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GLP로 사고(思考)하고 연구하라
임선화 안전성평가연구소 시험물질 관리책임자
이권구 기자 kwon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06-12 06:00   수정 2020.06.12 06:43

 

20세기 이후 인류는 끊임없이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수많은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놀라운 연구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2020년 현재 한 도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공포는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전 세계적으로 고통을 주고 있다.

 

한국 정부는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 백신 개발에 10년간 2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속도를 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치료제 개발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실험동물을 활용한 비임상시험과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면, 비임상시험에서 신약개발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세계 각국은 안전한 신약개발을 위한 신뢰성 있는 검증과 절차의 과정들이 GLP(우수실험실운영규정, Good Laboratory Practice)에 의해 철저하게 검증돼야 추적 가능하고 재현성 있는 자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GLP는 왜 필요한 것일까.  

GLP는 1960년대 기적의 신약이라 불렸으나 부작용으로 많은 기형아 문제를 일으켰던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 사건을 계기로 규제 필요성을 인식했으며 1972년 뉴질랜드와 덴마크에서 처음 도입됐다. 이후 1977년 미국 IBT(Industrial BioTest Labs)에서 생산한 가정 및 산업용 제품인 네마쿠르(Nemacur), 센코르(Sencor), 나프로신(Naprosyn), 트리클로로카르바닐라이드(trichlorocarbanilide) 등 부정연구 혐의로 실험동물 결과가 무효화 처리됐다. 이러한 신약허가를 위한 동물실험자료 신뢰성 문제 등 사건들로 FDA에서는 비임상 안전성자료 신뢰성 확보를 위한 GLP 규정을 작성, 공포했다.

국내에서는 1999년 이후 허가를 목적으로 하는 비임상 안전성 자료는 반드시 GLP를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국에서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GLP는 OECD 각 회원국가에서 생산되는 모든 비임상 안전성 자료 평가 시 각국 GLP 기관을 모두 사찰하지 않고, 각 나라 규제기관 GLP 관리체계를 평가함으로써 시험 자료를 상호 인정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Non-GLP로 연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GLP에 준해 연구를 실시한다.

GLP에서는 모든 연구과정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모든 절차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와 시험계획서에 근거해 연구 과정 중 점검, 기록, 보고 및 보관 등을 수행함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규정과 원칙에 따라서 연구를 수행하므로 시험 재구성 시 문서가 제대로 배열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연구 과정 오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필자가 연구소에서 수행하고 있는 시험물질 조제 과정을 예로 들어 보고자 한다.

시험물질 조제는 투여농도와 용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신약개발을 위한 독성연구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시험물질 입수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이 기록돼 관리와 추적이 가능해야 한다. 시험과정에서 변경과 이탈이 발생하더라도 모든 과정이 기록되고 보관되어 일관성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한다

GLP에서 모든 행위는 기록하지 않으면 수행하지 않은 것과 같다. 'No Document, No Action !' 이처럼 체계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 과정들은 GLP 이기에 더욱 가능한 것이며, 이러한 GLP 최종 목적은 신약 개발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보다 안전하게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따라 과학계에도 융합연구를 통해 소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패러다임 변화가 도래하고 있다. 그럼에도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정직성과 객관성을 가진 연구 과정이다.

연구과정에서 원칙을 지키는 일. 탄생한 결과물을 신뢰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 오늘도 GLP 시스템과 더불어 미래지향적이고 능동적인 생산자가 되길 희망하는 연구자와 신뢰성 있는 검증과 절차를 통해 생산된 안전한 신약이 우리 삶을 더욱 건강하게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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