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피는 자사의 RSV 예방 주사 ‘베이포터스(Beyfortus, 닙페질맙알파)’의 공급을 오는 3분기 초부터 시작하겠다고 공식 밝혔다. 경쟁 후보의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시장 선점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회사는 특히 베이포터스의 올해 공급 물량이 이미 작년 전체 분량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협력을 통해 생산능력을 3배, 제조 시설도 2배로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사노피 백신 부문 수장 토마 트리옴프(Thomas Triomphe)는 “RSV 예방을 시작한 지 3년 차에 접어들며, 베이포터스는 이미 25만 명 이상의 유아에게 투여된 실제 데이터를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는 FDA가 머크&컴퍼니의 경쟁 제품인 클레스로비맙의 승인 결정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머크는 지난해 임상 결과를 통해 클레스로비맙이 RSV 입원율을 84%, 하기도 감염 관련 입원율을 91%까지 낮췄다고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단일 용량만으로도 5개월간 예방 효과를 보인다는 점은 기존 제품 대비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베이포터스는 영유아 체중에 따라 2종류의 용량을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산오피는 유럽 라벨 변경을 통해 ‘최대 6개월간 보호 지속 효과’를 인정받으며 효능에서의 우위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산오피는 베이포터스가 중증 RSV로 인한 하기도 감염 발생률을 75% 줄였다고 주장하며 머크의 60% 감소 수치와 비교해 차별점을 부각했다.
머크&컴퍼니의 클레스로비맙(제품명 엔플론시아)은 9일(현지시간) FDA의 허가를 취득했다.
이번 RSV 시장의 핵심 변수는 단순히 제품 효능에 그치지 않는다. 머크&컴퍼니 측은 자사의 항체가 바이러스 내성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하는 한편, 사노피는 대규모 실제 접종 데이터를 통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경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에서 오는 25부터 27일까지 회의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회의에서 유아용 RSV 예방제에 대한 권고안이 결정될 예정이며, 이는 향후 시장점유율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유일한 백신 기반 RSV 예방 전략으로는 화이자의 ‘애브리스보(Abrysvo)’도 거론된다. 이 백신은 임신 32~36주 여성에게 접종해 태아에게 면역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항체 주사보다 생산 비용이 낮아 향후 채택률 확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2025년 RSV 시즌을 앞두고 백신, 항체, 예방 주사 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이포터스가 2023년 기준 17억 유로(한화 약 2.5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단독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머크와 화이자의 본격 진입이 RSV 예방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뒤바꿀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