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특허연계’도입…제약 “알아도 대책 없어”
약사법 개정 이후, 미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 적용돼
최재경 기자 cjk0304@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1-11-23 06:30   수정 2011.11.24 13:22

한미 FTA ‘허가-특허연계제도’의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사실상 비준에 따른 이행 조항들이 발효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허가-특허연계제도’를 신설하는 약사법 개정작업의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약사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허가-특허연계제도’는 미국뿐 아니라 EU, 일본 등 모든 나라에 적용된다.

국내 제약업계는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따라 제네릭(복제의약품)의 생산과 판매에 대해 특허권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허가-특허연계제도는 신약 제품의 특허존속 기간 중에 원개발자가 제출한 의약품의 안전성 또는 유효성에 대한 자료를 기초로 해 후발신청자가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원개발자에게 허가신청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고, 특허권자의 동의 또는 묵인이 없이는 후발자의 제품이 판매되지 않도록 허가단계에서 조치를 취하는 제도이다.

이는 허가단계에서 신약 제품에 대한 특허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미국이 운영하고 있는 제도를 도입한 제도이다.

그동안 오리지널 의약품의 불완전한 특허에 대해 특허소송에서 승소를 자신하는 제네릭 의약품 사업자가 특허소송을 감수하고서라도 제네릭 의약품의 허가를 받아 이를 판매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던 사후적 특허 침해 확인 체계를 특허에 침해되지 않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제품의 시판이 가능하도록 하는 사전적 확인 체계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의 의약품 허가제도는 식약청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유효기간에 있는 것인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제네릭 의약품 사업자가 신청하는 허가에 대해 안전성・유효성 자료만 적합하면 이를 인정해 주고 있다.

제네릭 출시 지연과 소송 증가로 국내 제약업계 타격
허가 후 제네릭이 출시되었을 때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침해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 사업자는 특허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경우, 그 출시를 막을 수 있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이러한 현재의 체계가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권자의 이익을 충분히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원개발자의 권리를 보다 강하게 보호해 주기 위한 제도로 제네릭 중심의 국내 제약업계에는 불리한 제도이다.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시행으로 제네릭 의약품의 시장진입이 지연되고 소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는 제네릭 의약품의 시판이 평균 9개월 정도 지연될 것으로 추산하고 이에 따라 연 평균 368~794억원 정도의 손실이 있을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원개발자의 자료독점권 인정, 국내 제약업계 부담 증가
제약업계에서는 허가-특허연계제도로 인해 제품출시 지연과 소송 증가 문제 외에도 원개발자의 ‘자료독점권’ 인정이 더 큰 피해를 줄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원개발자의 자료에 대해 시판승인일부터 5년간의 자료독점권을 인정하고, 선행 승인 의약품의 임상정보에 관해 시판승인일로부터 3년간의 자료독점권을 각각 보장하고 있어, 제네릭 의약품 제조회사가 원개발자가 제출한 안전성 및 유효성에 관한 자료들과 임상자료들을 기초로해 동일하거나 유사한 후발의약품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에버그리닝 효과 특허 연장, 1조원 이상 피해
또한, 허가-특허연계로 연장되는 특허존속기간 동안 소송의 부담 때문에 시판 허가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제네릭 의약품 제조회사들이 늘어날 것이고, 특허의약품 제조사가 에버그리닝(ever-greening) 효과를 노리고 특허권에 대한 소송신청을 늘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기존 특허의약품의 특허기간연장은 최소 30개월에서 영구히 연장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피해액은 연 5,800억원에서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정부는 허가-특허 연계로 인한 특허권의 강화로 연구개발 역량이 있는 제약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제약산업이 개편되어 신약의 연구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업계의 입장은 좀 다르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뿐 아니라 모든 다국적 제약업체에 대해서까지 적용되는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국내 제약업계를 벼랑으로 미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앞으로 제약업계에 불어 닥칠 폭풍을 알면서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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