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형사리스크 완화 첫발…'개인책임→사회분담' 전환 필요성 부각"
"사망사고까지 기소 제한"…정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절충안' 제시
"처벌 중심 아닌 환자안전 체계로"…현장·학계, 공적보상·시스템 개편 촉구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3-19 06:00   수정 2026.03.19 06:01
(왼쪽부터) 서종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어은경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과장.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책임을 개인이 아닌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번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첫 단계’로 제시하며 향후 제도 보완 가능성을 열어뒀다.

18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의료 민·형사 소송 현황 비교분석 및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필수의료 붕괴 원인으로 지목된 과도한 형사책임 구조를 두고 다양한 해법이 논의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서종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필수의료 사고를 개인 과실 중심으로 다루는 현행 구조의 한계를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의사 책임 강화가 국민 건강권 보호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필수의료는 구조적 위험이 내재된 영역으로, 개인 책임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형사소송 구조가 필수의료 기피를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서 교수는 “최근 5년간 700명 이상의 의사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지만 유죄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무죄 여부보다 입건부터 재판까지 이어지는 장기간의 사법절차 자체가 의료현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민사소송 역시 인과관계 입증 완화와 손해배상 조정 구조로 인해 의료진 부담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가 결국 방어진료와 필수의료 기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서 교수는 “필수의료는 고위험·고강도·저수익 구조를 갖는 만큼 책임 역시 사회가 분담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공적 보상 체계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토론에 나선 어은경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접근 방식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어 교수는 “환자와 의료진을 대립 구도로 볼 것이 아니라, 모두가 안전한 의료체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논의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사고’가 아닌 ‘환자안전사건’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과실 판단 이전에 신속한 공적 보상과 원인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과실 보상이라는 표현보다 ‘과실과 무관한 신속 공적 보상’이 더 정확하다”며 “조사와 처벌이 얽히면 누구도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결국 시스템 개선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대한 과실 범위를 폭넓게 규정한 최근 개정안에 대해서도 “구조적 문제를 다시 개인 책임으로 환원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필수의료 형사 리스크 완화를 위한 ‘현실적 절충안’으로 설명했다. 신현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과장은 “이번 법이 모든 안전망을 완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도를 먼저 작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신 과장은 중대한 과실 12개 유형과 관련해 “의료계는 범위를 좁히길, 환자단체는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최근 판례 분석을 통해 양측 요구를 조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약 오류나 수혈 오류 등 단순해 보이는 행위도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어 일정 부분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개정안의 핵심으로 ‘사망사고까지 포함한 기소 제한 특례’를 제시했다. 신 과장은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에서 중과실이 없고 손해배상이 이뤄진 경우 사망사고라도 기소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며 “필수의료 종사 의료인의 형사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한 장치”라고 강조했다.

의료사고 이후 설명과 사과·유감 표현을 보호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신 과장은 “의료진이 소통을 회피하는 것이 분쟁 장기화의 주요 원인”이라며 “사고 경위 설명과 유감 표현이 재판상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해 소통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전면적인 국가 보상 방식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한편, 이번 개정안을 출발점으로 제도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보완에 나설 계획이다.

신 과장은 “뉴질랜드같이 국가에서 모든 의료사고를 보상하는 케이스는 적다”며 “과실이 있다고 하면 자기 책임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보험 방식으로 운영해보고 데이터를 쌓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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