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칼 뽑았다'… 리베이트-약가연동제 시행
내달부터 유통질서 문란 약제 20% 약가인하
이호영 기자 lhy37@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9-07-29 06:43   수정 2009.07.29 06:47

내달 1일부터 유통질서를 문란시킨 것으로 판단되는 의약품에 대해 최대 20%의 보험약가를 인하시키는 리베이트 약가연동제가 시행된다. 그동안 정부는 정부대로 업계는 업계대로 새로운 제도 도입을 위해 준비과정을 거쳤고 이제 출발선에서 출발신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번 제도에서 약가인하라는 직접적인 칼을 뽑아들며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뽑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점에서 향후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리베이트, 정부 개입 불가피"

복지부는 올해 1월 리베이트 제공 등 유통질서가 문란한 약제의 상한금액을 직권 조정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면서 약가 인하의 근거를 마련했다. 

이는 정부가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대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지난 1994년 사업자단체의 공정경쟁규약 운용 및 2006년 보건의료분야 투명사회협약 운용 등 민간분야에서의 자율적 리베이트 근절시도는 있었으나 제약사간 영업경쟁 과열로 음성적 뒷거래 증대 등 리베이트 규모가 확대되면서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해진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이다.

결국 복지부는 현재 의료관계 법령 및 약사관계 법령에서 리베이트를 수수한 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건강보험법령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의 해당 품목에 대해 보험약가 인하조치를 병행하게 된 것이다.

이후 5월부터 2달 간 입법예고한 '신의료기술등의 결정 및 조정 기준 개정 고시'가 규제개혁위원회를 무난하게 통과하면서 제도 시행은 기정사실화 됐고 이제 실제 효력이 발생되는 관보 개제만 남았다.  

규제개혁위원회는 리베이트 최초 적발 시 해당 품목에 최대 20%의 약가인하를 적용하는 것이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한금액 1,000원 → 560원(?)

이번 제도는 내달 1일 이후 유통질서 문란 약제의 경우 해당 품목의 결정금액 대비 부당금액의 비율로 약가를 최대 20% 내에서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유통질서 문란 행위는 의약품 채택, 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의약품 제조(수입)업자가 직접 또는 도매업소를 통해 요양기관이나 의료인, 약사, 한약사에게 금전, 물품, 학술지원비 및 향응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또한 내복제, 외용제의 경우 50원(단, 액상제는 15원) 이하, 주사제의 경우 500원 이하인 저가의약품과 퇴장방지의약품 중 원가보전 대상 약제, 마약 및 희귀의약품은 제외된다.

유통질서 문란으로 상한금액 인하를 고시한 날 이후 1년 이내 유통질서 문란 행위가 다시 발생한 경우에는 최대 30%까지 약가가 인하된다.

예를 들어 상한금액 1,000원인 A사의 B품목이 유통질서 문란행위로 상한금액이 20% 인하되면서 800원으로 조정된 상황에서 다시 1년 이내 유통질서 문란행위가 적발됐을 경우 다시 30%(인하율은 20%이지만, 50/100을 가중할 수 있으므로 총 인하율은 30%)를 인하하면 상한금액은 560원으로 결정된다.

이를 위해 복지부에서는 1년 2회의 정기조사를 실시하고 언론제보진정건 또는 공정위·검찰 등의 조사결과에 따라 수시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제약사의 의지와 무관하게 도매업소 또는 제약사 소속직원 개인이 발생시키는 유통질서 문란행위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개별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제약사와 요양기관간 의약품 구매결제시 할인 또는 할증 발생 시에는 기존과 같이 실거래가 위반으로 처리해 가중평균하여 상한금액을 조정하며, 리베이트 상한금액 조정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제약협-KRPIA, 공정거래규약 단일화

제도 시행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제약협회와 다국적의약산업협회의 공정거래규약 단일화 문제도 일단락됐다. 그동안 통일되지 않았던 제약사 판촉행위 기준이 제도 시행을 앞두고 단일화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제약협회와 다국적의약산업협회가 공정경쟁규약 단일안을 확정했고 복지부는 이번 제도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단일안은 제약사의 구체적인 판촉행위 가이드라인이 새롭게 만들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의약품을 특정 요양기관의 처방약제 목록에 등재하는 경우'나 '의약품 처방 대가를 지급하기 위한 경우' 등에 대해 무조건 금품류 제공을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국내외 학술대회에 참가하는 의약사에 대한 지원은 연자, 발표자, 좌장, 토론자로 제한하며 일반 참가자에 대한 지원은 이뤄지지 않는다.

지원이 이뤄지는 경우 교통비, 숙박비, 등록비, 식대 등 실비 수준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학술연구 목적이나 진료와 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물품은 연간 50만원 이내로 제한했고 경조사비는 의약사 1인에게 제약사 당 20만원 이내의 경조사비 또는 물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한 제약사들이 의학적, 교육적 목적으로만 공인된 학회 및 연구기관에 대해 기부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기부행위를 하고자 하는 제약사가 해당 기부행위 내용을 기부행위 이전에 협회로 제출하면 된다.

견본품에 대해서는 재판매되거나 환자에게 투약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달고 의약사 또는 요양기관에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단 1명의 의약사에 대해 최소포장단위로 1개를 1회에 한해 제공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업계에서 단일화한 이번 자율 협약의 규정을 넘어서는 행위가 직권조정 고시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선진화 TFT 발족… 제약업계, 홍역 예상

새로운 제도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복지부의 '의약품 가격 및 유통선진화 TFT(이하 의약유통 TFT)' 구성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재희 장관의 지시로 오는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번 TFT는 최근 복지부의 리베이트 근절의지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의약유통TFT'는 사회보험징수통합추진기획부단장인 임종규 국장이 팀장을 맡아 겸임하며 복지부, 심평원, 건보공단 등 직원 12명으로 구성됐다.

의약유통TFT는 보험약가제도는 물론 의약품유통과 관련된 제반 제도와 정책에 관한 전반적인 검토작업과 함께 개선방안 도출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특히 의약유통TFT 발족과 관련 복지부는 리베이트 근절 방안 마련을 위해 대대적인 약가제도의 변화를 예고해 향후 제약업계는 큰 홍역을 치르게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임종규 팀장은 "TFT는 오는 10월까지 운영된다"며 "약가 유통제도의 전반적인 모습을 검토하고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처럼 새로운 제도 도입과 TFT 발족 등 복지부의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강력한 채찍질은 이미 시작됐다. 다만 문제는 정부의 의지와 함께 업계의 자정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업계도 그동안 자정운동을 벌이고 자율공정규정을 새롭게 만들면서 리베이트를 없애자는 데에는 동의했다. 그리고 이제는 실천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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