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 큰 좌절과 낭패감으로 되돌아 왔다. 복지부는 지난 8월에 밮표한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한 중단없는 전진을 거듭 확인했다.
비록 반값에 해당하는 만큼의 대대적인 약가인하는 아닐지언정 업계의 존립과 생존을 위협할 소지가 다분한 약가인하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점을 또 한번 분명히 했다. 국내제약산업의 애로를 헤아려 달라는 업계의 절박한 호소는 아랑곳없다.
복지부는 리베이트 근절, 건강보험재정 절감, 그리고 제약산업 육성이라는 세 마리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거창한 포부(?)를 거침없이 밝힌다. 마치 약값만 내리면 또 이 모든 것이 일거에 이뤄질 것 이라는 미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주에 있었던 건강보험정책관의 브리핑에서도 이같은 의지는 여실히 드러났다.
복지부가 어찌보면 무모하다고 할수밖에 없는 이같은 무리수를 두는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수 없다. 약가인하정책은 다분히 정치적 함수가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의 외압과 국민여론의 향배를 의식하는 정치권의 판단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다. 약값을 내려 국민부담을 줄이라는 시민단체의 발언권 역시 이 못지 않다. 결국 이같은 상황하에서 제약업계의 주장은 영리를 추구하는 이익집단의 주장에 불과할 따름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럴수록 복지부의 판단과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할수 밖에 없다. 업계가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 업계의 애로를 정책에 적극 반영해 주는 바람막이가 되어주지는 못할망정 앞장서서 업계의 숨통을 죄는 복지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 약값 및 약제비가 낮은지 높은지, 높다면 얼마나 높은지, 왜 모든 약값이 53.5%로 조정돼야 하는지에 대해 세세하게 밝히고 설명해야 한다. 기등재약 목록정비를 통해 8천억, 일괄약가인하를 통해 추가로 1조7천억 등 총 2조5천억에 해당하는 엄청난 약가인하를 단번에 처리하겠다는 복지부 정책은 근거도 논리도 없는 무차별적 일괄 약가인하 정책이라는 오명을 씻을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복지(福祉)가 전부가 아닌 보건(保健)까지도 담당하는 부처임을 망각치 말아야 한다. 17개의 신약을 개발했지만 제대로 된 신약이 하나도 없었다는 말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제약산업이 어렵다는 점을 반증함이다. 훗날 동남아 여러나라와 같이 제약식민화가 이뤄진 다음 후회해도 이미 때가 늦는다. 다시 한번 약가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