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대한 환자 기대…'비현실적'
GLP-1 치료제, ‘열풍’ 뒤에 숨은 진짜 과제
비대면 처방·전문가 환자 모니터링 중요성 대두
"통합적 환자 관리 위해 교육·감시 체계 강화 필요”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4-12-19 06:00   수정 2024.12.19 06:01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일명 ‘기적의 다이어트 주사’로 불리는 비만 치료제가 정작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들의 비현질적인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의료전문가 네트워크 플랫폼인 세르모(Sermo)가 전 세계 1150명 이상의 의료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80%는 할리우드와 유명인, 인플루언서들이 GLP-1 계열 약물을 체중 감량 도구로 홍보하는 방식이 환자들에게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비현실적인 기대를 심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약물의 실제 효능과 한계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채 무리한 감량을 시도하거나 약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일론 머스크와 킴 카다시안이 GLP-1을 활용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해당 제품에 대한 품귀현상은 오랜 기간 지속됐다.

원래는 당뇨 치료를 위해 개발된 GLP-1 유사체는 식욕 억제와 포만감 증가를 유도해 체중 감량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은 치료제 외에도, 당뇨병 치료제(비만 치료제와 같은 성분의 치료제)를 비만 관리 목적으로 오남용하는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 의료진들은 이러한 오남용은 장기적인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설문에 참여한 의사 중 72%는 의료 스파(med spa)나 원격 의료(telehealth) 플랫폼 등을 통한 비대면 처방 환경에 문제점을 제기했다. 의학적 지식이나 모니터링 없이 간편하게 약물을 구할 수 있게 되면서, 환자들은 약물 사용의 복잡한 부작용이나 주의사항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채 남용하기 쉽다. 이러한 문제를 의식한 의료진 중 60% 가까이가 최근 진료 방식을 변경해,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환자들을 더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유통되는 비만 치료제가 큰 쟁점으로 자리했던 것.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는 온라인 유통 및 비대면 진료를 통한 비만 치료제 처방을 금지하기도 했다.

비만 치료제의 오남용은 환자에게 위험하게 다가갈 수 있다. 실제로 GLP-1 치료제를 체중 감량 목적으로 처방하는 의사들 중 75%는 환자로부터 메스꺼움, 설사, 복통 등 다양한 부작용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다만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약물 복용을 중단한 환자는 20% 정도로, 다수의 환자는 부작용을 감내하면서도 약물 복용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에는 약물비용 및 부작용 문제를 피하기 위해 승인받지 않은 ‘미세 용량(microdosing)’ 형태로 GLP-1을 스스로 투여하는 비공식적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약물을 정식 용량보다 훨씬 적게 투여함으로써 부작용을 줄이고, 고가의 약물을 더 오래 사용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의사의 90% 이상은 우려를 표명했다. 승인되지 않은 복용 방식은 약물 효과와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으며, 특히 의료진의 지도가 없는 상태에서 행해지기 쉽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진들은 GLP-1 계열 약물의 미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설문 결과, 의사들은 수면무호흡증(57%), 만성 심부전(56%) 등의 적응증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또한 대사기능장애 연관 지방간염(MASH), 만성 신장질환(CKD) 등 대사성 질환 관리에도 GLP-1 계열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같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경구용 GLP-1 제제의 활용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노보 노디스크의 ‘리벨서스(Rybelsus)’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경구 제제가 이미 출시되어 있으며, 이 경구용 제제를 비만 치료 영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설문에 응한 의사 중 거의 80%가 경구용 제제가 널리 출시될 경우 많은 환자들이 기존 주사제 대신 경구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르모 의학자문위원회의 일원인 가정의학과 전문의 카일 리(Kyle Lee)는 성명서를 통해 “비만 치료 외에도 수면무호흡증, 만성 심부전 등 복합적 질환 관리에 GLP-1 계열 약물이 확대 적용될 가능성은 의료 환경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러한 변화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처방 관행, 지속적인 환자 모니터링, 의료진 교육 강화 등의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GLP-1 계열 약물의 인기가 스타들의 감량 비법으로 굳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의학계는 환자들의 현실적인 기대 설정과 안전한 사용을 위한 통합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새로운 적응증 확대와 경구용 제제 개발이라는 밝은 미래를 앞둔 만큼, 이제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책임감 있는 접근을 통해 이들 약물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글로벌 헬스케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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