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의협 회장이 현 사태를 만든 건 박민수 차관이라고 답하면서 박 차관과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을 바라보고 있다. ⓒ약업신문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이 의사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를 만든 장본인은 의사들이 아닌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이라며 정부를 정조준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26일 국회 본관 601호에서 열린 ‘의정갈등 청문회’에서 임현택 의협회장을 향해 전공의 집단이탈과 의사 집단휴진 등으로 국민의 불편과 불안감을 초래한 의료계의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임현택 회장은 “현 사태를 만든 건 의사들이 아닌 박민수 차관”이라며 의사 책임론을 전면 부정하는 동시에 보건복지부와 박민수 차관을 공개 저격했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 발생 이후 정부는 지속적으로 의료계를 향해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며 협상을 요구해 왔으나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는 정부가 한국의료를 죽였다며 이를 전면 거부했다. 의료계는 정부에 의료정상화를 위한 세 가지 필수조건을 요구하면서 지난 18일 집단휴진을 강행한 바 있다. 의료계가 정부에 요구한 조건은 △의료계와 의대정원 증원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논의사항 별도 논의 △전공의, 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및 처분 즉각 소급 취소와 사법처리 위협 중단이다.
청문회는 오후에 출석이 예정된 조규홍 장관이 아직 출석하지 않은 만큼 본격적인 질의와 비판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의대 증원 수 2000명 산출 근거에 대한 맹공이 예고된 만큼 오후에는 한층 거센 분위기로 청문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복지부에 2000명 산출 근거 자료를 요청했으나 제출 거절 답변을 받았다며 관련 문서를 들고 있다. ⓒ약업신문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오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번 청문회의 핵심은 왜 하필 2000명이었는가를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한 근거가 있었는지, 대통령의 격노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항간에 떠도는 이천공 때문인지 밝혀야 한다”며 “지난달 판결이 난 서울고등법원에서도 이것이 가장 중요했기 떄문에 2000명 증원에 대한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을 했고 복지부는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저희도 이 자료를 요청했는데, 재판 진행 중인 정보라는 이유로 제출이 어렵다는 답변이 왔다.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법원은 믿고 국회는 못믿는다는 것인가. 오전까지 상임위로 제출할 수 있도록 조치 부탁드린다”고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에게 요청했다.
이에 박주민 위원장은 박민수 차관에게 “검토해서 제출 여부 말씀달라”며 “개인정보 포함된 자료만 제출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재판 중이란 이유는 말이 안 된다”며 신속한 제출을 요청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도 박 차관과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에게 2000명이라는 숫자가 정해진 것을 언제 알게 됐냐며 집요하게 따졌다. 그러나 정부 측 증인들은 어느 한 시점에 튀어나온 숫자가 아닌 고민과 검토를 거듭한 끝에 나온 것이라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반박했다.
박 차관은 “증원 숫자를 추정하는 보도들이 많이 나왔는데 ‘2000명’도 한 번 있었고, 3000명도 있었다”며 “다양한 숫자들이 추정치가 나갔고 정부는 최종 2월 6일 발표 직전에 보정심을 통해 최종 결정을 했는데, 최종 결정하기 전까지 많은 검토와 숙고를 계속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오후 질의에서 이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 측 대응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