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겐 ‘고분고분’ 여성에겐 ‘반박’…정호영 후보 청문회 태도 논란
민주당 고민정 “제가 검증 대상이냐”…김성주 “과거 칼럼 여성관 청문회장서 드러난 것”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2-05-04 06:00   수정 2022.05.04 06:01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사진: 국회 전문기자협의회 기자단).
 
 
10년 전 한 신문 칼럼에서 “암 특효약은 결혼”이라고 밝혀 여성관에 대한 논란을 빚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일 인사청문회에서 여성 의원들의 질의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며 또 다시 논란을 낳고 있다. 과거 칼럼에서 드러난 여성관이 우연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 후보자는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 2차 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는 대신 맞받아치는 모습을 반복하면서 이같이 지적받았다. 

고민정 의원은 후보자 두 자녀의 경북대의대 편입학 의혹을 언급하면서 “ 왜 하필이면 경북대의대로 자녀들이 지원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후보님은 성인이 된 자녀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답변을 했다”며 “그때로 돌아간다면 자녀들이 경북대의대에 지원하는 거 그대로 두고 보시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후보는 “역시 성인인 자녀들이 선택했으니까 그렇지 않겠느냐”며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자녀들의 선택을 중시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고 의원은 ‘춘풍추상’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면서 “사람들한테는 봄바람처럼 나 스스로에 대해서는 가을의 서릿발처럼 엄격하게 하라는 말”이라며 “(후보자는)국민을 상대로는 굉장히 추상적으로 엄격하게 하면서 자녀들에겐 굉장히 부드러운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런 선택을 안 했을 것 같다는 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다시금 같은 답변이 나온다”며 일침을 가했다.  

반면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에 임원들의 자녀들이 입사 지원하는 것은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정 후보가 “관련 법규 절차를 따르겠다”며 자녀들이 입사를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답을 내놨다. 

이에 고 의원은 후보자에게 공직자로서의 자질이 없다며, 그 동안 그가 내놓은 해명 자료 중 잘못된 답변이 있을 경우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지 추궁하고 나섰다. “자리를 걸겠느냐”는 압박에도 답변 대신 오히려 고 의원의 질의를 자르며 반박하는 태도롤 보이는 정 후보에게 고 의원은 “지금 내가 검증 대상인가”라며 언짢아했다.

이에 보건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아까도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후보자의 답변 태도를 지적했는데, 공통점이 있다”며 “여성 의원들이 질문할 때는 태도가 바뀐다”고 꼬집었다. 이어 신현영 의원, 최혜영 의원, 고민정 의원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이건 우연이 아니라 후보자가 오래 전칼럼에 썼던 여성관이 지금 이 청문회장에서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주 의원은 “남성들이 질문할 땐 고분고분하고 여성들이 질문할 땐 왜 거꾸로 질문을 하느냐”며 “장관 후보자로서 청문회에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런 태도로 계속 청문회에 임한다면 기본적인 국민에 대한 예의도, 국회에 대한 존중도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앞서 정 후보는 의사 출신인 신현영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후보자들 중 가장 많은 의혹을 가진 당사자로서 낙마나 사퇴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없다”며 자신이 당선인의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부합하는 인선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떳떳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왔다”며, 자녀들의 경북대의대 편입학 의혹에 대해서도 “공정한 절차에 의해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불합격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없다”고 맞받았다. 

이처럼 후보자가 시종일관 꼿꼿한 태도로 질의에 맞서자 김성주 간사는 “신 의원이 의사 출신이라고 해서 후배로 보이느냐”며 청문회에 임하는 후보자 태도를 강하게 지적했다. 

한편 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저녁 정 후보자의 청문회 도중 자료 제출과 답변 태도 등을 문제 삼으며 중도 퇴장했고, 국민의힘 의원들만 참석한 반쪽 청문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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