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 단체 중 지난해 행위료 증가율 1,2위는 의협(23.5%)과 약사회(19%)다. 나머지 공급자 단체의 증가율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이는 24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열린 2차 수가협상 첫째 날 여실히 드러났다. 의협과 약사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근거자료를 제시하는 등 전투적으로 협상에 임했고, 비교적 행위료 증가율이 낮았던 병협은 평온한 모습이었다.
수가협상은 재정소위에서 결정되는 한정된 밴딩(지출 규모) 내에서 공급자 단체들이 순위 별로 나눠 갖는 방식이다. 이에 지난해 행위료가 높게 나타난 의협과 약사회는 자연스레 수가 인상률이 낮아지는 만큼 부담이 큰 것. 하지만 두 공급자 단체의 대응 전략은 조금 달랐다.
의협은 밴딩 폭을 설정하는 방식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며 그 폭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고, 약사회는 전체 행위료 점유율의 추세를 보고 SGR 유형별 순위를 매겨달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이례적으로 2차 수가협상 직전 '2024년도 수가협상 밴딩 관련 제안사항'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SGR은 미리 정해진 밴딩의 합리화 수단일 뿐이라며 기존 밴딩 설정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 밴딩을 미리 정한 후 각 유형으로 분배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에서 유형별 수가협상을 진행하면서 최종 밴딩을 정하는 바텀업(Bottom-up)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1시간 30분 가까이 협상을 하고 나온 대한의사협회 김봉천 수가협상단장은 "어려운 과정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저수가 정책이 필수의료를 망가뜨린다며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총 의료비 100조 시대에 밴딩규모는 그것의 1% 수준이라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밴딩 폭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보재정 지출의 우선 순위는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적정 수가 책정에 우선적으로 투입돼야 한다는 것. 조정호 단원은 "밴딩 규모 설정에 최저임금 인상률(5%)과 소비자물가 상승률(5.1%) 정도는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의협 협상단은 의원급 점유율이 10여년 전 40% 수준이었지만 19%까지 떨어졌다가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며 22% 수준으로 회복 추세에 있다며 ‘정상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0일로 예정된 가입자-공급자 간 간담회에 대해선 "공급자 단체들과 실무 접촉 중에 있다"며 “다만 각 단체가 입장이 조금씩 다르기에 간담회를 함께 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1시간 가량 협상을 하고 나온 약사회 박영달 수가협상단장은 지난해 행위료 증가율이 높은 것은 코로나와 오미크론 등 감기 환자가 폭증하는 상황 속 일시적 이벤트였을 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행위료가 오른 만큼 인건비와 관리비 등 비용 지출도 많았다며 그 근거로 '약사회 자체 회원 대상 조사 결과 데이터값'을 공단측에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단장은 환산지수 자체가 왜곡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7년도 전체 행위료 점유율이 10.7%고 2021년도가 13.8%인 것에 비해 작년은 6.7%로 반토막이 난 상태"라며 "전체적인 유형별 행위료 변화 추세가 환산지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만큼 순위 책정에 활용하면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에서도 지난해 한해만이 아닌 전체적인 추세를 봐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같은 날 2차 수가협상을 진행한 병협 송재찬 단장은 2차 협상에서 큰 진전은 없었다면서도 "다른 유형에 비해 병원 유형의 진료비 증가율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환산지수 역전현상이 가져오는 의료전달체계 왜곡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대한치과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의 2차 수가협상은 25일 열린다. 이어 30일 오후 2시엔 가입자-공급자 단체 간 간담회가 예정돼 있고, 오후 4시에 밴딩 폭을 설정하는 2차 재정소위가 개최된다. 최종 수가협상일은 3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