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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데이터만으로는 딜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파트너는 데이터 자체보다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상·규제·사업화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사이러스테라퓨틱스(이하 사이러스) 임상개발센터장 한솔 상무는 최근 열린 ‘서타라(Certara), Certainty Korea 2026’에서 바이오텍 기술이전 핵심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파트너가 개발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구조화하는 역량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 상무는 “라이선싱은 데이터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라며 “어떤 리스크가 있고, 어떻게 평가했으며,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하나의 스토리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이러스는 이 전략으로 대규모 기술이전을 만들어냈다. 유한양행은 2024년 사이러스와 카나프테라퓨틱스로부터 SOS1 저해 기전 항암제 후보물질 ‘CYRS1645’를 도입했다. 총계약 규모는 2080억원, 계약금 60억원과 개발·허가·매출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하며, 순매출액에 따른 경상기술료는 별도다.
한 상무는 “하나의 강점으로 설득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좋은 자산에 대한 기회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하나의 미충족 요소도 탈락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효능은 출발점일 뿐, 딜은 ‘개발 가능성’이 만든다
한 상무는 기술이전 경쟁 기준이 효능 데이터에서 개발 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후보물질 효능 데이터만으로도 후속 논의가 가능했지만, 현재 글로벌 파트너는 효능, 안전성, 약물-약물 상호작용(Drug-Drug Interaction, DDI) 위험, 개발 가능성, 규제 전략, 시장 내 차별화 가치를 함께 본다는 것이다.
한 상무는 이를 ‘디시전 레디 패키지(decision-ready package)’라고 설명했다. 파트너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설계한 구조화된 데이터 패키지라는 의미다.
그는 “효능은 더 이상 차별적 요소가 아니라 기본 조건”이라며 “현재는 효능, 안전성, DDI 리스크, 개발 가능성, 규제 전략이 하나의 연결된 구조로 설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SOS1은 RAS 신호전달 경로와 관련된 표적이다. SOS1 저해제는 SOS1-RAS 상호작용을 방해해 RAS/MAPK 신호 활성화를 낮추는 저분자 항암제다. 현재 ‘CYRS1645(YH44529)’는 고형암을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다.
“데이터를 생성하지 말고 의사결정을 설계하라”
사이러스 개발 전략은 데이터 우선 접근보다 질문 중심 접근에 가깝다. 먼저 실험을 하고 데이터를 쌓은 뒤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실험 전에 그 실험이 답해야 할 개발 질문을 먼저 정하는 방식이다.
한 상무는 “우리는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위해 데이터를 설계한다”며 “어떤 데이터를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그 데이터가 다음 의사결정에 어떤 근거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상무가 제시한 핵심 질문은 다섯 가지다. △안전하게 개발할 수 있는가 △DDI 리스크는 관리 가능한가 △약동학·약력학(pharmacokinetics/pharmacodynamics, PK/PD) 기반으로 임상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가 △개발 리스크는 통제 가능한가 △차별화된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가다.
이 질문은 특히 비임상 단계에서 중요하다. 신약개발은 발굴, 비임상, 임상, 상업화 단계로 이어지지만, 최근 파트너링 기준은 비임상 단계부터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파트너는 초기부터 임상으로 갈 수 있는지, 시장에서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를 동시에 묻는다.
한 상무는 “개발 과학과 개발 사업이 분리되지 않고 초기부터 통합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이는 실험 중심 개발에서 의사결정 중심 개발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DDI는 나중에 확인하는 항목이 아니다
DDI는 병용 약물 간 상호작용으로 약물 노출, 효능,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특히 항암제는 병용요법으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 환자도 기존 항암제나 지지요법 약물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 단계부터 병용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한 상무는 “DDI 이슈는 나중에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 물질이 DDI 리스크로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먼저 설정하고, 그 질문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단계부터 CYP 억제·유도, 수송체 상호작용, 임상에서의 피해약물(victim) 또는 가해약물(perpetrator) 가능성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CYP는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주요 효소군이며, 수송체는 약물이 세포 안팎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관여한다. 후보물질이 이들 경로에 영향을 주거나 영향을 받으면 병용 약물의 혈중 노출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독성 증가나 효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DDI 평가는 단순한 비임상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임상 설계와 병용 전략, 개발 속도에 영향을 주는 판단 근거다. 한 상무가 강조한 것은 DDI를 임상 진입 이후 확인할 위험요소로 남겨두지 않고, 비임상 단계에서 먼저 답해야 할 개발 질문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파트너가 후보물질의 병용 가능성과 개발 지속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사전에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며 “문제가 드러나더라도 사전에 준비해야 나중에 개발 지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CYRS1542도 같은 방식으로 IND 속도 높였다
사이러스는 이 같은 의사결정 중심 개발 방식을 리드 프로그램 ‘CYRS1542’에도 적용하고 있다. CYRS1542는 GSPT1 분자접착분해제(molecular glue degrader, MGD)다. 분자접착분해제는 표적 단백질을 직접 억제하는 기존 저해제와 달리, 세포 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활용해 질환 관련 단백질 제거를 유도하는 표적단백질분해제 계열이다.
한 상무는 신속한 IND 확보 배경으로 안전성 통합 평가, DDI 리스크 사전 평가, PK/PD 기반 임상 반응 예측, 임상 개발 가능성 평가를 하나의 의사결정 체계로 통합한 점을 꼽았다.
한 상무는 “속도가 빨라진 것이 아니라 지연 요소를 미리 제거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사례”라며 “초기 단계부터 핵심 질문 중심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외부 전문성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CYRS1542는 소세포폐암(SCLC), 비소세포폐암(NSCLC), 전립선암, 신경내분비암, 혈액암 등을 대상으로 개발 중이다. 현재 미국 FDA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양쪽에서 임상시험계획(IND)을 확보했으며, 임상 1a상을 진행 중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단순한 기술거래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상무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바이오벤처, 제약사, 규제 전문가, CRO·CDMO 등 파트너 생태계가 함께 학습하며 개발 역량을 높이는 구조”라며 “규제과학과 외부 전문성을 초기 개발 단계부터 연결해야 개별 파이프라인의 성공을 넘어 산업 전체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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