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백혈병 재발률 낮추는 ‘이중항체’ 효과도 2배?
급성림프모구백혈병에 유일한 이중항체 치료제 ‘블린사이토’ OS 2배 연장·44% 관해율
김상은 기자 kims@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1-12-15 05:57   수정 2021.12.16 15:32
불응성이나 재발 위험을 원인으로 난치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희귀 백혈병 치료에 이중항체 치료제가 긍정적인 예후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백혈병은 우리 몸의 조혈기관인 골수의 정상 혈액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질환을 말하는데, 급성으로 진행양상을 보이는 경우에 ‘급성림프모구백혈병(Acute Lymphoblastic Leukemia, ALL)’으로 분류된다. ALL은 전체 혈액암 중 13.7%의 발병율을 차지해 4번째로 흔하게 나타난다. 

ALL은 백혈병 세포가 생성되는 림프구 종류에 따라 ‘B세포 ALL’과 ‘T세포 ALL’로 구분된다. 그 중 B세포 ALL은 T세포 ALL보다 발병 비율이 더 높다. 

또한 ALL은 ‘필라델피아 염색체’와 같이 세포 내 유전자에서 발현된 비정상적인 변화의 종류에 따라 구분되기도 한다. 필라델피아 염색체는 22번 염색체의 BCR 유전자와 9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암유전자인 ABL 유전자 사이에서 전좌가 생겨 융합된 염색체다.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환자는 음성 환자보다 환자 수는 적지만, 치료 예후가 좋지 않아 높은 위험인자로 간주된다. 

급성백혈병은 관해를 획득하고 이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데 몇 차례의 항암화학요법만으로는 장기적 관해 유지는 어렵다. 특히, ALL은 치료 이후에도 재발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가 더욱 어렵다. 연구에 따르면, 재발/불응성(Relapsed/Refractory, R/R) ALL 환자의 재관해율은 40% 미만이며, 관해를 다시 획득해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재시행한 경우에도 20-30%의 장기 생존율을 유지하는 것에 머문다. 

R/R ALL 환자들은 이미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발하거나 더 이상 치료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과는 다른 기전의 치료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치료 방향을 설계할 때 유전학적 변이 특성이나 보험 급여 현황,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 등을 고려해 적절한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NCCN에서는 TKI 억제제를 비롯해 면역치료제로 B세포 활성화하는 이중항체 항암제 블리나투모맙(제품명; 블린사이토(Blincyto))과 항원 CD22을 표적으로 삼는 이노투주맙(Inotuzumab, 제품명; 베스폰사주), 항원 CD20을 표적으로 한 리툭시맙(Rituximab, 제품명; 맙테라) 등을 제시하고 있다.

▷성장하는 이중항체 시장, 급성림프모구백혈병에 유일한 이중항체 ‘블린사이토’

그 중 블린사이토는 R/R ALL 환자에서 세계 최초의 BiTE 이중항체 약물로 필라델피아 염색체 여부 등 위험요인과 관계없이 다양한 R/R ALL 환자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중항체는 질병을 유발하는 2개 이상 인자를 인식하는 기전으로 단일항체가 1개의 인자에 작용하는 것에 비해 효능을 배로  높일 수 있다. 항암분야를 비롯해 이중항체 치료제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되는 가운데 제약사들의 이중항체 개발 열기가 뜨겁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업 루츠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글로벌 이중항체 의약품 시장규모는 2017년 1억 8000만 달러(약 2000억 원)에서 연평균 34% 성장해 2030년에는 90억 달러(약 1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라델피아 염색체 음성 R/R ALL환자에서 이중항체의 효능은 어떨까? TOWER 연구에 따르면 블린사이토는 44%의 완전관해 도달률을 보였으며, 표준 항암화학요법 대비 2배 가까이 연장된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을 보였다.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R/R ALL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ALCANTARA 연구에서는 블린사이토 투여군의 36%가 완전관해에 도달했다.5 이중에는 불량한 예후 및 치료 저항성과 관련된 T315I 변이 환자가 포함됐다.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블린사이토는 NCCN 가이드라인에서 필라델피아 염색체 여부와 관계없이 권고 사항에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블린사이토는 R/R ALL 환자를 넘어 재발 위험 자체를 감소시키는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 치료를 가능케 한 것에 주목할 만하다. 이로써 재발의 확률을 크게 낮춘 것.

블린사이토는 현재 국내에서 ALL 환자의 MRD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다. BLAST 연구에 따르면, MRD 양성 환자 중 78%가 블린사이토 1주기 투여로 완전한 MRD 치료 반응에 도달했다. 해당 환자군은 MRD 치료 반응을 보이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더 긴 OS와 무재발생존기간(Relapse-Free Survival, RFS)을 보였다. 

나아가 BLAST의 장기 추적 연구 결과, MRD 치료 반응을 보이지 않은 환자군은 14.4개월의 OS 중앙값(Median OS)을 보인 반면, 완전한 MRD 치료 반응에 도달한 환자군의 OS는 추적 관찰 59.8개월 시점에서 중앙값(Median)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블린사이토 치료로 완전한 MRD 치료 반응에 도달하면 장기간 생존 및 완치(cure)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처럼 MRD 치료가 환자의 치료 성적에 영향을 미침에 따라 NCCN과 유럽종양학회(ESMO) 등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MRD 양성인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간주하고 정기적인 MRD 모니터링을 권고하고 있다. MRD 양성 환자에 대한 치료제로는 블린사이토가 권고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 블린사이토는 필라델피아 염색체 여부와 관계없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치료 단계별로는 관해에 도달하게 하는 관해 유도 요법뿐 아니라, 블린사이토로 완전관해(CR 또는 CRh)에 도달한 환자 중 조혈모세포이식 사전승인을 받았음에도 즉각적인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을 수 없어 관해 상태 유지를 위해 공고요법이 필요한 환자들에서도 급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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