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덕', X서 뷰티 담론 이끌어
게시물이 검색과 소비로 이어져 …체험·경험형 메시지가 공감 제고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0-01 06:00   수정 2025.10.01 06:01

일본의 뷰티 시장에서 ‘코덕(코스메틱 덕후)’이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집단을 넘어, 이들의 게시물이 SNS X(구 트위터)를 중심으로 뷰티 관련 대화량을 키우고 검색을 촉발하며, 결과적으로 시장 확산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같은 시기에 진행된 일본 내 메이크업 실태 조사는 코덕을 포함한 뷰티 고관심층의 소비 습관이 얼마나 일상화돼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 구조를 입체적으로 드러냈다.

트렌더즈와 X 일본 법인이 최근 공동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15~34세 여성 1730명 가운데 45.4%가 “뷰티 정보를 X에서 얻는다”고 답했다. 절반 가까운 여성이 뷰티 관련 주요 정보원으로 X를 꼽은 것이다. 

같은 시기 트렌더즈가 운영하는 뷰티 미디어 Mimi Beauty가 실시한 별도 설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조사 참여자 900명 중 74.7%가 “주 2-3회 이상 뷰티 정보 게시물을 올린다”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91.0%가 자신이 주로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X를 선택했다. SNS 플랫폼 중에서도 특히 X가 일본 뷰티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발신하는 코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정보 채널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용자 83.2%는 X(구 트위터), 82.9%는 인스타그램을 주요 정보원으로 꼽았다. 이어 일본 대표 뷰티 커뮤니티 앳코스메(@Cosme)가 69.8%, 유튜브가 52.1%를 기록했으며, 잡지(40.2%), 구글 검색(26.2%), 틱톡(15.5%) 순으로 나타났다.

‘코덕’의 게시물 수가 늘어나면 관련 키워드의 X 플랫폼 내 검색수도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더즈

코덕 게시물이 시장 내에서 어떤 효과를 갖는지도 데이터로 제시됐다.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까지 특정 스킨케어 제품명을 키워드로 추적한 결과, 관련 게시물이 늘어나면 며칠 안에 검색량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특정 제품 후기가 다수 올라온 직후, X 내에서 해당 키워드 검색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 흐름은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보통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관심은 빠르게 식었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안정적인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는 코덕의 게시물은 강력한 흥미를 유발 하지만, 관심이 오래 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검색 반응과는 달리 게시물 확산은 더 장기적이고 누적적인 성격을 띠었다. 트렌더즈가 특정 제품명을 포함한 2년간의 X 게시물 데이터를 코덕과 일반 사용자로 나눠 분석한 결과, 코덕의 게시물이 먼저 증가하고, 이를 본 일반 사용자들의 게시물도 몇 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코덕’의 게시물이 늘어나면 수일 내 일반 이용자 사이에서도 해당 키워드의 게시물 등록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2023년 여름, 2024년 가을, 2025년 초에 나타난 급증 국면에선 코덕과 일반 사용자의 게시물이 동시에 증가하는 흐름이 확인됐다. 코덕의 꾸준한 활동이 전체 대화량을 떠받치고 있으며, 이들이 촉발한 움직임이 일반 사용자의 참여로 이어지면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코덕이 올린 게시물도 성격에 따라 뚜렷한 파급력의 차이가 나타났다. 감정이 담기거나 구체적 사용 장면을 보여주는 게시물은 참여율을 크게 높였다. “촉촉함에 감동했다” “여행에 가져가고 싶다” 등의 표현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이용자가 자신의 생활 맥락 속에 해당 제품을 대입해 보도록 만든다는 것. 공감을 자극하고, 실제 구매나 추가 게시물 작성으로 이어지는 게시물 중엔 감정이나 사용 후기를 담은 사례가 많았다.

반대로 성분·효능 중심의 설명이나 가격·가성비 위주의 언급은 관심을 크게 확장하지 못했다. 객관적 정보로서 가치는 있더라도 일반 사용자에게는 ‘나와 직접 상관없는 데이터’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았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체감형·경험형 메시지가 공감과 참여를 불러일으키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 차이는 뷰티 커뮤니케이션 전략에서 감각적 체험과 생활 맥락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성분과 효능이라는 객관적 정보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 속 사용 경험과 감정적 반응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단순한 제품 설명보다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더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점에서, 코덕의 콘텐츠가 시장 확산의 기폭제로 기능한다고 분석했다.

SNS를 통해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정보 수신 방식은 오프라인 소비 습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경우, 온라인 뷰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드러그스토어·할인점·백화점 등의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훨씬 높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KCII)의 2023년 일본 화장품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장 점유율이 87.3%에 이른다.

한편, 미미뷰티 설문 결과에 따르면 ‘신제품 정보를 접하면 신제품 사용을 적극적으로 시도한다’는 응답이 35.2%, ‘가끔 시도한다’가 58.2%로, 합계가 90%를 넘어섰다. 반면 ‘같은 제품만 쓴다’는 응답은 6.2%에 불과해, 새로운 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수용성이 매우 높음을 보여줬다. 온라인으로 수집한 신제품 정보가 오프라인 소비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일본 뷰티 시장에서 코덕은 제품 사용 습관과 온라인 대화 확산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이끄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상적 소비 습관이 뿌리내린 만큼, 이들의 발신은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브랜드와 일반 사용자 간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핵심 통로로 기능한다.

브랜드 입장에선 제품 자체의 지속력과 사용감 같은 기본적 만족도를 확보하는 동시에, 감각적 체험을 강조한 콘텐츠를 통해 X와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에서 공감을 확산시킬 전략이 필수적이다. 코덕의 꾸준한 참여와 발신이 시장 대화량을 견인하는 만큼, 이들의 소비 습관과 온라인 활동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일본 뷰티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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