(Converge)로 구성한 '디지털 ABC' 전략이다.

앵커는 생산·품질·설비·실험실에 흩어진 데이터를 공통 기준으로 연결하는 단계다. 바이오의약품은 하나의 생산 배치(Batch)에 사용한 원부자재와 설비, 시험 결과, 품질 이력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시스템마다 데이터 기준이 다르면 공정 전체를 파악하거나 이상 발생 원인을 추적하기 어렵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 공장 구축 초기부터 기준정보관리(Master Data Management, MDM) 체계를 설계하고, 전사적자원관리(ERP)와 실험실정보관리시스템(LIMS), 생산설비의 운영기술(OT) 데이터를 연결할 수 있도록 구조화했다.

김 담당장은 “AI가 활용되려면 각 시스템이 같은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AI를 도입한 다음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데이터가 연결되도록 설계했다”며 “AI가 학습하는 것은 데이터이지만 사람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것은 맥락이 포함된 정보”라고 설명했다.

브리지는 생산현장과 전사 시스템, 시러큐스와 송도, 나아가 고객사를 연결하는 단계다. 고객사의 지적재산을 보호하면서 두 생산시설의 공정 운영 경험과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컨버지는 축적한 데이터를 실제 공정개발과 의사결정에 활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산유체역학(Computational Fluid Dynamics, CFD)을 포함한 공정 시뮬레이션이다.

CFD는 유체의 흐름과 혼합 특성을 컴퓨터로 계산하는 기술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CFD 등 공정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배양기 내부의 혼합, 전단응력(Shear Stress), 이산화탄소 분압(pCO₂) 등 주요 공정 변수를 사전에 예측하고 있다.

이들 변수는 배양액 내 물질 전달과 세포에 가해지는 물리적 자극, 세포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스케일업(Scale-up) 과정에서 조건이 달라지면 세포 성장과 생산성, 제품 품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시뮬레이션으로 이러한 변화를 분석해 기술이전 과정의 위험요인을 사전에 검토하고 있다.

김 담당장은 “기술이전 과정에는 제품 특성과 설비, 생산 규모, 온도 등 수많은 공정 변수가 관여한다”며 “전문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 전문가의 경험을 더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는 없겠느냐”고 말했다.

사내 AI 아이디어 80%…고객 대응·생산 의사결정까지 확대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데이터 통합을 실제 업무와 고객사 대응으로 확대하고 있다. 생산·품질·엔지니어링·안전환경 등 부서별 정보를 연결하는 디지털 업무환경을 구축해 아침 업무회의와 주간회의에 활용하고 있다. 올해 안에는 직원용 'LOTTE BIOLOGICS Web AX Portal'과 경영진용 'Executive Dashboard'를 통해 데이터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향후 두 생산거점의 운영·품질·설비 데이터를 통합 모니터링하고, AI 기반 분석과 설비 예지보전, 생산 일정 최적화까지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송도 제1공장은 아직 상업생산 이전 단계인 만큼 현재는 대규모 생산 데이터 분석보다 데이터 구조화와 시스템 연결에 집중하고 있다.

고객 포털도 단순한 자료 조회를 넘어 프로젝트 진행 상황과 잠재적 위험요인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확대한다. 고객사의 기밀정보를 보호하면서 중요한 변화나 이상 징후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필요한 의사결정을 함께 진행하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다.

김 담당장은 “고객은 더 많은 데이터보다 더 빠른 이해를 원하고, 더 많은 보고서보다 더 빠른 대응과 원인 규명을 원한다”며 “고객 포털은 단순한 정보 조회 시스템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한 고객 접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직원들의 AI 활용도 확대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0월 첫 사내 디지털 아이디어 공모전 'L.Seed'를 개최한 데 이어 올해 8월 두 번째 행사를 진행했다.

제2회 행사 참여 인원과 제출 아이디어는 제1회 대비 각각 2배,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제출 아이디어 중 80%는 AI 기술 활용과 관련됐고, 70%는 즉시 과제로 추진 가능한 아이디어로 분류했다. 생산·품질·공급망관리 등 현업 직원들이 직접 업무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AI 기반 시제품이나 대시보드를 제작하는 사례도 나왔다.

김 담당장은 “아무리 훌륭한 AI나 플랫폼이 있어도 결국 현장에서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직원들이 직접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안을 만들어내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6 AI-바이오 신약허브 글로벌 서밋 인천’ 현장.©롯데바이오로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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