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물류 혁신, 초저가와 빠른 배송 경쟁이 맞물리면서 유통 산업의 판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판매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쟁 질서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상품학회와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등이 11일 개최한 '2026 온라인유통산업 제2회 웨비나'에서 한국유통포럼 조철휘 명예회장(아주대 교수)은 유통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수준을 넘어 경쟁의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이에 맞는 글로벌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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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은 온라인 비중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에서 유통의 승부처는 상품을 판매하는 순간이 아니라, 주문 뒤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배송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시점에 맞춰 상품을 정확하게 보내야 플랫폼 경쟁력도 함께 커진다는 것. 아마존이 팬데믹을 거치며 월마트를 완전히 추월한 것도 단순한 매출 역전이 아니라, 플랫폼 경쟁력에 물류 효율과 도착 보장 체계를 결합한 결과로 읽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기술은 단연 AI다. AI는 무엇을 얼마나 들여올지 정하는 상품 소싱부터 수요 예측, 재고 관리, 배송 최적화까지 유통업의 핵심 판단 과정에 들어오고 있다. 경험과 감에 의존하던 발주와 운영을 데이터와 예측 중심으로 바꾸고, 잘 팔릴 상품과 그렇지 않을 상품을 더 빨리 가려내도록 돕는다.
아마존과 월마트는 이미 오랜 기간 AI를 적용해 사람이 맡던 일부 판단과 반복 업무를 대체해 왔다. 알리바바와 징동닷컴도 AI 기반 조달과 재고 예측, 물류 자동화를 강화하고 있다. 물류센터 안에서도 분류와 피킹, 출고 과정의 자동화가 빨라지면서 유통 운영 체계 전반이 달라졌다.
글로벌 물류기업들도 이미 이런 흐름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UPS와 페덱스, DHL은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처리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조 회장은 한국 기업들도 이런 변화에 맞춰 내수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AI와 물류, 판매 플랫폼, 데이터를 함께 묶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제는 상품을 잘 파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AI를 활용해 물류를 더 정교하게 통제해야 한다"며 "유통·물류·IT·데이터 플랫폼이 함께 움직이는 시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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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대 이종우 교수는 현재 한국 시장이 소비심리 회복 조짐에도 여전히 부진한 상태라며, 기업들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유통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소비 침체가 길어질수록 국내 유통 시장의 양극화도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온라인에선 쿠팡과 네이버쇼핑, 오프라인에선 이마트 같은 대형 사업자 쪽으로 소비가 집중되고, 하위 사업자나 불안정한 플랫폼은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밀려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티메프 사태나 홈플러스 사례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소비가 위축될수록 소비자는 새로운 채널을 시도하기보다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을 더 찾게 되고, 대형 유통 채널 쏠림도 더 강해지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통 시장의 경쟁 축은 '초저가'와 '빠른 배송'으로 옮겨가고 있다.
뷰티 업계에선 다이소 화장품이 이런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다이소가 5000원 이하 화장품으로 시장 반응을 끌어내자, 다른 유통 채널도 저가 상품 확대에 나섰다. 과거처럼 대용량 중심의 가성비를 내세우기보다, 소용량이면서도 가격 부담이 적은 상품을 앞세워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배송 경쟁도 같은 맥락에서 더 치열해졌다.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빠른 배송을 유통의 기본값으로 만들면서, 이제는 상품을 얼마나 싸게 파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빨리 보내느냐가 유통사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 익일 배송을 넘어 1~2시간 안에 상품을 보내는 퀵커머스와 즉시배송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교수는 쿠팡과 네이버 같은 메이저 플랫폼 안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광고비를 늘려 매출을 키우는 방식이 갈수록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봤다. 노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비용 부담은 커지고, 같은 방식으로는 차별화도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가 제시한 새로운 유통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충성 고객'과 '새로운 플랫폼'이다. 그는 "예전에는 싸게 많이 공급해서 많은 사람을 유입하자는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확실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들에게 커스터마이징해서 유입하는 방식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며 “자사몰을 만든 뒤 SNS 마케팅으로 고객을 직접 회원으로 연결하고, 카카오채널을 통해 소통하는 3가지 축을 구축해 활용하는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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