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돌아가며 한방씩-모두 가해 겸 피해자
정부-제약사 일조, 옳고 그름 따지기 모호한 상태
이권구 기자 kwon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3-09-22 16:01   수정 2003.09.25 00:01
입찰시장이 옳고 그름을 구분 짓기 어려운 양상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모두가 망한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며 서서히 제자리를 찾을 것이란 기대는 여지없이 깨졌다.

입찰도매업소들은 피해를 보았다고 하소연할 수도 없게 된 상황이다.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는 웃지 못할 현상이 올 입찰을 관통한 결과들로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그간 입찰을 앞두고 수 십%대의 덤핑과 가로채기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은 거의 빚나간 적이 없다.

입찰예측은 분석 축에도 못 끼는 상황으로 돌입한 양상이다.

수십%대의 덤핑을 적용하고, 일부 업소의 가로채기를 끼어 붙이면 대개 결과가 맞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이 상황이 계속되면, 정부를 비롯해 유통이란 그럴싸한 사명감을 책임진 도매업계와 제약계, 그리고 병원이 끊임없이 멍에를 뒤집어써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답이 안나온다는 것.

모두 공범자(?)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B, T사 등을 비롯한 일부 도매업소들이 치고 나오며, 당한 업소들은 볼멘소리가 가득했고,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목소리가 팽배했다.

하지만 바통은 계속 이어졌고, 일부 정도를 걷는 업소를 제외하고는 대개 가해자 겸 피해자가 됐다.

혼탁한 입찰시장에 신경을 끄거나, 스스로 개척한 곳 이외에는 넘보지 않는 업소들은 바보가 됐다.

병원분회 한 간부는 " 돌아가면서 한방씩 먹이고 있다. 초기 주도했던 B T사 등이 업계의 원성을 사며, 잠시 쉬면 다른 업소들이 한방씩 먹이며 순환했다. 이 상태로 돌아가면서 한방씩 먹이며 서로 피해보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부도덕한 행위를 하면 왕따가 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대 연관이 돼 누가 누구를 몰아 부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졌다는 것.

통제불능이 돼 버렸다는 지적이다.

뚜렷한 승자없이 대개의 업소들이 패자로 분류되며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는 것.

더욱 큰 문제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동참업소들이 심각한 경영위기 상황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올 내내 이름을 날린 모 업소 경우 극단적 입찰을 통해 외형은 400-500억원으로 키웠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부실한 지경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 여러 업체들도 '매출이 많으면 뭐하냐, 밑지고 있다'는 소리가 회사측 인사들의 입을 통해 나올 정도로 안 좋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이들 업소들 중 일부에서는 입찰 핵심멤버들이 안 좋은 경영상황을 감안, 전직까지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간부는 " 제품을 구하지 못해 현찰을 갖고 동냥하러 다니는 업소들도 많다. 이들 업소들은 제품을 확보하더라도 납품하면 납품할수록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휩쓸린, 명망있는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자기 제품이 아닌 것을 무리하게 낙찰시켜 공급하려다 보니 공급에 어려움을 느끼며 상당한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예가 많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제약사들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저질러놓고 제약사들이 물건을 공급하지 않는다고 나무랄 수 없다'는 지적 이면에 제약사들이 혼탁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팽배하다.

다른 고위 간부는 " 단독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경쟁도 마찬가지다"며 " 이전에는 2-3%는 꿈도 못 꾸었다. 지금은 거리낌없이 내린다. 제약사가 제품을 주기 때문이 아닌가"고 반문했다.

실제 그간 입찰을 보면 '사전오더없이 그 만큼 덤핑을 치고도 공급이 가능할까'란 의심을 받으면서도 공급된 품목이 많았다.

제약사가 지시했다는 결론이다.

물론 도매업계에서도 덤핑도매업소에 이 도매업소와 연관 있는 다른 도매업소가 물건을 공급하는 방법 등 입찰이 진행될수록 다양한 수법도 동원되고 있다.( 이 경우는 의약품이 요양기관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한번 걸러지며 매입이 두 번 잡힌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약 시장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간부는 " 현재로서는 답이 안나온다. 도매업소 난립, 병원에 자사 제품을 납품시키려는 제약사들의 치열한 경쟁 등도 이유지만 우선 정부가 이 같은 혼란을 만들어냈다. 정부의 입찰과 관련한 최저실거래가 모순이 이 같은 상황을 나았다"며 "이럴 바에야 복지부가 의지를 갖고 시민연대 등과 나서 모든 병원입찰자료를 받아 조사해 가격을 조사해 내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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