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매대 바꾼다… 디지털 경쟁 본격화
이커머스·소셜커머스 주도권 강화 속 가격·효능·가시성 전략 재편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3-19 06:00   수정 2026.03.19 10:10

뷰티 산업이 단순히 제품을 파는 시대를 지나,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구매 경로를 설계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닐슨IQ(NIQ)은 최근 발표한 '2026년 글로벌 뷰티 시장 현황(State of Global Beauty in 2026)'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의 핵심 동인으로 디지털 전환과 소비자 가치 재정립을 꼽았다. 보고서는 글로벌 52개 시장, 9개 뷰티·퍼스널케어 카테고리 분석 결과를 담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전 세계적인 고물가 기조 속에서 지갑을 닫는 대신,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에 따라 '작은 사치'와 '실질적 효능' 사이에서 치밀한 균형을 잡기 시작했다.  

뷰티 시장은 디지털 채널이 오프라인의 성장세를 압도하며 시장 전체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온라인 성장률은 27%에 달해 1% 성장에 그친 오프라인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백화점 카운터에 머물지 않고 틱톡샵(TikTok Shop)과 같은 소셜 커머스나 아마존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정보를 얻고 즉각 결제한다. 보고서는 소셜커머스를 ‘차세대 디지털 매대’라고 규정했다. 

2025년 미국 내 주요 뷰티 채널별 규모 및 성장률. 틱톡샵의 매출 성장률이 100%를 상회한 가운데 아마존은 판매 금액 및 수량 측면에서 모두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NIQ 


디지털 시장 핵심가치, 가용성과 가시성

디지털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브랜드가 생존하기 위해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가치는 제품의 '가용성'이다. 과거 오프라인 매장에선 재고 관리가 운영의 기초였다면, 이제는 바이럴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망 관리가 매출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됐다.

글로벌 소비자의 22%는 ‘틱톡샵을 통해 직접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중국에선 그 비율이 70%를 넘었다. 중국 더우인에선 지난 12개월간 라이브스트리밍을 통한 헤어·스킨케어 매출이 260억 달러에 달했고, 전년 대비 성장률은 47%나 된다. ‘알고리즘 기반의 쇼핑’이 2026년 뷰티 산업의 표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 배경이다.

보고서는 "틱톡에서 화제성을 얻어도 아마존 재고가 바로 소진돼 잠재 매출의 20%를 잃고, 검색 순위 하락이라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경우도 있다"는 한 브랜드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디지털 선반(Digital Shelf)에선 제품이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가시성도 단순한 노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검색 1위에 오른 제품은 전체 클릭의 18%를 가져가는 반면, 10위 제품은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색 순위를 단 몇 계단 올리는 것만으로도 매출을 60% 이상 증대시킬 수 있음을 뜻한다. 최근엔 특히 생성형 AI를 통한 제품 추천이 확산됨에 따라, 수십 개의 제품이 진열되던 오프라인 매대와 달리 단 1~2개의 제품만이 추천되는 'AI 제어 매대'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브랜드들은 이제 AI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키워드 전략과 데이터 구조를 갖추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하는 시점이다.


성분 투명성과 웰니스의 융합

기술적 최적화가 구매를 유도하는 통로라면, 제품의 본질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마지막 열쇠다.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단순함(Simplicity)'과 '투명성(Transparency)'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제품 제조 과정이나 성분이 투명하게 공개된 제품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단순히 유행하는 성분을 넣는 것을 넘어, 펩타이드 콜라겐 등 특정 성분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이를 소비자 언어로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단순화된 전문성'이 브랜드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의미다. 카테고리별 성장률에서도 소비자 의식 변화가 반영돼 나타났다. 스킨케어와 향수는 각각 13%, 12% 성장하며 시장을 견인한 반면, 색조·네일은 5% 성장에 그쳤다. 체감 효능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강화되면서 관리 중심 카테고리의 비중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동시에 신체적 아름다움을 넘어 정신적·정서적 건강을 아우르는 '웰니스'로 뷰티 산업의 영역이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수면의 질 개선, 근육 관리, 펨케어 등 과거에는 뷰티와 동떨어져 보였던 건강 이슈들이 이제는 뷰티 브랜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웰니스와의 융합이 뷰티 시장의 잠재적 기회를 약 64% 넓혀줄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바르는 화장품뿐만 아니라 먹는 보충제와 일상의 루틴을 통해 전인적인 아름다움을 가꾸고자 하며, 이러한 욕구를 통합적으로 충족시키는 브랜드만이 프리미엄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는 조언이다.


K-자형 양극화 시대, 정교한 가격 전략 필수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뷰티 시장 내에서도 소득 수준에 따른 구매 양극화, 즉 'K-자형 경제'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소득층의 뷰티 지출은 18% 이상 성장했으나 저소득층은 0.9% 성장에 그치며 시장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프리미엄과 효능 중심 제품은 상위 소득층을 중심으로 성장 여력이 있지만, 가격 민감도가 높은 카테고리는 조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뷰티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가격 탄력성이 낮아, 가격 인상이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수 카테고리는 가격 탄력성 지수가 -0.57로 가격 인상의 영향을 가장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헤어케어(-0.77), 기초 스킨케어(-0.89)도 가격 방어력이 높은 편이었다. 보고서는 "충성도가 높은 카테고리일수록 가격 탄력성이 낮으므로, 뷰티 브랜드는 단순한 가격 할인보다는 가치 중심의 정교한 가격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올해 뷰티 시장의 승자는 디지털 생태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소비자 개개인의 삶에 투영하는 브랜드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아마존이나 틱톡샵과 같은 비전통적인 유통 경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성장의 임계점을 넘는 열쇠가 될 것이다. 보고서는 변화하는 기술과 고도화되는 소비자 사이에서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조언한다. '디지털 시대의 기본기'가 뷰티 산업에서도 변치 않는 생존 방정식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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