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8월 국회서 법제화 유력...업계 갈등 속 환자 의견은 어디에?
환자단체 "환자 안전·환자 편의에 중심 두고 논의해야"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08-04 06:00   수정 2023.08.04 06:01

 

이르면 이달 중 법제화될 비대면진료를 두고 그 대상이자 주인공인 환자들이 목소리를 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3일 입장문을 통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약계·산업계·환자계 모두 방해꾼이 아닌 비대면 진료의 효과와 안전성, 불편함을 검증하는 참여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한국백혈병환우회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등 8개 환자단체가 연합한 모임이다. 

환자단체는 "산업계도 초진·재진 허용 범위 논란 등으로 시범사업의 방해꾼이 되선 안 된다"며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신속한 입법과 성공적인 시범사업 수행으로 환자의 진료 받을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국민 4명 중 1명이 비대면진료를 경험한만큼 비대면진료의 허용 여부를 놓고 찬반이나 초진·재진 허용 범위 논쟁을 하는 것은 소모적이라는주장이다. 환자단체는 “이제 국회와 정부는 신속한 입법과 성공적인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수행으로 대면진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이 나선 것은 오는 31일 3개월간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의료계·약사계 등 보건의료계와 산업계가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졸속 입법’이라는 명분 아래 입법화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계와 산업계는 시범사업 전부터 신경전을 벌였던 초진과 약 배달 허용 여부와 수가 등 쟁점 해결을 확실히 하기 위해 철저한 평가와 검증이 선행돼야한다는 입장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비대면진료가 의료 민영화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과 법제화를 반대한 것. 보건의료노조는 "영리 플랫폼 업체들이 환자와 의료기관, 약국을 중개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은 사실상 영리병원 도입과 다르지 않다"며 "국회는 비대면 진료로 인한 의약품 오남용, 의료의 질적 수준 저하, 의료 민영화를 부추기는 위험 등이 확인 됐음에도 졸속으로 법안 통과 절차를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도 정확한 평가나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입법을 서두르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원산협은 시범사업에서 제도의 효과와 문제점, 활용된 자원의 규모와 타당성, 국민과 참여 의료기관의 호응도와 만족도 등을 다각도로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산협은 또 정부가 각 업계와 논의해 시범사업을 평가·보완하겠다고 구성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자문단’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원산협은 지난달 21일 회의가 비정기적으로 개최되는데다 평가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6월 출범한 자문단 회의는 단 두 차례 개최되며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약사회도 비대면진료의 무분별한 처방이 약물 오남용과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야기하기에 법제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약사회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회원 약국 대상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현황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약국의 전체 비대면진료 처방전 중 절반 이상(50.5%)이 응급 피임약 등 비급여 처방으로 나타났다. 또 대리 처방을 비대면진료 처방으로 발행해 재진 진료비 100%와 시범사업 관리료(재진진료비 30%)를 함께 청구함으로써 재진 진료비의 50%가 아닌 130%가 청구돼 불필요한 보험재정이 지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은 “충분한 검증과 논의 없이 일단 해보자는 식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강행한 결과 오히려 국민건강은 위협받고 설상가상으로 보험재정만 축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계와 산업계는 시범사업 전부터 초진과 약 배달 허용 여부, 수가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 왔다.  지난 6월 시작한 비대면진료 시범기간이 아직 4주 남았다. 지금부터라도 서로의 이익 추구를 떠나 환자들을 중심에 두고 철저한 평가와 검증의 시간을 갖기를 환자단체는 요구하고 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