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말하고 정책이 답하다”…AI 시대 성교육 개선 과제 국회서 논의
청소년 9명 직접 발언…AI 합성 사진·학교 성교육·디지털 관계 등 경험 공유
한국오가논 후원 ‘세이플루언서’ 성과 공유…청소년성문화센터 법적 기반 강화 등 제안
최윤수 기자 │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10-15 09:36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와 권리, 성교육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청소년들이 직접 경험과 의견을 전달하고, 전문가들이 이를 바탕으로 법·제도 개선 과제를 제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상임대표 이명화, 이하 한성협)는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AI·디지털 시대 아동·청소년 성보호·권리·교육 – 청소년이 말하고 정책이 답하다’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정춘생·손솔·용혜인·이수진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한성협이 주관했으며, 오가논과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가 후원했다.

현장에는 전국 청소년성문화센터 종사자와 청소년, 정부·연구기관 및 시민사회 관계자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오가논의 ‘2026 Organon Her Health Grant’ 연계사업인 ‘K-Youth SRHR Voice-up Project’의 하나로 진행됐다.

특히 한국오가논이 2023년부터 지원해 온 청소년 성문화 동아리 ‘세이플루언서’ 1~3기의 활동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청소년성문화센터의 역할과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이플루언서는 ‘SAY(Sexuality About the Youth)’와 인플루언서를 결합한 명칭으로, 청소년이 직접 참여하고 실천하는 성문화 동아리다.

청소년 9명 직접 발언…AI 합성 사진·성교육·디지털 관계 경험 공유
토론회 1부에서는 초등학생부터 후기 청소년까지 총 9명이 무대에 올라 AI·디지털 이용환경과 또래문화, 학교 성교육 실태, 연애 등에 관한 경험을 공유했다.

발언에는 성폭력과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청소년들의 목소리도 포함됐다.

김태경 율곡초등학교 청소년은 성교육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의 다양함을 존중하는 것”을 꼽았다.

송지민 정신여자중학교 청소년은 친구가 보낸 AI 합성 사진을 접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송지민 청소년은 “다른 사람들이 웃는다고 해서 그 행동이 괜찮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AI와 디지털 플랫폼에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기능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고유 인헌고등학교 청소년은 연애와 동의, 피임, 디지털 관계 등 청소년들이 실제로 궁금해하는 내용을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성교육 정책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청소년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이후 청소년성문화센터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 한 청소년은 “도움을 요청한 청소년이 혼자 남겨지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석 청소년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경험하는 문제와 기존 성교육의 한계를 공유하면서, 실질적인 교육과 상담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청소년 성지식 평균 31.7점…관계·소통·디지털 역량 중심 교육 강조
이어진 2부에서는 청소년들의 발언을 바탕으로 성교육의 현황과 개선 과제를 살펴보고,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박은하 용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소년의 성지식 수준과 성교육 환경에 관한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2024년 A시에서 진행된 조사에서 청소년의 성지식 점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31.7점으로 나타났다.

성에 관한 정보를 얻는 주요 경로는 학교가 68.0%, 또래가 35.0%로 조사됐다.

박 교수는 국제적인 성교육의 흐름이 기존의 ‘동의’에 관한 교육을 넘어 관계와 소통, 디지털 역량을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세이플루언서 활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사후 설문조사에서 교육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청소년들이 실제 생활에서 경험하는 디지털 관계와 성 관련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과 접근 방식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국 57개 청소년성문화센터…법적 기반·지원체계 강화 필요
이동진 한성협 공동대표는 전국 청소년성문화센터의 운영 현황과 제도적 과제를 발표했다.

이 공동대표에 따르면 전국 57개 청소년성문화센터는 매년 연인원 180만~200만명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과 관련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7조에 따라 청소년성문화센터는 여전히 ‘설치할 수 있는 기관’으로 규정돼 있어 법적 기반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집중학년 이수제와 지역 성교육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한 교육 체계화, 성상담 확대, 청소년 참여 확대 등을 제안했다.

특히 세이플루언서 활동을 국가사업으로 전환하고,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 AI 성·관계 상담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공동대표는 이러한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조속한 심사도 요청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청소년이 안전하게 질문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담 환경과 지속적인 성교육 체계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오리온 하자센터 청소년운영위원장은 청소년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정부 공인 상담 창구와 이를 뒷받침할 지원체계, 관계 중심 성교육 확대를 요청했다.

박인태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아하!) 청소년운영위원은 학기 단위로 주제별 성교육을 편성하고, 모든 학생이 최소 1회 이상 성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현숙 사단법인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청소년성문화센터를 단순한 집단교육 수행기관에서 교사의 역량 강화와 심층적인 지원을 담당하는 거점으로 개편하고, 이를 위한 법적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식적 교육 넘어 안전하게 질문하고 도움받을 권리 보장해야”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청소년 성교육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이 교육의 형식적 실시 여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이 실제로 안전하게 질문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허 조사관은 이를 위해 청소년성문화센터 설치 근거 강화와 디지털 성교육 서비스의 개인정보 관련 특례, 위기 개입체계, 청소년 참여 절차의 제도화 등을 입법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청소년성문화센터의 법적 근거와 중앙지원체계 마련 ▲학교와 연계한 지속적인 교육 및 상담 접근성 확대 ▲청소년 참여의 제도화와 AI·디지털 환경 대응 등이 공통적인 정책 과제로 제기됐다.

이명화 한성협 상임대표는 “청소년의 목소리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와 권리,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공서비스인 만큼, 청소년성문화센터의 법적 기반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은 한국오가논 대표는 “AI·디지털 환경의 변화에 맞춰 청소년들이 건강한 관계와 성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교육과 사회적 대응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성협과 함께한 세이플루언서의 성과가 아동·청소년 정책의 실질적인 변화와 지원 확대에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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