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의 전면적인 약가제도 개편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지각변동이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기업평가(KR)가 발표한 '14년만의 약가제도 개편이 제약·바이오업계에 미치는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개편은 단순한 약가 인하를 넘어 제약산업 생태계를 제네릭 중심에서 연구개발(R&D) 혁신과 품질·공급 역량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로 분석됐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 골자는 제네릭 및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의 기본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전격 하향 조정한 점이다.
아울러 필요 이상의 제네릭 난립을 억제하기 위해 계단식 약가 인하 적용 기준을 기존 '동일 성분 20번째 품목'에서 '13번째 품목'으로 대폭 앞당겼다. 다품목 등재 관리 제도도 신설되어 동일 제제 13개를 초과 등재시키는 제네릭은 등재 후 1년 경과 시 직전 최저가의 85%로 자동 조정되는 등 시장 진입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러한 약가 인하는 제네릭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수익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KR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이번 약가제도 개편은 단순한 약가 인하를 넘어 제네릭 중심의 산업구조를 혁신, 품질, 공급역량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라며 "단계적 적용으로 단기 실적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업체별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의 차별화가 극명하게 확대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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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특허만료 오리지널 매출비중 및 완충 시나리오별 영업이익 민감도' 분석에 따르면, 완충 장치 없이 기본 산정률 45%가 적용될 경우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 폭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국내 제약사의 평균 수익성을 반영해 영업이익률 8%를 달성 중인 기업을 가정했을 때, 제네릭 매출 비중이 15%인 기업은 영업이익이 30% 감소하며, 매출 비중이 30%인 기업은 영업이익의 60%가 축소된다.
특히 중견·중소 제약사에서 보편적인 매출 비중 50% 구간에서는 영업이익 감소율이 100%에 달해 영업이익 전액이 소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릭 매출 비중이 70%에 달하는 기업은 영업이익 감소율이 무려 140%에 이르러 극심한 적자 구조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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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실적 충격을 방어할 핵심 완충 수단으로는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 지정과 필수의약품 우대 제도가 꼽힌다. 기등재 의약품 재평가 과정에서 혁신형 제약기업은 4년간 49%,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3년간 47%의 산정률을 적용받아 약가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실제로 혁신형 특례(49%)가 적용될 경우, 제네릭 매출 비중 50%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율은 100%에서 53%로 절반 수준까지 완화되며, 매출 비중 70% 기업 역시 감소율이 140%에서 74%로 크게 방어된다.
또한 원료를 직접 생산하거나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국가필수의약품은 68%의 약가 우대가 주어지며, 요건 충족 시 신규 등재 약제는 10년, 기등재 약제는 5년 이후에도 우대가 지속된다.
여기에 항생주사제와 소아용 의약품 직접생산 품목까지 우대 대상이 확대됐으며, 약가유연계약제 적용 범위도 특허만료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 등으로 넓어졌다. 그러나 혁신형 특례(4년)와 준혁신형 특례(3년)는 한시적 조치인 데다, 2029년 7월부터는 혁신형 인증 유지를 위한 R&D 투자 비율 요건(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 기준 5%→7%)이 상향될 예정이어서 영구적인 방어막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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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은 유효신용등급을 보유한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9개사를 대상으로 노출도와 대응 역량을 세 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혁신형 인증과 신약 파이프라인, 해외 매출 등 복수의 완충 수단을 갖춘 '노출도 중·대응력 상' 그룹(보령, 에이치케이이노엔, 동아에스티)은 단기 신용도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혁신형 인증을 보유하지 못하고 국내 급여 시장 의존도가 높은 '노출도 중·대응력 중' 그룹(종근당, 대웅제약)은 중장기적 실적 및 재무지표 하방 압력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CDMO 전업 구조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시밀러 중심의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셀트리온, 필수의약품과 생물의약품 비중이 높은 녹십자, 그린케미칼 등 비제약 부문 비중이 높은 에스케이케미칼은 '노출도 하·대응력 상' 그룹으로 분류되어 약가 인하에 따른 직접적 타격권에서 벗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약가 인하의 누적은 기업 간 R&D 투자 기조의 양극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무완충력이 우수한 대형사는 핵심 후기 파이프라인 중심의 투자를 이어갈 수 있으나, 현금창출력이 제약된 중견·중소 제약사는 초기 연구과제와 설비투자를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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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가 산정률 인하 시 중견기업은 R&D 투자를 26.5%, 중소기업은 설비투자를 52.1% 축소할 것으로 응답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 약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저수익 후발 제네릭 품목 퇴출, 위탁개발생산(CDMO) 활용 및 생산시설 통합을 통한 원가 절감, 자체 생동 및 원료의약품 내재화 등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은 단순한 약제비 통제를 넘어 제약업계에 과거 모델에 안주할 것인지 미래를 향한 혁신에 나설 것인지 엄중한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 영업망과 복제약 난립에 의존하던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가 명확해진 만큼, 정책 유예 기간 동안 신약 R&D 파이프라인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진출과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기업만이 재편되는 생태계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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