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 시장, 경쟁 심화·과포화 조짐
'2025 맥킨지 보고서' K-뷰티는 혁신 통한 성장 기대
박수연 기자 waterkit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6-25 06:00   수정 2025.06.25 06:01

뷰티 시장과 소비자가 변하고 있다. 소비자는 가성비보다 ‘가치’를, 브랜드는 효능에 대한 명확한 설득력을 요구받고 있다.

미국의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Mckinsey & Company)'는 최근 ‘2025년 뷰티 현황(State of Beauty 2025: Solving a shifting growth puzzle)’을 통해 뷰티 업계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의 성장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뷰티 시장은 2024년까지 연평균 7%대로 성장해왔으나 올해부터 2030년까지는 연평균 5%대로 하향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성장이 둔화되는 배경으론 지정학적 경제적 불확실성, 시장 포화로 인한 경쟁 심화를 꼽았다.

맥킨지는 "소비자는 웰니스, 퍼스널 케어 등으로 뷰티에 대한 관심을 넓히고 있으며, 가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제품의 효과를 더욱 더 따져보고 있다"면서 "뷰티 플레이어들은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뷰티 시장에 발맞춰 전략을 날카롭게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흥시장 부상…인도·중동에 주목

보고서는 북미와 유럽이 여전히 주요 시장이지만 성장세 측면에선 인도, 중동, 남미 등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뷰티 기업의 경영진들은 맥킨지의 조사에서 인도·중동 시장의 전망에 대해 78%가 긍정적으로 봤다. 인도는 급격한 경제 성장과 디지털 인프라 개선에 힘입어 글로벌 브랜드 진출이 활발한 곳으로 꼽혔다. 중동 지역 역시 고급 향수와 프리미엄 뷰티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니치 브랜드의 성공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됐다.

한국은 '혁신'을 통한 성장이 기대되는, 영향력이 큰 시장으로 분류됐다. 일본과 더불어 사회 전반에서 외모 기준에 대한 압박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민감도와 안목이 모두 높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K-뷰티는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브랜드 발견에 대한 열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반면, 국내에선 피로감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경쟁 심화와 시장 과포화의 조짐이 있다고 지적됐다.

중국 시장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팬데믹 이전의 소비 여력 회복 여부는 불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자국 뷰티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해외 브랜드의 전략 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북미는 여전한 대형 브랜드의 최대 시장이자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발신지로, 유럽은 변화 속도는 느리지만 프리미엄 시장의 충성도가 높은 곳으로 분석됐다. 앞으로도 북미와 유럽 시장은 견고하게 성장하겠지만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향수는 고성장·스킨케어는 '과학' 기반

스킨케어가 앞으로도 뷰티 시장을 주도하겠지만 성장 측면에선 향수가 선두를 달릴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수(Fragrance)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약 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뷰티 산업 평균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감정적 소비 확산, 개성 표현에 대한 욕구 증가로 니치 향수, 젠더리스 향수 브랜드가 젊은 세대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됐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카테고리는 각각 4%, 3% 수준으로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과학 기반의 성분, 개인맞춤형 효능, 다기능성 제품에 대한 수요를 중심으로 카테고리 성장이 활발할 전망이다.

헤어케어는 기능 중심 소비가 강화되고 있는 카테고리로 소개됐다. 탈모 예방, 두피 건강 등 웰니스 연계 니즈가 증가하면서, 고기능·고효능 제품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기능의 진화와 기술 투입의 수준이 각 카테고리의 승자를 결정지을 것"이라며 "대량생산이나 대중 광고 같은 전통적 성장 방식은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라진 소비자, 프리미엄 뷰티는 '가치' 증명해야

소비자의 구매 기준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보고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정보 접근성 향상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제품의 효과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가격 인상이 주도하는 성장은 끝났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브랜드 이미지나 가격보다는, 실제로 믿을 수 있는 효능이 구매를 이끄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품에 따라 소비자 반응이 뚜렷하게 갈리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일부 소비자들은 가격이 더 저렴한 제품으로 이동하고, 또 다른 소비자들은 오히려 더 비싸고 고급스러운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며 "뷰티 시장은 극단의 수요가 동시에 강화되는 ‘바벨 효과(barbell effect)’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스 브랜드 비중은 커지고 있다. 제품 효과에 대한 신뢰가 부족할 경우,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가성비’가 높은 브랜드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맥킨지 조사에서 최근 12개월간 소비자 24%는 더 저렴한 뷰티 제품으로 구매를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K-뷰티가 ‘합리적 가격대의 고효능 스킨케어’로 주목받는 것도 이 같은 흐름의 결과다.

프리미엄 뷰티도 니치 향수나 고기능성 세럼처럼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제품에 대해선 소비자 지출이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브랜드 이름만으론 예전만큼의 구매력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 보고서의 평가다.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품질이 뛰어날 것이라는 소비자 인식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며 "이제는 높은 가격을 지지할 수 있는 명확한 효과와 설득력이 요구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인플루언서 영향 줄고 이커머스는 1위 채널로

뷰티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과거엔 인플루언서와 유료 광고를 통한 노출이 주요 전략이었지만, 이제는 점차 효과가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유럽, 미국, 중국 소비자 중 ‘인플루언서를 통해 뷰티 브랜드를 발견했다’는 응답은 2023년 16%에서 2025년 7%로 급감했다. 대신 소비자의 51%는 '실제 사용자 리뷰'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꼽았고, 전문가나 피부과 의사의 영향력도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브랜드는 다른 브랜드의 성공 사례를 모방하기보다 고품질의 스토리텔링과 차별화된 창의성을 내부적으로 구축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유통 채널의 무게추도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보고서는 오프라인 매장이 여전히 브랜드 경험과 신뢰 구축의 중요한 터치포인트지만, 온라인 채널이 뷰티 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2년 기준 전체 뷰티 매출의 20%를 차지한 이커머스는 2030년 31%까지 비중이 확대돼 뷰티 시장에서 가장 큰 유통 채널이 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온라인 채널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브랜드는 채널 전략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자사몰, 멀티 브랜드 플랫폼, DTC 유통 등 각 채널별로 뚜렷한 목적과 역할을 설정하고, 소비자 접점을 다각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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