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DA 승인, 과학만으론 부족하다…인허가 전략이 성공과 실패 좌우"
"바이오규제혁신컨퍼런스 미리보기" FDA 부국장 역임 안해영 박사의 인허가 전략
미국 규제 전문가 초청 ‘2025 BIO Regulatory Innovation Conference’ 개최
4월 23~24일 인천 송도 쉐라톤 그랜드 호텔에서 진행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4-11 05:05   수정 2025.04.11 06:06
©DALL-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 FDA 정책 기조에 변화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규제 완화와 절차 간소화를 앞세운 정책 방향 속에서 신약 심사 체계가 더 유연해질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과학적·기술적 요건은 오히려 더 정교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야말로 기회와 위험이 뒤섞인 안갯속이다.

이제는 신약의 과학적 탁월성만으로는 FDA 문턱을 넘기 어려운 시대다. 신약 개발 기획 단계에서부터 규제기관과 긴밀히 소통하고, 인허가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복잡한 심사 과정을 효율적으로 통과할 수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CRL(보완요청서) 수령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술이 아닌 전략이 승부를 가르는 시대다. 글로벌 인허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학' 위에 '규제 과학'을 더한 대응이 절실하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변화하는 FDA 인허가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실질적인 전략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오는 4월 23일과 24일 인천 송도 쉐라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리는 '2025 BIO Regulatory Innovation Conference(바이오 규제 혁신 컨퍼런스)'는 이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행사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FDA 출신을 포함한 글로벌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해, CMC부터 비임상, 임상, 인허가 전략까지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다룰 예정이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이 행사에서 인허가 전략 세션을 맡은 연사이자, FDA의 내외부를 모두 경험한 안해영 박사다. 안 박사는 FDA에서 27년간 재직하며 심사관, 임상약리학 팀장, 부국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신약 정책 자문과 바이오의약품 관련 전략 수립에도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현재는 안바이오컨설팅(Ahn Bio Consulting) 대표이자 수석 컨설턴트로서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FDA 인허가 전략을 자문하고 있다.

안해영 박사.©안바이오컨설팅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FDA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지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있는지, 국내 기업들이 어떤 점을 가장 경계해야 하는지 조언 부탁드린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 이후 FDA의 여러 정책에서 변화가 예고된다. 특히 규제 완화와 절차 간소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희귀질환 및 첨단 치료 분야에서 이 같은 흐름이 두드러지리라 예고된다. 인공지능(AI), 실사용 증거(RWE) 등 새로운 기술을 임상시험과 신약 승인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기조도 있다. 재생의학 첨단치료(RMAT) 지정과 같은 제도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 제도도 강화되고 있다. FDA는 2025년 1월 'Accelerated Approval and Considerations for Determining Whether a Confirmatory Trial is Underway'라는 산업계 대상 초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는 확증 임상시험 계획 및 절차에 맞는 이행과 실패 시 승인을 철회하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임상시험 설계, 데이터 제출, 정기적인 진행 보고 등에서 더욱 엄격한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최근 FDA 내부 인력 감축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한 사항이다. 특히 경험이 풍부한 고위 리더급 심사관의 이탈과 해고로 인해 심사 역량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신약 승인 지연이 될 수 있고, 승인 지연은 임상시험 기간 연장과 생산 설비 운영 비용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은 FDA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변화하는 환경을 극복해야 한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경쟁 속에서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할 가능성은.

지난 10년간 한국 기업이 개발한 의약품이 FDA 승인을 받는 사례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결과가 아니다. 1990년대부터 꾸준한 도전이 있었고, 제가 FDA에 재직 중이던 2003년 LG화학의 '팩티바', 2007년 성장호르몬 '유트로핀'이 FDA 승인을 받았다. 이후 10년이 지난 2019년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가 승인되며, 한국 기업으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미국 시장 진출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최근에는 휴젤 보툴리눔 톡신 '레티보'가 승인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SK 바이오팜의 '수노시' 대웅의 '주보', 한미약품의 '롤베돈',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기술 수출 후 FDA 승인을 받았다. 이와 같은 성과는 한국 기업의 연구개발 역량과 글로벌 파트너십 전략이 맞물려 나온 결과며, 앞으로도 엄격한 FDA 기준을 충족하는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최근 FDA로부터 CRL(보완요청서)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복되는 승인 실패를 통해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인지.

CRL을 방지하기 위한 핵심은 FDA와의 조기 소통과 지속적인 소통이다. Type B 또는 C 미팅을 통해 FDA의 기대치와 요구사항을 명확히 하고, 임상 목표와 샘플 크기를 충분히 확보한 계획을 마련해 FDA 동의를 받아야 한다. NDA나 BLA를 제출하기 전에는 pre-NDA/BLA 미팅을 통해 제출 자료의 완성도를 점검하고, 잠재적 결함을 사전에 해결해야 한다.

또한 국내 기업은 CMO와 CRO를 활용한 외주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위탁 생산과 시험 과정에서 SOP와 프로토콜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지 자세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작은 결함 하나가 전체 인허가 과정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FDA 인허가에서 가장 자주 지적되는 CMC(화학,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이슈와 이에 대한 전략적 접근 방안은 무엇인가.

CMC는 FDA 인허가에서 가장 많은 CRL 원인을 차지하는 영역 중 하나다. CMC 분야에서도 초기 개발 단계부터 FDA와 소통을 강조하고 싶다. FDA와  Pre-IND 미팅을 통해 CMC 데이터에 대한 기대치를 조율해야 한다. Pre-IND 미팅뿐만 아니라 IND 제출 시에도 필요에 따라 제조 공정, 품질관리, 위험 완화 전략 등에 대한 과학적 조언과 피드백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cGMP 준수를 단순히 시설 수준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제조 공정뿐만 아니라 투명하고 체계적인 문서화가 돼야 한다. 제품 구성, 안정성, 제형, 제조 공정 및 품질 관리 프로토콜에 대한 문서의 정합성과 완성도는 GMP 심사 과정에서 심사관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며, NDA/BLA 승인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바이오 규제 혁신 컨퍼런스가 국내 기업에 어떤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지, 핵심 메시지를 부탁드린다.

신약 개발의 성공적인 규제 전략은 안전성, 유효성 및 품질를 확인하고 보장하기 위해 여러 복잡한 요구 사항을 충족하면서 개발 및 승인 과정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포괄적인 계획, 위험 관리, 규제 당국과의 협력을 포함해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신약 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은 같지만 각 나라 규제 기관마다 접근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각 규제기관의 신약개발에 대한 접근방식을 이해하고 초기 개발 단계에서부터 규제기관의 규제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이를 반영한 개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FDA의 주요 인허가 영역인 CMC, 비임상, 임상 등 각 분야에서 실제 사례를 통해 단계별 전략을 공유할 예정이다. 특히 제가 맡은 인허가 세션에서는 FDA의 IND, NDA 심사 방식, 신속허가 프로그램을 소개할 계획이다. 또한 Pre-IND meeting과 PDUFA VII에서 새롭게 도입된 'INTERACT 미팅(일종의 Pre-Pre-IND 미팅)' 등을 중점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그동안 여러 한국 신약이 자사 명의로 FDA 승인을 받은 것은 매우 고무적인 성과다. 그러나 아직 한국 기업 중에서는 FDA의 신속허가 프로그램(Fast Track, Breakthrough Therapy 등)을 활용해 신속하게 승인받은 사례가 없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FDA와의 소통 기회가 많아지고, 개발 및 허가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User Fee 면제 등의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신속허가 제도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신속하고 탄탄하게 성장하길 기대한다.

컨퍼런스 공식홈페이지 주소:   https://www.bioregulatoryinnova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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