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면허없이 가짜약까지…행정조사 덜미 잡힌 요지경 ‘면대약국’
건보공단 2일 ‘불법개설기관 폐해 사례집 발간…약국 관련 사례 8건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2-05-03 06:00   수정 2022.05.03 06:03
약사면허없이 위조 의약품까지 판매한 면허대여약국이 건강보험공단의 행정조사를 통해 적발된 사실이 드러났다. 한 대형병원 병원장은 16년간 면대약국을 개설해 운영하다 덜미를 잡혔다.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일 발간한 ‘불법개설기관 폐해 사례집’에는 건보공단 행정조사를 통해 적발돼 법원에서 불법개설기관으로 확정 판결된 사무장 병원 및 약국의 폐해 사례 24건이 수록됐다. 

이 중 특히 약국‧약사와 관련한 폐해 사례는 ▲약사면허없이 위조 의약품까지 판매한 면허대여약국 ▲대형병원 병원장이 16년간 면대약국 개설‧운영 ▲면대약사 사망한 후 남편 영입한 면대약국 ▲허위 임대차계약으로 약사 5명 울린 사무장 ▲약국 그만두려는 고용약사에게 ‘죽이겠다’ 협박한 사무장 ▲브로커 개입으로 중개매물 된 면대약국 ▲집행유예기간 중에도 면대약국 지속 개설 ▲사무장병원 전기공사하던 사장이 면대약국 운영 등 8가지로 확인됐다. 

12년간 위조 발기부전치료제 팔며 3억여원 편취
우선 실제개설운영자인 비약사 최씨는 고용약사 손모씨에게 약국 손님에게 3일분을 초과해 전문의약품을 판매하도록 적극 지시하는 한편, 약사 면허없이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 등에게 성인기준 3일을 초과하는 전문의약품 등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제조 과정과 제조 성분이 불분명하고 인체에 해로운 불순물이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위조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알약 1,876정을 판매목적으로 취득해 소지했으며, 면대약국을 운영하면서 공단으로부터 총 171회에 걸쳐 약 3억6,500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병원 병원장, 16년간 부모님과 면대약국 운영하며 264억원 ‘꿀꺽’
의료법인 A병원의 병원장 이모씨와 병원장의 모친이자 병원 이사인 김모씨, 병원장의 부친이자 병원 이사장인 이모씨는 2000년 7월 시행된 의약분업으로 병원에서 의약품 판매가 불가능해지자 병원자금을 투입해 약국을 개설, 12년간 264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사례집에 따르면 병원장 이씨는 병원 약제과장으로 근무하던 석모씨를 섭외해 약제과 직원 5명과 병원 인근에 마련한 가건물에서 근무하게 했다. 석씨 명의로 B약국을 개설한 후 이씨의 사위 명의로 인근에 구입한 토지에 건축한 건물로 약국을 옮겨 B약국으로 영업하도록 하면서 이씨의 처남을 통해 관리했다. 

병원 이사장이던 부친 이씨가 사망하자 모친 김씨는 병원 상임이사로, 병원장 이씨는  이사장으로 B약국의 실운영자 지위를 승계받고 운영했다. 그러던 중 석씨가 개인사정으로 약국개설이 어려워지자 평소 친분이 있던 약사 정모씨 명의로 C약국을 개설 등록했고, 정씨도 명의 유지가 어려워지자 약국에서 봉직약사로 근무하던 또 다른 약사 정모씨 명의로 D약국을 개설 등록했다. 

이를 통해 병원장 이씨는 약국을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모친 김씨는 약국 재정사항을 정기적으로 보고받는 등 16년간 면대약국을 개설‧운영하면서 공단으로부터 약 264억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면대약사 사망하자 약사 남편 면허까지 대여
4년간 면허를 대여해주던 약사가 사망하자, 그의 남편 면허를 대여해 또 다시 면대약국을 운영하던 사무장이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실제개설운영자인 비약사 김모씨는 친언니가 소유한 의료재단 건물에 시설을 갖추고 약사 박모씨에게 매월 5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면대약국을 개설‧운영했다. 그러던 중 약국 명의자가 사망하자 그의 남편인 약사 김모씨는 해당 약국에 대한 개설 등록을 신청했지만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 등에 해당해 신청이 반려됐다. 

이에 비약사 김씨는 사망자 남편인 약사 김씨에게 매월 400만원씩 지급하면서 계속해서 사망한 박씨 명의를 이용해 단독으로 약국을 개설해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례집은 사망한 약사 박씨와 그의 남편 김씨가 요양급여비용 청구, 제약회사 의약품 주문, 재고정리, 공과금 납부 등 업무도 전혀 하지 않은데다, 김씨는 가끔 나와 자리를 지키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남편 김씨는 만 80세가 넘은 고령인 탓에 약 6년전부터 난청으로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웠으며, 해당 약국은 공단으로부터 6년간 총 58억1,000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허위 매물로 의약품 도매상‧약사 상대 사기행각도
서울 강남지역에서 유명 병원을 67억원에 인수한 후 수익이 발생하지 않자 병원을 폐업, 허위 매물로 의약품 도매상이나 약사들을 상대로 각종 사기행각을 벌이다 적발된 사무장도 있었다. 

실제개설운영자인 비의료인 신모씨는 사무장병원 개설 직후 A약품 대표이사에게 병원 운영자금을 빌려주면 매월 이자를 지급하고 1년 뒤 변제를 약속한 대가로 5차례에 걸쳐 2억5,000만원을 송금받았다. 또 의료기기‧의약품 등을 병원에 납품하고 익월에 대금 결제를 약속하면서 총 3억2,800여만원 상당의 각종 의료물품을 제공받았다. 

뿐만 아니라 신씨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사무장병원 건물 임대인에게 임차보증금과 월세를 전혀 내지 않고 사실상 폐업한 상태에서, 약국자리 등을 알아보던 피해자에게 병원건물에 대한 임대차계약서를 허위로 제시하며 새로운 병원을 유치하겠다고 거짓말 해 불법 임대차계약을 맺고 1억원을 받았다. 같은 날 또 다른 피해자에게는 임대차계약 체결 후 1억3,000만원을 챙겼다. 

신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재정악화로 병원을 폐업한 상태임에도 병원 분점 개설이 예정됐다는 말로 약국자리를 알아보던 또 다른 피해자와 2억5,000만원의 전대차 계약을 맺고 보증금 명목으로 1억7,500만원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사무장병원 개설‧운영하는 6개월간 총 39회에 걸쳐 공단으로부터 1억6,000여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약국 그만두겠다”하자 “죽이겠다”
사례집에는 대형병원 암센터가 개원했는데도 약국매출이 오르지 않자 고용약사에게 약국 투자비용에 상응하는 2억5,000만원짜리 차용증을 강제 작성하게 하고, 월급을 절반으로 줄인 데 이어 살해 협박도 서슴지 않은 사무장의 폐해 사례도 소개됐다.   

의약품도매업을 하던 강모씨는 아내 오모씨를 임차인으로 하는 건물 임대차계약을 맺고, 고용약사 안모씨에게 매월 650만원을 지급하는 대가로 안모씨 명의로 월세 이면계약서를 작성한후 A약국이라는 사무장약국을 개설했다. 

이후 사무장 강씨는 대형병원 암센터 개원했는데도 약국매출이 오르지 않자 고용약사 안씨의 월급을 깎고 출퇴근을 감시했다. 여기에 안씨가 수차례 약국을 그만두려 하자 사람을 시켜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안씨에게 2억5,000만원의 차용증을 작성하게 하는 등 협박을 이어갔다. 또 안씨가 1억원을 대출받아 약국 인테리어와 운영비로 쓴 대출금도 변제하지 않았다. 

브로커, 약국매매‧면허대여 알선
브로커가 사무장과 약사 사이에서 약국매매와 면허대여를 알선하고 총 14회의 중개수수료를 챙긴 사례도 확인됐다. 

약사가 아닌 배모씨는 면대약국을 운영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아는 약사를 소개시켜 주고 소개비 등을 받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면서 총 14회에 걸쳐 중개수수료를 챙긴 결과, 그의 소개로 면대약국을 개설한 5명과 함께 기소됐다. 

공단 조사 결과, 배모씨는 충남, 충북, 경기지역 등의 면대약국 사무장 14명에게 고령의 약사를 소개해주는 대가로 50만원 또는 100만원의 소개비를 받거나 차용금 1,500만원을 변제받기도 했다. 

배씨에게 면대약사를 소개받은 사무장들은 면대약사에게 숙식과 급여를 제공하는 대신 무면허 상태에서 직접 의약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집행유예기간 중 면대약국 개설 지속
이미 무자격자 불법의료기관 개설로 수차례 약사법 위반, 사기 등의 처벌을 받은 사무장이 집행유예기간에도 불구하고 면대약국을 개설한 사례도 있었다. 

실제개설운영자인 비약사 조모씨는 대법원에서 면대약국에 대한 형이 최종 확정돼 집행유예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운영할 약국을 마련해 3명의 약사에게 면허대여 명목으로 월 300만~400만원을 지급해 서울‧의정부 지역에 3차례에 걸쳐 면대약국을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조씨는 면대약국 거래 약품회사 영업사원에게 약품대금을 반드시 변제하겠다고 약속, 영업사원이 자신의 신용카드로 약품대금을 대신 결제해 1,600여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하기도 했다. 당시 조씨는 서울에 개설한 면대약국을 운영하면서 경제사정이 어려워지자 약국을 양도하고 다른 약국 개설이 확정되지 않아 변제능력이 없는 상황이었다.  
  
사무장병원 전기공사하던 사장이 면대약국 운영
사무장병원 전기공사를 하던 사장이 사무장의 제안에 15평 부분에 약국 자리를 임대해 면대약국을 운영하다 적발된 사례도 확인됐다. 

실제개설운영자인 비의료인 정모씨는 의료인 명의로 사무장병원을 개설‧운영하기로 하고 1억5,000만원의 자금을 빌려 병원 건물에 대한 임차계약 체결을 한 후, 인테리어 공사 및 전기공사를 진행하던 이모씨에게 약국을 운영할 것으로 제안했다. 정씨는 이씨와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200만원의 임대차 계약을 맺고 건물 보증금 등 병원개설 준비자금으로 상용했다. 

이씨는 정씨의 제안과 도움으로 약사 강모씨에게 월 5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면대약국을 개설했다가, 또 다른 약사 이모씨를 소개받아 월 1,0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같은 장소에 약사 이씨 명의의 면대약국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에 따르면 불법개설기관은 계속 증가 추세로, 지난 3월 기준 피해규모만 약 3조4,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반면 사무장의 재산 은닉 등으로 징수율은 6.02%에 그치고 있어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건보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공단은 앞으로도 불법개설 의료기관으로 인한 건강보험의 재정 누수와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을 지속하겠으며, 공단이 신고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니 국민들께서는 주변에 불법개설이 의심되는 의료기관이 있다면 공단에 신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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