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간판 대신 '근거' 찾는다…글로벌 지형도 흔든 K-뷰티
숏폼·AI 쇼핑 시대…시각적 효능 증명하고 데이터 구조화해야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7-08 06:00   수정 2026.07.08 06:01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고가 프리미엄 제품이 곧 고성능이라는 공식이 빠르게 힘을 잃고 있다. 소비자들이 합리적 가격대에서도 눈에 보이는 효과와 임상적 신뢰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커머스와 소셜커머스 확대는 이 변화를 더 키우고 있다. K-뷰티는 이 조건에 빠르게 맞아떨어지며 글로벌 뷰티 시장의 새 구매 문법을 만들어가고 있다.

맥킨지는 최근 공개한 '매대에서 알고리즘으로: 2030년 성장을 이끄는 뷰티 카테고리·채널·콘셉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진단하며, 글로벌 뷰티 시장이 크게 가격대와 유통 채널 두 가지 측면에서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뷰티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5% 성장해 59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스킨케어, 헤어케어, 향수, 색조 등 핵심 카테고리는 모두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카테고리와 가격대별 기회는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맥킨지가 예측한 카테고리·가격대별 글로벌 뷰티 시장 성장세. 핵심 카테고리들은 가격대와 상관없이 모두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맥킨지


고가 선호 흔들…웰니스도 뷰티에 편입

보고서는 "스킨케어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프리미엄=고성능'이라는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소비자들은 럭셔리 가격대가 아니어도 눈에 보이는 결과와 임상적 신뢰도를 제공하는 저가 브랜드, 특히 피부과 기반 브랜드와 K-뷰티 브랜드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고가 제품을 성능의 보증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합리적 가격대에서도 성분과 효과, 임상적 신뢰도를 확인하려 한다. 다만 가격 접근성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사용 후 변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함께 제시돼야 구매로 이어진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K-뷰티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도 단순히 저렴한 가격대 때문이 아니라 효능과 성능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서다. K-뷰티는 중저가와 매스티지 가격대에서 성분을 전면에 내세우고, 사용 후 변화를 콘텐츠로 보여주며, 기능성 제품을 빠르게 세분화해 온 점이 글로벌 소비자의 달라진 구매 기준과 맞닿아 있다고 분석됐다.

맥킨지의 2025년 글로벌 뷰티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뷰티의 의미를 '자신감'으로 꼽았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외모를 넘어 마음과 몸을 돌보는 것'이라는 응답도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소비자들에게 뷰티가 일상적인 루틴과 웰빙,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돌보는 개념으로 확장되면서 기능성 영양, 수면 관리, 보충제 같은 웰니스 제품은 물론 피부과 시술과 에스테틱 서비스까지 뷰티 소비의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 파생 상품  역시 이러한 뷰티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체중 감량 이후 나타나는 얼굴 볼륨 감소나 피부 건조, 모발 가늘어짐을 해결하기 위한 스킨케어, 헤어케어, 보충제 수요가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는 것. 맥킨지는 GLP-1 사용 가구가 비사용 가구보다 뷰티 제품에 약 30%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한다고 추산했다.


SNS서 발견하고 아마존서 구매…유통 공식도 바뀐다

현재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이커머스는 채널별 매출 비중이 28%로 가장 큰 유통 채널이다.  이어 식료품·대형마트 채널(19%), 뷰티 전문점(18%) 이 비중이 컸다. 소셜커머스는 뷰티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채널로 꼽혔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뷰티 매출 성장의 대부분은 이커머스에서 나올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소셜커머스, 디지털 마켓플레이스, 에이전틱 커머스를 통해 브랜드를 발견하고 구매하면서 유통 지형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시장에선 아마존, 울타뷰티, 세포라, 틱톡 네 곳이 미국 뷰티 시장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맥킨지는 올해 아마존과 틱톡의 코어 뷰티 매출 합계가 세포라와 울타뷰티 합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봤다.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소셜 커머스' 틱톡의 뷰티 매출은 2023년 이후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는 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미국 뷰티 매출에서 틱톡 비중은 약 2%에 그치지만, 성장 속도는 가장 빠르다. 틱톡 뷰티 매출은 2023년 이후 연평균 약 260% 증가했고, 스킨케어는 같은 기간 약 300% 성장했다.

소셜커머스와 이커머스 중심의 성장 환경에선 뷰티 소비자를 설득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짧은 시간에 소비자의 관심을 붙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효능, 독특한 성분, 사용 전후의 변화, 제형 경험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력이 콘텐츠로 전환되지 않으면 발견과 구매가 동시에 일어나는 플랫폼 환경에서 성장하기 어렵다.

K-뷰티가 유통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배경이  바로 이것이다. 보고서는 닥터멜락신과 메디큐브 사례에 주목하며, K-뷰티 브랜드들이 소셜커머스 숏폼 환경에서 시각형 콘텐츠로 제품을 알리고 아마존 구매로 수요를 이어가는 새로운 소비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피큘 기반의 시각적 콘텐츠로 틱톡서 ‘대박’을 터뜨린 닥터멜락신은 2025년 미국 틱톡샵 스킨케어 카테고리에서 1년 만에 10%의 점유율을 달성하고 57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메디큐브는 올해 1분기 미국 아마존과 틱톡샵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럭셔리 채널과 일반 유통채널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미국 뷰티 전문 채널에 입점한 브랜드의 약 20%는 저가 대중 마트 채널인 월마트에도 입점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소비자 역시 할인매장이나 백화점, 뷰티 전문점 등을 특정 가격대 브랜드만을 위한 채널로 보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맥킨지는 한국의 다이소를 이 같은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기존 제품을 단순 할인하는 대신, 다이소 가격대에 맞춘 전용 서브라인을 만들고 포뮬러와 패키지를 단순화해 새로운 고객 접점을 만든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대중 유통 채널에서 판매하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성공 여부는 채널별 맥락에 맞춘 독점 용량·키트 같은 상품 전략과 효능이 입증된 프리미엄 성분을 통한 가성비 인식 제고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생성형 AI 최적화 시스템 갖춰야

보고서는 "AI 플랫폼이 향후 3~5년 안에 이커머스 거래의 최대 35%를 견인할 수 있다"며 "뷰티에선 AI 에이전트가 소비자의 검색과 비교 과정에서 성분, 효능 주장, 사용 루틴에 맞는 제품 선택을 돕는 보완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뷰티 브랜드들은 기존의 단순 키워드 중심 검색 최적화에서 벗어나, AI 시스템이 제품을 정확히 해석할 수 있도록 '생성형 엔진 최적화'가 필요하다. 제품의 핵심 성분과 임상 근거, 사용 목적 등의 데이터를 AI가 읽기 쉬운 형태로 구조화해 두어야만 AI의 추천 결과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 투명한 라벨링과 성분 공개, 외부 플랫폼에서의 신뢰도도 중요해졌다.

맥킨지는 K-뷰티도 빠른 제품 기획과 합리적 가격대에 더해 효능을 증명하고 전달하는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효능,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짧은 콘텐츠로 전달되는 제품 특징, 플랫폼별 구매 전환 구조, AI가 해석할 수 있는 제품 정보가 변화하고 있는 뷰티 시장에서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맥킨지는 "뷰티와 웰니스, 서비스, 콘텐츠, 커머스 간의 경계가 계속해서 모호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를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회로 삼고, 소비자가 브랜드를 발견하고 평가하며 구매하는 현재의 방식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기업만이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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