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만 대표 “오가노이드 규제 활용 못하면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서 밀린다”
FDA 동물대체 로드맵 이후 오가노이드 규제 활용 본격화
STAND·DDT 중심으로 비임상 평가 체계 전환…“기술보다 규제 진입 전략이 관건”
오가노이드사이언스, ADC·장 흡수·피부 독성 평가로 활용 확대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6-08 10:26   수정 2026.06.08 10:26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유종만 대표가 ‘2026 한국에프디시규제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오가노이드 기반 ADC 평가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유종만 대표©약업신문=권혁진 기자

미국 FDA가 동물실험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접근방법론(New Approach Methodologies, NAMs)을 신약개발 규제 체계로 끌어들이면서 오가노이드 기반 비임상 평가 플랫폼이 규제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유종만 대표는 5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한국에프디시규제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오가노이드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의 산업 적용 사례와 비임상 평가 혁신’을 주제로 발표했다. 세션 주제는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동물대체시험법 NAM 통합과 규제과학적 접근’이다.

FDA는 2025년 4월 단일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 mAb)를 시작으로 비임상 안전성 시험에서 동물 사용을 줄이고, 인공지능(AI) 기반 독성 예측 모델, 세포주, 오가노이드 독성시험 등 NAMs 데이터를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에 활용하도록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FDA는 이를 동물시험 감축뿐 아니라 신약 안전성 평가와 개발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제시했다.

유 대표는 “2022년 FDA Modernization Act 2.0이 선언적 변화였다면, 2025년 4월 로드맵은 NAMs를 실제 신약개발과 규제 안으로 어떻게 들일지 구체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FDA가 mAb를 시작으로 NHP 등 동물시험 의존도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동물시험을 예외적 선택지로 만드는 방향을 제시한 점이 중요하다”며 “동물실험이 당장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지만, 규제 안으로 들어온 NAMs가 있으면 신약개발 전략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mAb 개발은 반복투여 독성시험, 약동학, 안전성약리 평가 등에서 비인간영장류(non-human primate, NHP)를 포함한 동물시험 부담이 큰 분야다. FDA 로드맵은 mAb에서 출발해 다른 생물의약품, 신규 화학물질, 의학적 대응수단으로 NAMs 활용 범위를 넓히는 단계적 접근을 담고 있다.

특히 유 대표는 “지금 NAMs 흐름은 과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순간과 비슷하다”면서 “가능성으로만 보이던 기술이 제도와 산업을 바꾸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ISTAND, 기술을 규제 도구로 바꾸는 통로

유 대표가 주목한 핵심 경로는 FDA의 혁신적 과학·기술 접근 프로그램(ISTAND, Innovative Science and Technology Approaches for New Drugs)이다. ISTAND는 기존 약물개발 도구(Drug Development Tool, DDT) 자격인정 프로그램으로 포괄하기 어려운 새로운 평가 도구를 다루기 위한 제도다. 조직칩, 새로운 비임상 약리·독성시험, AI 기반 알고리즘 등이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DDT로 자격인정을 받은 도구는 특정 사용 맥락(context of use)에서 신약개발과 규제 심사에 반복 활용될 수 있다. 단순한 기술 검증이 아니라, 허가자료를 구성할 때 어떤 데이터를 규제기관에 제출할 수 있는지를 바꾸는 문제다.

유 대표는 “새 규제가 만들어졌을 때 그 규제를 활용할 수 있는 회사는 해당 도구를 가진 회사”라며 “빅파마가 과거와 달리 NAMs나 평가 도구 개발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평가했다.

FDA는 2026년 6월 ISTAND에서 약물유발 간손상(drug-induced liver injury, DILI)을 예측하는 첫 인실리코(in silico) DDT 후보의 의향서(LOI)를 수용했다. LOI 수용은 최종 자격인정이 아니라 첫 단계지만, AI 기반 디지털 간 모델이 임상 1상 진입 전 소분자 신약 후보의 간독성 위험 평가를 보완하는 도구로 검토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오가노이드, ADC·바이러스·장 흡수 평가로 확장

오가노이드의 활용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유 대표는 특히 ADC는 오가노이드 기반 평가 수요가 커질 수 있는 영역으로 꼽았다. ADC는 항체와 세포독성 약물을 연결해 암세포에 전달하는 치료제다. 표적 항체가 사람 항원에 결합하도록 설계되는 경우가 많아 마우스나 원숭이 독성시험만으로 사람 정상조직 독성을 충분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유 대표는 “ADC는 효능도 중요하지만 개발 실패와 허가 후 관리에서 독성 문제가 크게 작용한다”며 “피부, 간, 안구 등 정상조직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사람 조직에 가까운 독성 평가 도구로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흡수 평가도 주요 사례다. 유 대표는 장 오가노이드를 2차원으로 배양한 뒤 약물을 처리하고 하부 샘플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경구 약물 흡수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기존 Caco-2 세포 모델보다 임상 데이터와 더 높은 상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인체 장 상피 오가노이드 모델 기반 약물 흡수도 평가법을 활용해 FDA ISTAND에 제출했다. 해당 기술은 경구 약물 흡수율 예측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종양 오가노이드 기반 약효 평가, 면역항암제 평가, 바이러스 감염 모델,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C) 유래 피부 오가노이드 독성 평가도 주요 사례로 제시했다.

한국도 기술은 있다…문제는 표준화와 규제 진입

유 대표는 한국 오가노이드 기술 수준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다만 오가노이드는 생리학적 복잡성을 반영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표준화와 재현성 확보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오가노이드 자체 연구개발 수준은 한국이 미국·일본·유럽과 비교해 크게 뒤처져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문제는 기술을 규제 도구로 만들 수 있는 표준화와 자격인정 체계”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동물대체시험법 표준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유 대표는 발표에서 장, 피부, 간, 뇌 오가노이드 등을 표준화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 또는 FDA ISTAND 등재를 목표로 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한국형 규제 전략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 FDA와 ISTAND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한국에서도 식약처와 기업이 함께 논의하고 국내 기술을 제도권 안으로 넣은 뒤 국제 조화를 통해 미국과 유럽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동물실험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규제기관과 개발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독성·효능 예측력, 시간·비용 절감, 동물윤리까지 함께 충족해야 NAMs가 실제 신약개발의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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