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어려운 대장암도 희망 있어…‘표적치료제’ 역할 중요”
이윤석 교수 “수술 전 적합한 1차 치료제 선정 후 종양 크기 줄여야”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8-08-13 06:00   수정 2019.04.08 20:28
2015년까지 연간 13.7%의 유병율, 국내 암 발병율 2위. 대장암의 얘기다. 그만큼 흔한 암이지만 모든 환자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과거 전이성 대장암 환자들 중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의 생존율은 극히 낮은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윤석 교수(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사진)는 최근 발달된 의학 기술로 인해 수술이 어려웠던 전이성 대장암 환자도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고 말한다.


그는 “처음 대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 약 30%가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돼 있다. 과거에는 이 중 수술을 통해 절제가 가능한 사람은 약 10% 정도로, 나머지 90%는 수술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환자를 좀 더 세분화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전이성 대장암 환자가 100명이라면 약 10명은 수술이 가능하고, 20~30명 정도는 ‘수술을 할 수 있을까’하는 경계선에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 70명은 수술이 어려운 환자로 분류할 수 있다.

그렇다면 흔히 진행된 단계인 대장암 ‘4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이 교수는 “먼저 대장암 4기와 말기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4기 대장암은 다른 암종과 성격이 달라 의학적 치료가 가능하다. 심지어 절제 가능한 4기 대장암은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말기 환자는 더 이상 의학적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환자의 남은 삶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완화 치료를 진행한다.

하지만 수술이 어려운 전이성 대장암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항암치료가 가장 중요해진다는 것.

이 교수는 “예를 들어 4기를 제외한 대장암 치료의 경우, 수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보조적 항암화학치료의 비중이 20%라면, 절제 불가능한 4기 대장암 환자에서 항암화학치료가 차지하는 치료의 비중은 거의 100%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4기 환자는 절제 가능 여부와 상관없이 80%에서 항암치료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대장암 항암치료의 중심에는 ‘표적치료제’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 임상에서 직접 환자를 진료하는 이 교수가 생각하는 ‘표적치료제가 환자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당연히 생존율 증가다. 1960~80년대까지도 절제 불가능한 4기 대장암 환자의 생존 기간은 8~10개월 정도였다. 12개월도 못 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표적치료제가 많이 개발돼 절제 불가능한 4기 환자도 표적치료제를 통해 평균 생존율이 24개월에서 30개월까지도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 가능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환자에서도 표적치료제가 중요하게 쓰인다. 표적치료제를 잘 써서 암 크기를 줄인 이후, 수술로 제거하면 충분히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든 표적치료제가 전이성 대장암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전이성 대장암에서 표적치료제를 선택하기 전 시행하는 ‘RAS 바이오마커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전이성 대장암에서의 RAS 바이오마커 검사는 환자가 치료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사람의 얼굴 생김새가 모두 다른 것처럼 암세포의 특성은 다 달라서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다. 이런 측면에서 RAS 바이오마커 검사는 좋은 치료 반응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토대로 1차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RAS 유전자 변형이 없는 환자라면 얼비툭스(성분명: 세툭시맙) 치료를 통해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RAS 정상형 타입(wild-type)에서 얼비툭스를 사용하는 이유는 초기에 종양 크기를 빠르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앞서 말한 수술 경계선에 있는 환자 중, RAS 정상형인 경우라면 얼비툭스를 통해 조기에 종양 크기를 빠르게 줄여 이후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이성 대장암에서는 1차 항암제로 어떤 치료제를 선택하는 지가 향후 환자의 치료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RAS 유전자 검사를 통해 효과가 확실히 예측된다면 알맞은 표적치료제를 초기부터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들에게 ‘포기하지 말 것’과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조언했다.

이 교수는 “과거와 달리 요즘은 의료기술이 많이 개발됐다. 때문에 진행성 대장암에 걸렸다고 섣불리 치료를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항암치료, 수술 등 치료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전문가와 상의하면 환자가 느낄 수 있는 고통의 크기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으며, 치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환자 중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치료법을 맹신하다가 상태가 더욱 악화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전문 의료진은 환자의 신체 뿐 아니라 심리적 상태까지 모두 파악한 후에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며 “암에 대해 너무 겁내기 보다는 결과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전문가를 믿는다면 머지않아 ‘완치’라는 좋은 소식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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