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필수의료, '수술·입원 높이고 검사 줄이는' 수가로 혁신 돌파구 찾나
17일 복지부 공청회서 혁신안 공개… 2028년까지 '균형 수가' 완성 목표
원가 못 미치는 수술·진찰 보상 상향하고 검사비 낮춰 2조원 재정 확보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6-17 14:52   수정 2026.06.17 14:55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 공청회 전경.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보건복지부가 원가에 못 미치는 수술·입원 수가는 올리고 과도하게 책정된 검사비는 낮춰, 붕괴 위기에 처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대적인 건강보험 체계 수술에 나선다.

17일 오전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 공청회'에서는 현행 수가 체계의 기형적인 불균형을 지적하고, 검사비 인하로 확보한 2조원 이상의 재정을 필수의료에 집중 투자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공개됐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현재 직면한 의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과감한 건강보험 지원 의지를 밝혔다. 

정 장관은 “국민들께서 제때 어디서나 질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과 필수 의료를 최우선으로 하는 건강보험을 과감하게 지원하겠다”며 “‘3분 진료’라는 짧은 진료에서 벗어나 환자를 충분히 진료할 수 있도록 지난 20여 년간 유지되어 온 진찰료 수가를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 대비 수익을 기반으로 과보상된 검체 검사와 CT·MRI 건강보험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조정해 연간 약 2조원 이상을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며 “의료진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지역 의료 현장과 필수 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유정민 복지부 보험급여과 과장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현행 수가 구조의 문제점을 짚었다. 2023년 회계연도 의료 비용 분석 결과는 의료계의 기형적인 보상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생명을 다루는 수술(105.7%), 마취(75.1%), 입원(57.3%), 진찰(70.7%) 등 필수의료 분야는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의 보상을 받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검체검사는 194.1%, 특수영상은 190%의 높은 원가 보상률을 기록해 검사 분야에 이익이 집중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보상 불균형은 의료 서비스 이용의 양극화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이용 횟수는 15.7회로 OECD 평균(5.9회)의 2.5배를 상회하지만, 실제 진료 시간은 4.3분으로 OECD 평균(16.4분)에 크게 못 미치는 전형적인 '3분 진료' 행태를 보이고 있다.

반면, 보상이 후한 CT 검사량은 2020년 1105만 건에서 2024년 1474만 건으로 33.3%나 급증했으며, 인구 천 명당 촬영 건수(333.5건)는 OECD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유 과장은 “이러한 왜곡된 보상 체계가 결국 수술·마취 인력 부족과 내과 243명, 정형외과 82명 증가 등 필수의료 전문의의 이동을 야기하여 배후 진료 및 지역·필수의료 악화라는 악순환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 과장이 발표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안’의 핵심은 '불균형 해소'와 '필수의료 집중 인상'이다.

우선 과도하게 책정된 검사 분야의 수가를 대폭 낮춘다. 평균 190%에 달하는 검체 검사와 특수영상(CT, MRI) 분야 중 원가 대비 150%를 초과하는 수가는 150% 수준으로, 110% 초과분은 110% 수준으로 인하한다. 이를 통해 2조 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확보된 재정은 진찰, 입원 등 기본 진료와 중증·응급, 소아·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에 집중적으로 재투자된다. 검사 수가 인하분 중 2400억원을 진찰료 인상으로 이동시키고, 20년간 동결된 진찰료를 현실화한다. 또한 충분한 진료와 상담을 위해 심층 진찰을 확대하고 입원 치료에 대한 보상도 상향한다.

아울러 야간, 휴일, 응급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중증 수술과 마취 등 최종 치료에 대한 보상을 대폭 확대한다. 단순 분만 대응에서 출산 전 과정 지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제왕절개 고위험 분만 가산을 신설하고, 소아 환자에 대해서도 진찰부터 수술, 처치, 재활까지 전 과정에 걸쳐 가산 적용 연령을 확대하고 보상 수준을 높인다. 비수도권 및 84개 인구감소지역을 중심으로 입원 및 진찰료 수가 가산을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지역 의료 인프라 유지에도 나선다.

단순한 비용 통제를 넘어, 검체 위·수탁 수가 신설 및 분리 지급, 특수장비 등급화 등 검사의 질 관리와 환자 안전 관점의 급여 기준 강화도 함께 추진된다.

정부는 행위별 수가 가감산과 대안적 지불 제도를 병행하는 '보완형 공공정책 수가'를 도입하고, 매 2년 주기의 상시 조정을 통해 2026년 1차 조정, 2028년 수가 구조 혁신 완성이라는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함명일 순천향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은 패널 토론에서는 정부의 수가 혁신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재정 투입 규모를 두고 쓴소리가 이어졌다.

박진식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은 "중증·응급 및 저빈도 의료에 대한 보상 강화 방향에는 적극 동감한다"면서도 "상대가치 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전체 보상 총액인 절대적 투입액 자체가 충분히 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병원과 한방병원 간 환산지수 격차 문제와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보완할 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검사 수가 인하가 불러올 파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조원영 대한내과의사회 총무이사는 "검체·영상 검사 역시 진료의 연장선"이라며 이번 조치가 내과 등 특정 진료과에 미칠 충격을 경계했다. 조 이사는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법정 국고 지원금을 철저히 준수해 실질적인 재정 투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현장의 기능적 연계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정민 영남대병원 외과 교수는 분초를 다투는 응급 상황의 특수성을 언급하며, "응급실부터 수술실, 중환자실, 병실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권역응급의료센터나 상급종합병원 평가 지표에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민우 울산의대 예방의학 교수는 인구 감소 시대에 맞춘 근본적인 체계 전환을 주문했다. 조 교수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는 인구 증가를 전제로 한 모델이라 한계가 명확하다"며 "단순한 원가 보상을 넘어 환자와 국민의 건강 수준을 끌어올리는 가치 기반 보상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민사회와 언론계 역시 정책 취지에는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재정적 뒷받침을 강조했다. 김영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이사와 이에스더 중앙일보 기자는 "2조원의 절감액만으로는 붕괴하는 필수의료를 살리기에 부족하다"며 "건강보험료 인상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과감한 국가 재정 투입과 정밀한 시스템 설계가 동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절박한 의료 현장의 호소가 터져 나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검체 수가 인하는 소아청소년과 붕괴에 이어 내과에 치명타를 날리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호석 대

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 보험이사 또한 "응급 소아 내시경의 경우 치료재료 원가조차 보상받지 못하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단순 비용 분석이 오히려 현장의 자긍심을 꺾고 인프라 붕괴를 앞당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 유정민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정부의 선한 의도가 실제 현장에서 왜곡되어 1년 뒤 제도를 수정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유 과장은 "단순히 2조원을 깎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재정이 필수의료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강조하며, "치료재료가 행위료에 포함돼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문제 등은 행위 재분류나 산정 기준 개선과 같은 디테일한 작업을 통해 신속하게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지속 가능한 재정 관리를 위해 지출 효율화뿐만 아니라 국고 지원 계획 등 큰 틀에서의 논의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수렴된 각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세부 시뮬레이션을 거쳐 다음 주 개편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유정민 보험급여과 과장이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패널 토론 전경.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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