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스프라이셀 약제급여조정위 왜 무산됐나?
‘약가결정기준’, ‘약제급여조정위원회 역할’ 등 의견차 심각
손정우 기자 s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8-04-14 06:42   수정 2008.04.14 06:53

지난 11일 오후 2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스프라이셀’ 약제급여조정위원회 2차 회의가 무산됐다.

이날 약제급여조정위가 무산된 직접적인 원인은 환자ㆍ시민단체의 기습적인 회의장 점거 때문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보건복지가족부의 ‘약가결정기준’과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심각한 의견차이 때문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약가결정기준’에 대한 근본적 시각차

환자ㆍ시민단체들은 근본적으로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결정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약값을 결정할 때 복지부가 흔히 참고자료로 사용하는 ‘A7 약가’ 자체가 우리나라 현실과는 동떨어진 높은 약가기준이라는 것이다.

건보공단이든 제약사든 처음에 약가를 결정할 때부터 너무 높은 기준을 참조해 결정하기 때문에, 초기 ‘약가결정기준’부터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

이날도 환자ㆍ시민단체들은 “지금은 5만원이냐 6만원이냐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애당초 BMS가 10만원을 요구했다면 정부는 8만원으로 깎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약가결정기준 자체가 너무 높게 형성돼 있고, 그나마도 정부는 다국적 제약사의 논리에 대응할 만한 약가결정기준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재의 ‘약가결정기준’을 바탕으로 ‘스프라이셀’ 약가를 조정하려했던 약제급여조정위와 ‘약가결정기준’ 자체를 뜯어고치지 않고 ‘스프라이셀’ 약가를 조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환자ㆍ시민단체들 간의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약제급여조정위원회 ‘위상과 역할’ 이견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도 이날 회의가 파행을 겪게 된 원인 중 하나다.

물론 복지부는 제약사가 약제급여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따르고, 그에 따라 의약품을 시판한다는 전제 하에 회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환자ㆍ시민단체들은 약제급여조정위의 ‘한계점’을 지적하고 있다.

약제급여조정위에서 약가가 직권등재 된다손 치더라도, 해당 제약사가 실제 의약품을 환자에게 공급하지 않는다면 약제급여조정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다.

환자ㆍ시민단체들은 “약제급여조정위원회를 통해 직권등재로 의약품을 보험적용 목록에 등재하는 것과 공급은 별개의 문제”라며 “제약회사가 약가를 이유로 아예 공급을 마다하는 것을 푸제온을 통해서 보았음에도 정부는 직권등재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떠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역할과 위상에 대해서는 건보공단도 복지부와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입장에서야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따른 약가조정절차를 밟아 나가는 수밖에 없지만,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가입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약제급여조정위를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난 11일 2차 회의에 참석했던 건보공단 관계자는 “약제급여조정위원회라는 명칭부터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약제급여조정위원회는 건보공단과 제약사 간의 의견차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의 의견을 듣고 어느 쪽의 의견이 타당한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약가를 결정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약제급여조정위가 건보공단과 제약사 사이에서 ‘중간가격을 결정해주는’ 권위 있는 기관으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한다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높은 가격을 부를 것이 뻔하고, 이것은 곧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약가협상 자체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환자입장 반영할 통로 부족도 갈등 빚어

환자의 입장을 반영할 통로가 부족하다는 점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달 14일 ‘스프라이셀’ 1차 약제급여조정위 직후, 복지부는 확답은 안했지만 당시 심평원을 찾았던 환자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복지부와 환자들 간의 의견교환 자리는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고, 2차 회의 때 환자ㆍ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1차 회의 때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서 환자대표 2인에게 의견개진 시간을 준 바 있고 2차 회의 때도 위원장이 의견개진 시간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환자ㆍ시민단체들은 이러한 과정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당시 환자ㆍ시민단체들은 2차 회의 당시 “환자단체와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약제급여조정위원들과 복지부 대표자가 참석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복지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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