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대상을 향한 순수한 애정이 이제는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강력한 동력이 됐다. 일본에서 시작된 ‘오시(推し) 문화’는 팬덤의 감정 공동체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소비 경제 체제인 ‘오시카츠(推し活)’를 구축하며 뷰티와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이러한 팬덤 소비는 단순히 굿즈를 구매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최애의 일상을 공유하고 그들의 스타일을 자신의 정체성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민텔은 글로벌 시장에서 뷰티 트렌드를 주도하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한 오시카츠 경제의 실체와 브랜드가 주목해야 할 지점들을 짚어봤다.
'최애'를 향한 소비 생태계
오시는 일본에서 자신이 가장 지지하는 대상을 뜻한다. 한국에서 흔히 쓰는 말로 옮기면 팬들의 '최애'에 가깝다. 아이돌과 배우뿐 아니라 애니메이션·게임 캐릭터, 스포츠 스타, 인플루언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팬이 마음을 쏟는 대상이 모두 오시가 된다. 오시카츠는 이 오시를 위해, 혹은 오시를 중심에 두고 하는 활동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민텔 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일본에서 오시카츠 활동을 하는 15~69세 인구는 약 1384만명으로 추산된다. 일본인 10명 중 1명 정도가 일상적으로 오시를 중심으로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1인당 월평균 지출액은 약 3000엔, 한화로 3만원 정도. 금액이 월 뷰티 소비액과 맞먹는 규모이면서, 지속적인 소비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시장이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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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텔은 오시카츠 경제가 뷰티 소비의 주류로 올라오게 된 것은 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부터라고 짚었다. 이들은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은 메이크업 룩을 창조하며 팬덤과 뷰티를 결합시켰고, 소셜 미디어 등 온라인을 통해 트렌드로 격상시켰다. 실제로 민텔이 일본 소셜미디어의 오시카츠 관련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스킨' '컬러' '네일' '뷰티' '네일살롱' 같은 단어가 자주 함께 등장했다.
일본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이 같은 팬덤 소비 현상이 소비 사회의 핵심이 됐다. K-컬처, K-팝 소비가 K-뷰티로 번지면서 뷰티 트렌드와 제품 출시를 주도하는 현상이 오시카츠 경제의 또 다른 예다. 서구 사회에선 유명인이 만든 '셀럽 뷰티' 브랜드와 틱톡에서 주도하는 트렌드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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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와 매출을 견인하는 힘
그렇다면 팬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소비할까. 오시카츠는 단순한 지지 표현을 넘어, 광고와 제품을 트렌드로 전환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브랜드는 이들을 '오타쿠' 정도로 치부하지 말고, 이들의 관점에서 소비 패턴을 세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민텔은 일본 시장에서 최애 한 명이 카테고리 전체의 인기와 판매 흐름을 좌우하는 구조가 이미 현실이 됐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K-뷰티 브랜드 티르티르와 BTS 뷔 협업이다. 뷔가 캠페인에서 '워터리즘 글로우 틴트 03호'를 사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제품은 아마존 재팬 립 틴트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최애가 쓰는 립’이라는 정보가 팬덤 안에서 빠르게 공유되면서, 특정 색상이 카테고리 전체를 대표하는 '오시 립'으로 부상했다.
일본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는 스킨케어 브랜드 데코르테 광고에서 소위 '데코르테 포즈'로 불리는 제스처를 선보이며 바이럴 트렌드를 만들었다. 캠페인 공개 이후 데코르테 자사몰 세럼 판매량은 일평균 1.7배, 오모테산도 팝업스토어 판매량은 전주 대비 1.5배 증가했다.
최애의 메이크업과 스타일을 자기 얼굴에 맞게 재구성하는 복제 소비도 뷰티 오시카츠의 또 다른 유형이다. 팬들은 아이돌과 셀럽의 무대 메이크업, 화보 이미지를 캡처해 비슷한 색과 질감의 제품을 찾아 쓰고, 메이크업 순서와 포인트를 따라 하면서 자신에게 어울리도록 강도와 균형을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영향력도 함께 커지게 마련이다. K-팝 담당 아티스트가 실제 사용하는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헤메코(Hemeko)는 아티스트 이름을 하나의 브랜드처럼 전면에 내세운다. 팬들은 최애의 얼굴을 만드는 손까지 오시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아티스트가 추천하는 제품과 룩을 함께 소비한다.
콘서트와 팬미팅을 앞둔 준비 과정도 하나의 오시카츠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일정이 잡히면 팬들은 그 날을 기준으로 헤어·메이크업·네일을 계획하고, 공연장 조명과 사진 촬영, 이동 동선까지 고려해 룩을 설계한다. 팬들에게 이런 준비 과정은 최애를 향한 마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팬덤의 언어와 동선 속에 스며들어라
소비 행태를 파악했다면 그 소비를 내 브랜드로 끌어들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민텔은 제품 기획 단계서부터 팬의 마음과 실용성을 함께 설계하고, 캠페인·협업에선 팬이 이미 쓰고 있는 언어와 동선을 정확히 짚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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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측면에선 무엇보다 '오시 컬러'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건이다. 팬덤 문화에는 늘 상징색이 따라붙는다. 야구팬이 팀 컬러를 입고 경기장에 가고, 정당 지지자가 자연스럽게 상징색을 소비하는 것처럼, 최애 아이돌·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테마 컬러를 얼굴과 손끝에 채우는 행위 자체가 오시카츠의 일부다.
이를 고려해서 시세이도는 응원하는 팀과 캐릭터, 아이돌 콘셉트에서 가져온 테마 컬러 팔레트를 제안해, 팬이 자신의 오시 컬러로 눈·볼·입술을 통일감 있게 연출할 수 있도록 했다. CreerBeaute는 2.5차원 아이돌과 협업해 아이섀도우, 블러셔, 하이라이터로 사용할 수 있는 다기능 컬러 파우더를 선보였고, 코세(KOSÉ)의 muw maze 라인은 오시컬러 네일 스티커로 최애 테마 컬러로 맞출 수 있게 했다.
오시 컬러처럼 감정을 건드리는 전략이 필요하지만, 덕심만으로는 소비가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로 쓰기 편하고, 현장에서 부담 없이 꺼내 고칠 수 있는 제품 설계가 브랜드 경쟁력을 가른다.
가령 콘서트와 팬미팅처럼 일정이 긴 날에는 메이크업이 쉽게 무너지지 않아야 하고, 이동 중에도 간편하게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 뷰티 플랫폼 데파코(Depaco)가 콘서트 참석자를 위해 오래 지속되는 베이스와 아이 메이크업을 따로 큐레이션해 선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연수 디자이너가 만든 '맥세이프 코스메틱 박스'는 스마트폰 뒷면에 부착해 미니 뷰티 제품을 손쉽게 소지하고 곧바로 메이크업을 수정할 수 있게 고안됐다.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단계에선 팬덤이 이미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문화를 그대로 포착해내는 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메이블린 뉴욕이 일본에서 선보인 '오시 만나는 날, 지워지지 않는 립'이라는 카피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복잡한 제품 설명 대신 '라이브 참전용 립'이라는 팬들의 구체적인 상황을 먼저 제시함으로써, 브랜드의 메시지를 팬들의 일상적인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침투시켰다.
소비자가 직접 콘텐츠 생성을 주도하게 만드는 전략도 좋다. 일본 색조 브랜드 케이트(KATE)는 '#推しKATE(최애 케이트)' 해시태그 캠페인을 통해 고객들이 각자의 오시카츠 메이크업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유도했다. 팬들이 스스로 올린 사진과 제품 조합이 쌓이면서 거대한 '팬 메이드' 카탈로그가 형성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협업 전략 또한 팬덤의 세부적인 층위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뷔, 오타니 쇼헤이처럼 강력한 팬덤을 가진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부터,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속 IP와 결합해 캐릭터 팬층을 공략하는 방식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다. 최근에는 K-팝 아티스트의 메이크업 담당자를 브랜드화해 제품 세트를 구성하는 리테일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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