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듯 하지만 이제는 꽤 익숙해진 피부 질환이 있다. 그 이름은 ‘건선(psoriasis)’. 건선은 최근 피부 질환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치료법이 발전하고 있는 질병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선 치료제 시장은 ‘생물학적 제제’의 등장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건선은 과거에는 단순히 표피의 과증식성 질환으로 인식됐다면 이제는 인터루킨(IL)이 주로 관여하는 면역매개성염증성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건선에서 주로 표적하는 인터루킨은 17과 23이다. 건선 진행 정도를 병변이 더 많이 진행된 상부(각질형성세포 단계)와 병변이 덜 진행된 하부(건선 증상과 악화)로 나눴을 때, IL-23을 억제하는 약제는 건선 병리기전의 보다 상부에 작용하고, IL-17을 억제하는 약제는 보다 하부에 작용한다.
어느새 IL-17 억제제와 IL-23 억제제로 양분된 건선 생물학적 치료제 시장은 여전히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각 계열 후발 주자들의 ‘직접 비교(head-to-head)’ 임상 데이터는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IL-17 억제제 계열의 후발 주자인 탈츠(성분명: 익세키주맙)는 TNF-a 억제제인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과 IL-23 억제제인 트렘피어(성분명: 구셀쿠맙)와의 직접 비교 임상시험을 각각 진행한 결과를 발표하며 치료제 중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렘피어와는 ‘IXORA-R 시험’을 통해 직접 비교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의 일차 시험목표는 PASI 100 도달률로, 탈츠 투여군이 트렘피어 투여군보다 PASI 100에 도달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휴미라와는 기존의 항류마티스제제(DMARDs)를 병용하는 조건으로 24주 시점에서 질병 활성도의 최소 50% 감소를 의미하는 ACR50과 완전히 깨끗한 피부를 의미하는 PASI 100을 모두 달성한 환자 비율을 평가했다. 결과는 휴미라 투여군은 28%가 도달, 탈츠 투여군은 36%가 ACR50과 PASI 100에 도달했다.
IL-23 억제제 계열의 후발 주자인 트렘피어(성분명: 구셀쿠맙) 역시 직접 비교 임상을 통해 우위성을 증명하고자 했다. 대상은 IL-17 억제제인 코센틱스(성분명: 세쿠키누맙)다.
트렘피어의 3상 임상인 ECLIPSE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트렘피어를 투여한 환자가 코센틱스 투여군에 비해 PASI 90을 달성한 환자 비율이 높았다. 48주차에 PASI 100을 달성한 환자의 비율 역시 트렘피어 투여군이 높았다.
이렇듯 각 인터루킨 억제제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인터루킨을 억제하는 것이 효과가 더 좋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무엇일까.
정답은 ‘당장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건국대학교병원 피부과 최용범 교수는 “어떤 인터루킨을 억제하는 것이 더 효과가 좋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직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사람마다 특성이 다르고, 중증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 건선 환자 중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 받아야 할 사람은 10%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 방법마저 듣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약제별로 큰 차이가 없다는 의미는 이런 의미다”라고 전했다.
또 건선 치료제 시장은 신약들이 빠른 속도로 쏟아져 나오는 만큼 임상의의 처방 경험과 다양한 학술적 노력이 뒷받침되는 일 또한 약의 평가를 위해 선행돼야 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춘추전국 시대’로 불리는, 그야말로 포화 상태인 건선 치료제 시장에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약제들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