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64조원 매출 로슈, 이번엔 'AI 스타트업' 인수 집중
플랫아이언 통해 200만명 암환자 EMR 보유…연구 임상의 2,500명
이승덕 기자 duck4775@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11-18 11:46   수정 2019.11.18 11:46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제넨택 M&A 등 적극적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성과를 거둔 이후, 최근에는 AI 스타트업 기업 인수로 의료데이터 확보에 주목하고 있다고 소개됐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글로벌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제약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로 로슈를 꼽았다.

로슈는 2017년 574억 달러(약 64조6,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존슨앤드존슨, 화이자와 함께 매출 상위 3대 글로벌 헬스케어로 꼽히고 있는데,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자료에 따르면, 로슈는 2012년경 R&D 프로젝트의 대다수가 개발 후기단계로 접어들자, 신규 개발 프로젝트를 확충하기보다 개발 후기 임상시험 효율화를 목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 추진했다.

초기에는 사내에서 새로운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관리부서 담당자와 함께 방문해 기존의 폐쇄적 이노베이션 방식을 탈피, 오픈 이노베이션 추진의 필요성을 인식시켰으며, 오픈 이노베이션 선진 사례인 P&G 등을 방문하고, 나인시그마 등 이노베이션 서비스 기업 5개사로부터 자문을 받는 등 자사에 어떤 오픈이노베이션 추진 방식이 적합할지를 세밀하게 검토했다.

참가 부서들은 '고객에 대한 접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나?', '변혁이 필요한 것은 기술인가? 시스템인가?' 등의 질문부터 검토했는데, 초기에는 참가의사가 있는 부서를 자유롭게 동 활동에 참가시켰는데 관심이 저조했다.

이에 사내의 각 사업부를 대상으로 이노베이션 과제를 조사해각각의 과제별 외부 기술을 매칭하는 형태로 전환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도구로는 M&A를 적극 활용했다. 대표적인 것은 2009년 3월 미국 바이오 벤처 제넨텍(Genentech)을 468억 달러에 매수한 사례이다.

제넨텍은 항체바이오 신약 신시장을 개척했고, 세계 최초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 신약 허셉틴을 비롯해 리툭산·아바스틴 등 매년 8~10조원씩 팔리는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을 성공했다.

로슈의 제넨텍 매수 당시에는 보수적 유럽 제약 대기업과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미국 벤처는 기업 문화가 서로 달라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으나, 결과적으로 제넨텍의 린 스타트업 방식 등이 로슈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거대 바이오 기업들과 R&D센터, 제약 관련 전공자들이 제넨텍과 같은 혁신 바이오 벤처를 꿈꾸며 남샌프란시스코로 집중되면서 동 지역 주변이 바이오 클러스터로 발전한 효과도 있었다는 것.

지난해 2월 AI 활용 실시간 종양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인 플랫아이언(Flatiron Health)을 19억 달러에 인수한 것도 의미 있는 M&A로 보았다.

플랫아이언은 2014년 암 전용 전자진료기록(EMR)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 알토스(Altos Solution)를 매수한 스타트업으로, 로슈는 플랫아이언 인수를 통해 환자 데이터에 직접 접속할 수 있게 됐으며, 플랫아이언의 'OncoEMR'은 200만명 이상의 암 환자 전자기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연구목적으로 사용하는 임상의가 2,500명 이상이다.

로슈는 이 외에도 Foundation Medicine(美)64), Viewics(美) 등 인공지
능 및 딥러닝 등 데이터 기반 스타트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자기파괴적 혁신기술 개발 역시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로슈는 그룹내에 DNA 서열분석기술(DNA sequencer) 개발을 목적으로 Roche sequencer solution을 설립했다.

DNA 서열분석과 같은 신기술은 기존 기술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데, 로슈는 타사에게 이 시장을 뺏기는 것보다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관련 분야 임상연구를 수행하는 기업 및 데이터플랫폼 기업과 협력해 전략적 투자 및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로슈의 성과 요인은 외부 자문위원(IABS. Innovation Advisory Boards)을 구성해 온/오프라인 대화로 성과를 거뒀고, 시니어 리더의 25% 보너스를 담당 업무에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는지 확인하는 인센티브 설계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슈는 의료 데이터 확보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닫고, 장기적 관점에서 AI 등 기술 스타트업에 과감히 투자했다"면서 "의약품 분야는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10년, 투자 회수에 10년, 합이 20년이 소요되는 장기 투자가 대부분인데, 동종 경쟁사는 거액을 투자한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을 매수하는데 반해, 로슈는 환자 데이터 확보를 위한 IT 분야 스타트업을 전략적으로 매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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