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암 치료 트렌드는 항암제 간 ‘재조합’
2018 ASCO서 ‘면역항암제 병합요법’, 질병별 ‘항암제 추가·감소’ 강조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8-06-20 16:25   수정 2018.06.20 16:30
항암 치료가 활성화된 지도 어느 덧 수십 년 째. 그동안 눈부신 발전을 보여 온 항암 치료 분야지만 그 효과 앞에 ‘획기적’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부족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6월 1일부터 5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는 기존의 항암제를 두고 어떤 조합으로 사용하는 것이 최선일까라는, 일명 항암제 간의 ‘재조합’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 있어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ASCO에서 발표된 대표적인 암 관련 임상들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 20일 대한항암요법연구회(회장 강진형, 이하 연구회)는 암 임상연구의 중요성을 제고하기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ASCO에서 발표된 의미 있는 연구들을 소개했다.



면역항암제 병합요법이 ‘트렌드 변화’ 이끈다

박인근 교수(가천길병원 종양내과)는 올해의 항암 치료 트렌드로 ‘면역항암제 병합요법’을 꼽았다.

면역항암제 병합요법은 어떻게 트렌드가 될 수 있었을까? 먼저 면역항암제 단독으로는 반응률과 무진행생존률이 세포 독성 항암제에 비해 높지 않을 수 있다. 또 다른 기전의 치료제와 병합할 때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가 있으며, 세포 독성 항암제와 비교해 독성이 더 높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된다.

ASCO에서 발표된 항암제간의 병합요법은 다양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면역항암제’가 있었다. 한 마디로 면역항암제에 어울리는 파트너를 찾기 위한 과정이다. 대표적인 조합으로는 면역항암제-세포 독성 항암제, 면역항암제-면역항암제, 면역항암제-세포 독성 항암제-표적치료제 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임상 연구인 KEYNOTE-407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KEYNOTE-407은 PD-L1 발현율에 상관없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펨브롤리주맙-세포 독성 항암제 병용군과 위약-세포 독성 항암제 간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다.

결론은 펨브롤리주맙과 세포 독성 항암제 병용 군의 효과가 더 좋았다. 위약-세포 독성 항암제에 비해 무진행생존기간 1.6개월, 전체생존기간 3.6개월을 각각 늘렸다.

효과가 좋은 것은 인정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다. 약을 2가지 투여한 것이 1가지 투여한 것보다 당연히 독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KEYNOTE-407의 안전성 보고에 의하면 두 투여군 차이 유의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등급의 독성은 펨브롤리주맙-세포 독성 항암제군이 273명(98.2%), 위약-세포독성 항암제군이 274명(97.9%)였으며, 3~5등급의 독성은 각각 194명(69.8%), 191명(68.2%)였다.

단 면역 항진 관련 독성은 각각 80명(28.8%), 24명(8.6%)로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서 연구회는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독성들로 종양내과 전문의가 치료한다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면역항암제 병합요법은 폐암에서만 트렌드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박 교수는 “병합요법은 △위암 △방광암 △신장암 △두경부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시도되고 있는 요법으로, 면역항암제는 앞으로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매우 빠르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자 분석 통해 불필요한 항암제 ‘아웃’

폐암과 마찬가지로 치료제 개발이 꽤 진척된 유방암에서는 온코타입 Dx(Oncotype Dx)을 이용해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생략할 수 있다는 근거를 더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온코타입은 유방암의 재발률 및 항암치료 효과를 예측해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생략하기 위한 것으로, 호르몬 양성이며 림프절 전이가 없는 유방암 환자들이 대상이다. 조직을 유전자 분석한 후 0~100점으로 구분해 저위험군(<18점), 중위험군(<31점), 고위험군(<100점)으로 나눈다. 위험군에 따라 10년 내 전신 재발 확률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저위험군은 항암제 치료를 안 해도 되겠다는 의견들이 일반적이었지만, 중위험군의 항암치료 후 장기간 생존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었다.

온코타입 Dx를 이용한 연구인 TAILORx에 따르면, 중위험군(11~25점)에서의 환자들은 호르몬 단독 치료가 호르몬+항암치료에 비해 열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통해 중위험군에서도 굳이 항암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그러나 모든 조기 유방암 환자가 항암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최혜진 교수(연세암병원 종양내과)는 “50세 이하의 환자(폐경 전 여성)에서는 항암 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재발 막기 위한 옵션으로 추가 항암제 ‘인’

췌장암은 수술 후 재발이 빨라 예후가 좋지 않다. 과거 췌장암에서의 약물 치료는 젬시타빈뿐이었다. 이후 오랜 기간의 암흑기를 거친 후, 2015년도가 돼서야 비로소 폴피리녹스, 아브락세인, 오니바이드 등이 출시됐다.

신약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전이성 췌장암의 생존률은 2배 가까이 높아졌지만, 그래도 기타 암종에 비해 낮은 생존률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PRODIGE 24/CCTG RA.5 연구 결과 췌장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존 젬시타빈 단독 요법보다 복합요법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좋음이 밝혀졌다.

젬시타빈과 m폴피리녹스(5-FU, 루코보린, 옥살리플라틴, 이리노테칸) 요법을 두고 각각 췌장암이 재발할 때까지의 기간을 비교해 봤을 때 12.8개월인 젬시타빈 단독 투여군 대비 m풀피리녹스군은 21.6개월로 나타난 것. 전체 생존기간은 또한 35개월 대비 54.4개월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상 반응을 피해갈 순 없었다. 기본적으로 췌장암 항암제는 독성이 강력한 만큼 설사, 말초신경염, 구토, 점막염 등이 현저히 높았으며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사용률도 높았다.

최 교수는 “복합요법에서 이상 반응이 많이 나타난 것은 사실이지만, 치료 효과는 월등히 좋았다”며 “따라서 종양내과의 세심한 독성관리가 더해진다면 췌장암 수술 후 충분히 회복된 환자에게는 항암제를 더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