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임신중지 약물을 국가의료체계 내에 정식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입법 공백 속에서 음성적으로 유통되던 약물을 제도권 내로 편입시켜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4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공동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국정과제이자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의 임신중지 약물 허용 가능성 검토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정부는 지난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해왔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이 불법 유통되고 대체재가 성행하는 등 여성의 건강이 지속적으로 위협받아 왔다. 아울러 건강 상태에 따라 수술과 약물 중 하나를 선택할 권리가 제한되고, 시기가 지연되면서 임신중지 비용이 증가하는 등 사회경제적 부담도 커져 약물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정부는 약물 오남용을 막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철저한 단계적 관리 방안을 시행한다. 보건복지부는 약물 도입 초기 2년간은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 및 조제'를 원칙으로 엄격히 관리할 방침이다. 이후 부작용 및 안전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점진적인 확대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수입품목 허가·심사가 진행 중인 해당 약물에 대해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임신 63일(9주) 이내' 사용하는 조건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식약처는 의약품 위해성 관리계획 등 허가 신청 자료를 철저히 검토해 안전성과 효과, 품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약물이 공식 허용되면 제도화를 통한 정확한 사용 실태 파악은 물론, 안전한 약물 사용과 사후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그동안 제도적 미비로 안전하게 의료체계에 접근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이번 공식 도입을 통해 국가의료체계 하에서 보다 안전하게 임신중지가 이뤄지고, 사회경제적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부담도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허가 이후 안전한 사용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며, 오유경 식약처장도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허가 신청 자료를 철저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