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R 모형 한계 실감…당장 환산지수 제도개편 준비해야”
윤석준 재정운영위원장, ‘제도개선’ 필요성 재정운영위 전체회의‧건정심서 재차 강조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1-06-07 06:00   수정 2021.06.07 06:07
2022년도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협상이 5월 31일, 실제로는 6월 1일 공식 막을 내렸다. 이필수 회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난 대한의사협회는 4년 만의 타결이라는 성과를 남겼고, 대한약사회는 3.6% 인상률이라는 실속을 챙겼다. 대한한의사협회 역시 10차에 걸친 장고 끝에 ‘타결’을 거뒀다.

하지만 ‘결렬’을 선언한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수가 결정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로 넘어간 상태여서 아직 완전히 결론에 이르지는 못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열린 제12차 건정심에서는 병원협회와 치과의사협회 결정에 대한 세부사항을 처음으로 논의했다. 이달 말 열릴 건정심 전체회의에서 병원과 치과의 요양급여비용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이에 4일 건정심 직후 윤석준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장(고려대 교수)을 만나 수가협상을 마친 소회를 물었다.

윤석준 위원장은 우선 “건정심은 오랫동안 참여했는데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장은 처음 맡아 초보자로서 역할을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후 “이번 수가협상의 결과만 놓고 본다면, 병협‧의협‧치협이 모두 결렬됐던 지난해보다 올해는 의협이 타결돼서 그나마 재정운영위 기본 성격에 좀 더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며 “의협, 병협, 치협이 결렬되면 세 유형이 결렬되는 모양새지만, 전체 재정을 놓고 봤을 땐 70% 이상이 결렬된 거나 마찬가지다. 물론 올해도 전체의 50%를 차지하는 병협이 결렬됐지만, 어쨌거나 지난해보다는 진일보한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수가협상에서 ‘협상’이라는 말 그대로 ‘타협’의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올해는 타협을 이끌어가는 관점에서 가입자들의 태도가 가장 강경했던 한 해”라며 “제가 재정운영위 회의 중 마지막으로 시계를 봤을 때가 새벽 4시 50분이었다. 그때까지도 내부 진통이 이어졌다. 위원장을 맡은 사람으로서 협상의 기준점을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은 의료계에서 꾸준히 지적하고 있는 SGR모형의 한계점을 다시 짚었다. ‘지속 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Sustainable Growth Rate, SGR)’ 모형은 목표 진료비와 실제 진료비의 차이를 가감하는 방식으로, 이번 수가협상 기간 역시 공급자 단체들은 이 모형에 문제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윤 위원장 역시 “SGR모형은 참고자료로서만 사용되고 있고, 기준점으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당장 7월부터라도 내년도 환산지수 계약을 위한 새로운 제도개편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년 SGR 연구는 연말에 발주해 이듬해 초에 시작해서 수가협상 시작 직전 데이터가 완성된다”며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올해 7월부터는 환산지수 수가 계약과 관련한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내기 위해 긴 호흡의 제도개선을 준비하자고 재정운영위 전체회의와 건정심에 제안했다. 많은 위원들이 공감했다. 연구용역의 형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가협상 마감시한이 관행처럼 길어지는 이유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봤다. 그는 “잘못된 관행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합의해야 할 기준점이 불분명한 게 근본 원인”이라며 “데이터나 협상 방식, SGR이 아닌 다른 모형을 개발하거나 근본적 차원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해가 갈수록 더 길어지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가입자, 공급자 모두 동의하지 않는 모형으로 협상해야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20년동안 그렇게 해왔으니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많은 분들이 동의하고 있다. 잘못된 관행을 끊고자 7월부터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환산지수 역전현상, 점점 더 벌어질 수도

윤석준 위원장은 환산지수 역전현상 역시 지금과 같은 모형으로 협상을 이어가면 바꾸기는 커녕 더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역전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며 “현재 제도가 갖고 있는 모순으로 중요한 논거가 되는 부분이 수가 역전현상이다. 지금처럼 그대로 가면 간격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의협을 비롯한 공급자 단체들이 제안한 건보재정 미수금이나 적립금을 수가협상에 반영하자는 내용에 대해서도 “재정운영위 전체회의에서도 논의가 됐었다”며 “논의된 부대결의 국고는 원래 기획재정부가 약속한 국고가 제대로 들어오면 건보료 인상으로 인한 국민 부담에 완충역할을 할 수 있을 거다. 대신 국고 지원금을 정부가 약속한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부대결의에 대해 동의하는 절차가 있었다”고 전했다. 

어쨌거나 이번 수가협상은 지난해에 이은 코로나19 직격탄에도 전체 7개 유형 중 5개 유형이 타결한 결과 평균 인상률은 2.09%, 추가소요재정(밴드)은 역대 규모인 1조666억원으로 추산됐다. 가입자들이 코로나 직격탄으로 삶이 크게 피폐해졌음에도 상대적으로 선방한 보건업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인정해 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윤석준 위원장은 “수가는 협상을 통해 정해지는 만큼 타협의 정신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제도라고 믿는다. 안타깝게도 병협, 치협이 타협을 못 이뤘는데, 그럼에도 타협의 정신은 계속 갖고 가야 한다”며 “협상단에서 제시한 범위 내에서라도 구체적인 수치가 중요하다. 제도개선 방향과 타협의 정신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논의해야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다. 다음에 예정된 건정심 소위에서 제도개선에 관한 추가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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