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거머리 의료기기로 판매 첫 허용
프랑스 리카림펙스社 '히루도 메디시날리스'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4-06-29 17:18   수정 2004.06.29 17:25
약국에서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 무리를 포장된 상태로 판매한다!

무슨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표현한 것이 결코 아니다. 가까운 장래에 실제상황으로 약국에서 흔하게 눈에 띄게 될는지도 모를 한 광경이다.

FDA가 피부이식 후 또는 절개 부위의 치유를 돕거나 혈행을 개선하는 용도의 의료기기(medical devices)로 거머리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28일 발표했다.

거머리를 의료용도로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줄 것을 최초로 신청했던 프랑스 회사인 리카림펙스社(Ricarimpex SAS)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는 것. 리카림펙스는 지난 150여년 동안 거머리 연구와 양식에 전념해 온 회사이다.

FDA는 "리카림펙스측이 제출한 거머리의 의료용도 관련 연구논문들과 안전성 평가자료, 양식방법, 양식환경, 취급자들의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의료용 거머리 '히루도 메디시날리스'(Hirudo medicinalis)의 판매를 허용키로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의료용 거머리가 현행 법에서 "질병을 진단, 치료, 회복, 예방 및 완화하는 용도로 제조된 제품(article), 또는 화학적 활성이나 대사작용에 의하지 않고 신체의 기능 및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으로 규정하는 있는 의료기기의 요건을 갖추고 있음을 인정했다는 것.

이와 관련, 의사들은 피를 뽑는 것만으로 두통·통풍 등 다양한 유형의 질병들을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에 따라 수 천년 동안 작은 수생동물의 일종인 거머리를 활용해 왔다.

특히 거머리는 지난 1800년대 중반에 들면서 의료용도로 가장 활발히 사용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늘날에 들어서도 의료계는 피부이식 수술을 받은 화상환자들에게서 고인 피를 제거하거나, 막힌 혈관을 뚫어 혈행을 개선하는데 거머리를 빈번히 사용하고 있다.

리카림펙스측도 자사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거머리가 혈행을 개선하는 용도나 손가락과 귀 등 신체의 일부를 재부착하는 수술, 혈관을 다시 연결하는 수술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뭇사람들은 명배우 험프리 보가트와 캐서린 헵번이 공연했던 1951년作 영화 '아프리카의 여왕'(African Queen)에서 다리에 달라붙은 거머리를 떼어내는 장면을 아직도 생생한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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