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제약·의료기기 '8400억' 판촉비… 1인 CSO 난립 속 투명성 시험대 오르다
지출보고서 제출 업체 2만 8118곳 '역대 최다'… 73%는 5인 이하 영세 사업장
합법적 경제적 이익 제공 8427억 원 달해… 임상시험 지원에만 67% 쏠려
제약은 '대금결제 할인', 의료기기는 '견본품'… 제품설명회에 2107억 투입
13일부터 대국민 온라인 공개 시작… "유통 질서 정화하는 강력한 백신 될까"
김홍식 기자 kimhs423@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3-13 11:20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24년도 의약품·의료기기 경제적 이익 등 지출보고서 실태조사 결과를 13일 전격 공개했다.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오간 판촉 금전 규모만 8400억 원을 넘어선 가운데, 전체 업체의 70% 이상이 5인 이하의 영세 사업장으로 확인돼 유통망 관리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른바 ‘K-선샤인 액트(K-Sunshine Act)’로 불리는 이 제도를 통해 업체별 상세 지출 내역이 대국민 온라인 공개로 전환되면서, 제약·의료기기 영업 생태계가 진정한 의미의 투명성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의 제도 참여도와 인지도는 눈에 띄게 높아졌다. 지출보고서를 제출한 업체는 총 2만 8118개소(의약품 1만 5849개소, 의료기기 1만 2269개소)로 전년 대비 29.0% 급증했다.

그러나 양적 팽창의 이면에는 업계 특유의 영세성이 자리하고 있다. 제출 업체의 73.3%가 5인 이하의 사업장으로 확인됐다. 특히 영업망의 핏줄 역할을 하는 의약품 판촉영업자(CSO)의 경우 무려 67.0%가 1인 사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후죽순 생겨난 1인 CSO들이 영업망의 말단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촘촘한 영업 활동이 모두 지출보고서의 감시망 안에 제대로 포착되고 있는지 지속적인 검증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전체 제출 업체 중 실제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했다고 보고한 곳은 4778개소(17.0%)에 머물렀다.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오간 금전의 규모는 막대하다. 학술대회, 임상시험 연구비 지원 등으로 제공된 총 금액은 8427억 원에 달한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임상시험 연구비 지원'으로 전체의 66.9%인 5636억 원이 투입됐다.

경제적 이익 제공 유형을 살펴보면 제약과 의료기기 산업의 구조적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의약품 업계는 도매상이나 요양기관 대상의 '대금결제 비용할인'이 55.1%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의료기기 업계는 기기를 직접 써보고 성능을 평가해야 하는 특성상 '견본품 제공'이 57.8%로 가장 높은 유형으로 나타났다.

영업 현장의 핵심인 '제품설명회'를 통한 밀착 판촉도 여전히 활발하다. 총 1745개소 업체가 252만 명의 의료인 등을 대상으로 125만 건의 제품설명회를 개최했다. 여기에 제공된 금액만 2107억 원이며, 의료인 1인당 평균 8만 원의 경제적 이익이 돌아간 것으로 집계됐다.

물품 제공 공세도 이어졌다. 총 2326만 개의 제품이 현장에 제공됐으며, 그중 견본품 제공이 1256만 개(5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번 지출보고서 공개의 핵심은 단순한 실태 파악을 넘어 '감시 주체의 확대'에 있다. 13일부터 향후 5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누리집을 통해 국민 누구나 업체별 경제적 이익 제공 내역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곽순헌 보건의료정책관은 “지출보고서 공개는 단순한 정보 공개를 넘어 의약품·의료기기 유통 전반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제도인 만큼 안정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라고 하며, “정부도 업계와 함께 투명하고 건전한 의약품·의료기기 유통질서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공개된 8400 원의 방대한 데이터가 합법을 가장한 우회적 리베이트 관행을 솎아내고, 1 CSO 중심의 기형적 영업 구조를 개선하는 강력한 백신으로 작용할 있을지 의료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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