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은 눈앞에 있는데 제도는 거북이"… 난소암 환자 생존권 위협 낡은 급여 시스템
10명 중 7명은 3~4기 '지각 발견'… 생존율 획기적 개선한 혁신신약은 비용 장벽에 막혀
8개월째 약평위 문턱 못 넘은 치료제에 환자들 '발동동'… "치료의 시간은 곧 생명" 절규
국회·의료계 "모든 걸 통제하는 '전지적 정부 시점' 버리고 '규제 기준 국가제' 등 우회로 열어야"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5-13 06:00   수정 2026.05.13 06:01
1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는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실이 주최하고, 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부인종양학회가 주관한 '일상을 흔드는 여성암을 파헤치다 PART 1: 침묵의 살인자 난소암' 정책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혁신 신약은 눈앞에 당도했지만, 낡고 더딘 건강보험 등재 시스템이 환자들의 생존 골든타임을 갉아먹고 있다.

여성암 치명률이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사각지대에 놓였던 난소암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보건당국의 '전지적 정부 시점'에서 벗어나 규제 기준 국가제 도입 급여 등재 패러다임의 전면적인 전환이 시급하다는 국회와 의료계의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됐다.

1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는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실이 주최하고, 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부인종양학회가 주관한 '일상을 흔드는 여성암을 파헤치다 PART 1: 침묵의 살인자 난소암'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의료진과 환자단체, 보건의료 언론인, 정부 부처 관계자가 패널로 참석해 약가 제도의 한계를 짚고 실질적인 보장성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의료진들은 초기 증상이 없어 대부분 3~4기에 발견되는 난소암의 치명성을 지적하며, 표적 치료라는 명확한 대안이 있음에도 제도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정열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은 지난 30년간 5년 상대 생존율이 65% 수준에 머무를 만큼 예후가 나쁜 암"이라며 "최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들이 개발돼 국제 표준 치료로 들어왔지만, 국내에서는 보험 급여가 되지 않아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밀 의료의 핵심인 유전자 및 바이오마커 검사조차 비용 장벽에 막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이유영 성균관대 의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는 보다 구체적인 임상적 한계를 짚었다.

이 교수는 "난소암 환자는 수술과 1차 항암치료 후 평균 18개월 내에 80% 이상이 재발을 겪으며, 이후 반응률 16% 미만의 '백금 저항성' 상태로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동재조합결핍(HRD) 양성 환자에게 파프(PARP) 억제제와 혈관 생성 억제제를 병용하면 재발 위험을 절반 이하로 낮추고, 백금 저항성 재발 환자에게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엘라히어'를 쓰면 생존 기간을 1년 이상 연장하는 혁신적인 결과가 입증됐음에도, 정작 환자들은 고가의 비용 탓에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러한 의료진의 답답함은 환자들의 절박함으로 직결된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신약 급여 심사의 지지부진한 행정 절차를 강하게 성토했다.

이 이사는 "린파자와 아바스틴 병용 요법의 경우 지난해 9월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는데도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약제급여평가위원회조차 상정되지 않았다"며 "치료제가 없는 것과 있는데 접근할 수 없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3, 4기 환자들에게 치료의 시간은 곧 생명과 직결되는데, 불필요한 행정 절차로 인한 지연은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엘라히어에 대해서도 "10년 만에 전체 생존 기간 개선을 입증한 약제인 만큼 환자들의 기대가 크다. 시급성을 고려해 심사 속도를 내달라"고 촉구했다.

청년의사 김윤미 기자는 급여 기준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환자들의 이중고를 지적했다.

김 기자는 "HRD 진단을 위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검사 자체가 본인 부담률이 80%에 달해 시작부터 난관인데, 양성 판정이 나와도 병용 요법 급여가 안 돼 고가의 약값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문가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특정 질환 대상 네거티브 규제나 유연 약가 제도 도입 등을 통해 급여 신청의 우회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회에서는 정부 주도의 획일화된 심사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대안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박정열 교수는 "환자들은 글로벌 임상 저널에서 입증된 약을 자비로라도 쓰겠다는데 제도가 막고 있다"며 "심평원 심사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각 의료기관의 전문가 집단인 다학제 위원회에서 사용을 승인하면 곧바로 환자에게 쓸 수 있도록 '허가 초과 요법' 제도를 대폭 열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행사를 주최한 이주영 의원 역시 "정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전지적 정부 시점'으로는 매일 쏟아지는 정밀 의료의 발전 속도를 결코 따라갈 수 없다"며, 해외 규제 기관에서 입증된 약제를 신속히 등재하는 '규제 기준 국가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 측 패널들은 현장의 절박함에 공감하며 제도 개선과 신속한 심사를 약속했다.

김민정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린파자와 엘라히어에 대해 5월 중으로 적극적인 검토를 진행하겠다"며 "의료기관 다학제 위원회를 활용한 허가 초과 요법의 절차 간소화 방안도 함께 챙겨보겠다"고 밝혔다.

이숙현 심사평가원 신약등재부 부장 역시 "엘라히어 등 혁신 신약의 급여 범위와 약가 산정에 있어 환자들이 적기에 수혜를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주영 의원.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이재관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대한부인종양학회 회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박정열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이유영 성균관대 의대 산부인과학교실 교수.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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