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직업만족도 높이는 '비폭력대화 기술' 방법은?
관찰-느낌-욕구-부탁의 4단계…환자 필요욕구 찾아 공감·해결
이승덕 기자 duck4775@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8-11-15 12:00   수정 2018.11.15 15:37
약국 운영에 있어 직업만족과 사회적 존중을 얻기 위해 '비폭력대화'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됐다.

늘픔약국 박상원 약사<사진>는 서울시약사회지 11월호에 '약국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비폭력대화(NVC)' 기고를 통해 이 같이 제안했다.

박상원 약사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6년 621개 직업종사자 직업만족도 중 약사는 30.4점으로 전체 39위로 일반의(21위), 전문의(27위), 호스피스전문간호사(47위), 수의사(99위)와 비교할 때 비교적 상위권"이라면서도 "또다른 설문조사에서는 병원약사 근속연수 평균 4.9년, 약국 근무약사 2명중 1명이 1년내 이직하는 등 이직률이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박 약사는 "약사는 지식노동이면서 대인접촉 빈도가 높은 감정노동에 속하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소통하는 기술을 키우는 것이 약사 직업에 대한 만족감과 사회적 존중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이 된다"면서 "의사소통 기술 중 비폭력대화 NVC(Nonviolent Communication)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NVC는 훈련을 통해 개개인이 자신의 느낌(feeling)과 욕구(need)를 잘 알아차릴 수 있게 해 다른 사람을 보도 공감해 안전한 대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관찰·느낌·욕구·부탁 4단계로 이뤄져 있다.

'관찰하기'는 평가를 섞지 않고, 명확히 관찰만을 말하는 기술이다. 비난 등 평가가 섞인 대화는 사실에 감정까지 전달되므로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위축하는 점을 방지할 수 있다.

여기에 언어적 요소가 7%에 불과하고, 55%는 표정이나 몸짓 등 비언어적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함께 고려해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느낌으로 표현하기'는 상대를 비난하거나 판단하지 않으면서 느낌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네가 내 기분을 망쳤어'라고 비난하기보다 '네가 ~라고 말하니 속이 상한다'고 표현하는 등 '나 대화법'도 이에 속한다.

'욕구 찾아내기'는 상대가 9개 욕구(생존·안전·애정·이해존중·참여소속·쾌락·창조·자아실현·자유) 중 어떤 욕구를 표현하는지 찾아서 이해하고 욕구를 읽어줄때 블랙컨슈머의 마음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부탁'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화 속에서 욕구를 파악했다면 이를 충족하기 위해 제대로 부탁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박상원 약사는 약국에서 흔히 발생하는 가격 시비의 상황을 예를 들어 NVC 대화를 통한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아침에 약국을 열고 얼마 되지 않아 특정 브랜드 진통제를 찾는 손님이 왔다. 약사가 약을 건네며 가격을 말하자 환자는 곧바로 '그 금액이 아니다. 여기는 왜 돈을 더 받냐'라고 화를 낸다.

약사가 상황을 '관찰하기'를 거치지 않으면 '아침 댓바람부터 마진도 없는 약의 가격을 깎아달라고 하는 불만고객이 또 왔구나!' 생각하며 기분이 상하는데 그친다. 관찰을 통해서는 마진 없는 약의 가격을 깎아달라고 요구하는데, 유사한 일이 하루에 2~3번 정도 반복되는 것을 확인한다.

이후 폭력적인 대화를 사용하면 '(같이 흥분한 말투로) 약국에 이미 들어오는 가격이 비싸서 저도 어쩔 수 없어요'라고 응대하지만, NVC를 통해 '약사와 대화도 나누지않고 가격 얘기만 해서 제가 좀 속상합니다'라고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약사는 NVC를 통해 손님이 어떤 욕구를 갖고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밤새 아파서 빨리 약을 먹고 회복하고 싶었다고 확인한다면 생존의 욕구로, 이는 가격보다 증상을 말하게 유도해 도와주도록 한다. 과거 구입금액을 기억하고 지불했다가 돈이 부족해 수치심을 느낀 점을 확인한 경우, 가격인상을 설명하면서 양해를 구할 수 있다.

약을 달라고 했지만 어디가 아픈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것을 확인했다면, 약을 자주 구매하는지를 확인하고 어디가 불편한지를 물어보면 된다.

박상원 약사는 "약사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환자에게 기꺼이 베풀기 위해서는 우선 약일터인 약국이 보다 안전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모든 상황을 NVC로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이를 꾸준히 연습·실천하면 마음이 연결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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