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비임상시험 새 기준 제시…WoE 중심 규제 패러다임 전환"
첨단 기술 기반 대체시험법 도입에 따른 비임상 생략 및 축소 진행 중
가이던스 수용 넘어, 과학적 설득력과 전략적 데이터로 글로벌 규제 대응 필요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5-29 06:00   수정 2025.05.29 06:01
미국 규제 전문가 신양미 박사.©약업신문

“이제는 단순히 동물실험 데이터를 제출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다양한 과학적 증거와 기술을 통합한 'Weight-of-Evidence(WoE)' 접근이 규제기관에서도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미국 규제 전문가 신양미 박사의 말이다. 신 박사는 최근 성황리에 개최된 '2025 BIO Regulatory Innovation Conference(바이오 규제 혁신 컨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서, 'Current Nonclinical Testing Paradigm for Drug Development: A Regulatory Perspective(신약개발을 위한 최신 비임상시험 패러다임: 규제기관의 시각)'을 주제로 FDA의 최신 비임상시험 수용 현황과 허가 전략을 공유했다.

WoE는 과학 기반 규제 분야에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단일 정보나 증거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출처의 다양한 과학적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론을 도출하는 접근 방식을 말한다.

신 박사는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서 비임상 데이터는 단순한 독성자료에 그치지 않고, 임상시험 설계, 환자 선정, 바이오마커 확정 등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약리작용 이해부터 작용기전, 약물동태학(PK/ADME), 용량제한 독성(DLT), 인간 대상 안전성 예측, 안전성 모니터링 전략 수립, 임상시험 포함 및 제외 기준 설정까지 그 역할이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FDA는 현재 약물 유형, 적응증, 환자군, 치료 기간, 기존 데이터 보유 여부에 따라 비임상시험 설계를 유연하게 허용하고 있다.

신 박사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life-threatening)과 비교적 경미한 질환(non-serious), 기존 치료법이 존재하는 경우와 존재하지 않는 경우 등에 따라 요구되는 비임상자료 유형과 범위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기존 치료법 부재', '소아' 및 '고령' 환자군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더 큰 융통성이 제공된다고 덧붙였다.

FDA가 비임상시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24년 발의된 'FDA Modernization Act 3.0'은 대체시험법 활용을 장려하는 새로운 비임상시험 기준을 공식화했다. 셀 기반 분석, 장기 유사 칩(Organ-on-a-Chip), MPS(Microphysiological System), 인공지능 기반 예측모델, 인실리코(in silico)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첨단 과학기술이 포함됐다.

이에 앞서 2022년 미국 의회에 통과된 'FDA Modernization Act 2.0'은 바이오시밀러 허가 절차에서 동물실험이 필수 요건이 아님을 명시하며, 동물실험 생략에 대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FDA는 의약품 및 생물의약품 평가센터(CDER/CBER) 산하 'Drug Development Tool Qualification Program(의약품 개발 도구 자격 인증 프로그램)'과 혁신 과학기술을 시험법에 적용하기 위한 'ISTAND(Innovative Science and Technology Approaches for New Drugs)'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총 17개 대체시험법이 공식 자격을 획득했다.

미국 규제 전문가 신양미 박사.©약업신문

Weight-of-Evidence(WoE), 새로운 규제 언어

신 박사는 이번 강연에서 FDA가 WoE 접근을 실제로 어떻게 평가하고 적용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했다. 

그는 "발암성, 유전독성, 생식독성 등 전통적으로 장기간 동물실험을 요구하던 영역에서도 타깃 생물학, 작용기전, 유전정보, 반복투여 독성 소견, 면역 조절 영향, 호르몬 변화 등 다층적 정보를 통합해 시험을 생략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ICH S1B(R1)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WoE 요소들과 FDA의 최근 발암성 평가 생략 수용 사례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도 중요한 전략적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약 모달리티에 따라 맞춤형 비임상 전략이 요구되는 점도 주목된다. 세포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 등은 기존 전통적 시험 방식보다 유연하고 목적 지향적인 전략이 적용되고 있다.

신 박사에 따르면, 한 유전자 조작 T세포 치료제는 적절한 동물모델이 없고 비임상 결과가 임상 연계성이 낮다는 이유로, PK/ADME 및 독성시험이 생략됐다. 대신 이론적으로 알려진 위험 요소는 임상 라벨링과 시판 후 약물감시를 통해 보완했다.

한 ADC 치료제는 페이로드의 유전독성 결과를 근거로 발암성 및 생식독성 시험을 생략했다. 임상 라벨에는 피임 권고, 경고문, 생식기 조직 변화 등 내용을 포함시켰다. 또한 어느 혈우병 예방용 이중항체 치료제는 원숭이를 이용한 반복투여 독성시험과 ADME, 면역복합체 분석 등을 통해 EFD/PPND 및 발암성 시험이 생략됐다.

한 전립선암 대상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는 방사성 특성에 따라 제한된 범위 독성시험만 시행하고, 임상 라벨에 돌연변이 유발 및 기형 유발 가능성을 명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신 박사는 "이러한 유연성은 FDA가 데이터 기반(data-driven) 접근을 가장 신뢰하고, 규제 판단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략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실제 700편에 달하는 논문을 종합해 WoE 평가를 제출한 기업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FDA도 단일 시험 결과보다는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한 접근을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신 박사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단순히 규제 가이던스를 따르는 수준을 넘어서, 과학적 설득력과 전략적 데이터 구축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FDA 변화는 규제를 넘어 신약개발 효율성과 과학성을 높이는 중대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5 BIO Regulatory Innovation Conference 현장.©약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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